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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Feb 04. 2021

시선 사이 영화 리뷰

가까이 있는 내 생명권, 인권을  챙기자

시선 사이(2015)

드라마 한국 2016.06.09 개봉

95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

주연: 정예녹, 박지수, 박진수, 김동완, 오광록, 박주희, 서영화

네티즌 평점: 5.9

- 다음 영화 참조 -


이 영화는 3편에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 제작한 영화이다. 인권에 대한 세 가지 다양한 시선이 펼쳐진다.


특히 마지막 편 '소주와 아이스크림'이 와 닿았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가족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열심히 살다가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인권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뒤돌아보게 된다. 과연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고민도 하게 된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지수. 학교 앞 분식집을 드나드는 낙으로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학교는 성적 향상을 위해 교문을 폐쇄한다. 그래서 지수는 떡볶이를 맘 편히 먹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 욕망은 더욱 간절해지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결국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면서 흐뭇하게 만족하는 지수에 표정이 나오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떡볶이를 먹기 위한 그녀에 수난이 코믹하게 재미있게 그려진다. 떡볶이에 목숨을 거는 그녀를 보면 그냥 고작 떡볶이 문제가 아니다. 떡볶이를 먹을 자유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과대망상자(들)'


우민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늘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망상에 빠져있다. 이 영화는 망상에 빠져있는 사람들에 생각이나 심리상태를 잘 보여준다.


한편 그들에 망상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우습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특히 왕따는 자신들을 감시하는 거대 조직에 맞서 싸우는 전사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감시받지 않는 독립 세상을 구축할 때까지는, 젖은 낙엽처럼 그렇게 숨 죽은 듯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감시를 받지 않을 인권을 코믹하게 말하는 거 같기도 하다. 한편 과대망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숨어서 지내지 않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거 같기도 하다.



세 번째 이야기 '소주와 아이스크림'


보험설계사 세아는 지인 사무실 근처에 찾아간다. 좋은 보험이 있다고 웃으면서 권유를 한다. 하지만 누구나 보험 하나씩은 다 있다면서 불편한 표정을 짓는 지인이다.


그 지인은 세아에 웃는 얼굴이 어색하다며 모르는 사람에게 보험을 팔라는 이야기를 하고 간다. 세아의 얼굴 표정에 웃음기사라지고 피곤한 기색이 드러난다.


그때 그녀에게 걸러오는 전화, 엄마가 언니를 찾아달라는 부탁에 짜증을 냈지만 홀로 사는 언니를 만나기 위해 낯선 동네를 찾아간다.


언니가 사는 곳에 문을 두드리지만 그 안에 언니는 없다. 그곳에서 거동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 아주머니가 먼저 말을 건다.

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될까?


아이스크림을 하나를 사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빈 소주병을 가득 모은 큰 플라스틱 컨테이너 바구니를 가리킨다. 빈 병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바꾸어 오라는 것이다.

시선 사이 영화 소주와 아이스크림 한 장면


순간 어이가 없지만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소주병을 트롤리로 끌고 언덕을 올라가는데 은근히 힘들다. 숨이 차서 잠깐 쉬는데 엄마에게 또 전화가 온다.


결국 돈을 달라는 것이다. 엄마에게 돈 없다고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는데, 소주병 트롤리가 언덕에서 밀려 내려간다. 그러면서 많은 빈 병들이 바닥에 나뒹굴게 된다.

시선 사이 영화 소주와 아이스크림 한 장면


바닥에 흐트러진 소주병을 다시 주워서 담는다.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하찮은 아이스크림 하나 사 오는 일로 보이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귀찮은 일이다.


세아는 아주머니 집을 찾아간다. 마침 아주머니는 월세를 내지 못해서 방을 빼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신에 딸에게 3년 만에 전화를 해서 돈을 달라고 한다. 그 아주머니 딸은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지긋지긋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아주머니는 문 앞에 빈손인 세아를 보고 아이스크림 안 사 왔냐고 나무란다. 그거 하나 사 오는 게 그렇게 힘드냐고 말이다.


세아는 살짝 흥분해서 부탁을 그렇게 쉽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들어주는 사람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약간 울먹이며 세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


하지만 세아는 아주머니를 안아주지 않고 되돌아간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쉬면서 멍을 때리는 세아는 빈병에서 아주머니 유서 같은 종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측은지심에 아주머니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사서 그 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주머니가 없다. 집주인이 이 집 아주머니는 일주일 전에 죽었다고 한다. 세아에게 유품 정리하러 이곳에 온 것 아니냐고 물어본다.


순간 멍한 세아. 분명히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고 아주머니 부탁인 아이스크림을 사 왔는데 그 아주머니가 없다. 혼이 나간 듯 한참을 아주머니 방을 쳐다보는 세아.


다시 언니가 왔는지 확인하러 언니 집 현관문을 두드리는데, 마침 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언니가 소주 한잔하자며 한강변으로 같이 걸어간다. 한강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두 자매이다.


엄마의 지속적인 돈 요구에 지친 언니는 엄마와 연락을 끊었고, 그런 언니를 찾으려는 엄마의 전화에 시달리는 세아. 엄마는 이제 세아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


세아는 울면서 언니에게 '내가 전화하면 받기 싫어?'라고 물어본다. 언니도 눈물을 흘리며 세아에게 '어, 너 웃는 목소리 듣고 있으면 불편해'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세아는 마음에 손짓을 내미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한다.

언니, 나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

세아의 얼굴에 떨어지는 눈물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세 번째 이야기는 공감이 되어 생각이 꼬리를 문다. 정말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한 번에 녹여낸 느낌이다. 세아는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그래서 일주일 전에 죽은 아주머니를 영혼으로 만난 거 같다.


세아는 열심히 살지만 엄마의 돈 부탁으로 언니에 차가운 외면으로 인해서 괴롭다. 세아는 어찌 보면 인권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보험 설계사를 하지만 그것도 어렵다.


엄마와 언니 갈등 때문에 세아는 누구에게도 정서적 편안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언니에게 안아달라고 하지만 언니 역시 지쳐버려서 세아를 안아줄 그런 마음에 여유도 없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이 무겁고 남일 같지 않게 마치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딱히 세아에게 어떤 다른 길을 알려줄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 속 세아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현실 속 세아는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세아 삶을 상상해보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자기 삶이 힘들면서도 가족을 도와줘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고, 그 누구에게도 따뜻한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녀이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서 해결책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과연 세아가 생활면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깊이 고민해보게 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과 거리두기, 경제적 정서적 독립이 아닐까 싶다. 일단 그녀가 먼저 마음과 경제적 기반을 견고하게 만든 후에서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게 순서가 아닐까.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린 마음이라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 가족을 잠시 버리는 것이, 어찌 보면 가족을 살리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으로 인해서 괴로운 사람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처럼,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것은 어떨까. 나 역시 가족과 거리를 두고 있는데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지점이 있다.




사주명리학에서 년월일시 중에 월주는 가족, 부모 자리로 해석한다. 그래서 내가 가족과 어떤 관계인지를 월주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임(壬)수 일간에 월주가 을사(乙巳)이다. 십이운성으로는 '절' 기운이다. 내 기운이 사라지는 곳인 것이다. 내가 가족에게 고개를 숙이고 기를 펴지 못하는 기운이라고 볼 수 있다.


십성으로 보면 상관과 재성이다. 즉, 내 기운이 빠져나가거나 내가 극을 하는 기운이다. 즉 가족을 만나면 베풀어주는 처지이거나, 내가 가족에 기운을 누르는 그런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사주팔자 인연으로는 나와 가족은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아니면 내가 그들에게 자비로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아직은 그런 수준에는 미처 도달하지 못했다..


가족은 사랑이 넘치는 소중한 존재, 정이 넘치고 힘든 일을 나누는 존재, 가족은 행복에 근원인 것처럼 강요된 측면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 사주 명식을 잘 들여다보면 가족과 상생에 인연으로 맺어졌는지, 아니면 거리두기가 필요한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러면 그것에 맞게 내가 대처하면 된다.


잘 만든 영화 하나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지금은 인권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제일 중요한 인권은 무엇인가? 바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바로 내 생명을 그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불교에 오계 중에 첫 번째에 이런 계율이 있다.

불살생(不殺生)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


바로 살아있는 내 생명을 죽이지 않고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 담긴 것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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