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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Feb 19. 2021

왓 데이 해드 영화 리뷰

가족 구성원들이 가진 것은 무엇일까?

왓 데이 해드(2018)

What They Had

드라마/가족 미국 2019.11.07 개봉

101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엘리자베스 좀코

주연: 힐러리 스웽크, 마이클 섀넌, 로버트 포스터, 블리드 대너, 테이사 파미가

네티즌 평점: 8.1

- 다음 영화 참조 -


영화 제목이 'What They Had'이다. 그들이 가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궁금하다. 영화는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족들 간에 대화가 실감 나게 잘 다가온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치매 걸린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는 문제를 두고 아버지, 오빠, 딸에 심리적 갈등 이야기이다.


영화 '엄마의 공책'이 치매에 관한 한국 가족 이야기였다면, 왓 데이 해드(What They Had)는 미국판 이야기인 셈이다. 그런데 사는 곳이 다르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라 그런가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된다.


어려운 가족문제가 생겨도 그것을 극복할 추억과 서로에 대한 헌신이 있다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가족 이야기이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에 눈이 내린 겨울밤에 치매에 걸린 엄마 루스가 사라졌다. 엄마는 어린 시절 고향을 찾아서 길을 나선 것이다. 아내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 버트.


아버지 버트는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아들 니키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가 사라졌다고. 니키는 부모님에게 문제가 생기면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 누구보다도 엄마에 치매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다.


더 이상은 엄마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니키는 치매 요양원에 보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여동생 비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먼 곳에 사는 비티는 딸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오빠 니키가 반갑다.


다행히 엄마 루스를 찾았다. 지금 병원에 의사가 루스 치매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의사는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녀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 같은 치매 환자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며 조언한다.


아버지 버트는 흥분하면서 화를 낸다. 루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케어를 잘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엄마를 곁에서 돌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헌신적인 남편이다.


하지만 오빠 니키 생각은 다르다. 심지어 엄마가 아들인 자기를 못 알아보고 사귀자고 유혹을 했다는 것이다. 더는 엄마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여동생 비티에게 아버지를 잘 설득하라고 부탁한다.


비티는 아버지에게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자고 권유를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마침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이다. 아버지는 엄마를 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 엄마가 기억을 잃어버렸을 때 자기를 떠올리라며 젊은 시절 둘이 찍은 사진이 담긴 목걸이를 손에 쥐여준다.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엄마는 순수한 20대 시절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을 남자 친구라고 부른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침대에 같이 자고 있는 남편을 낯선 사람으로 착각하고 딸 침실에 와서 누구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날, 다 같이 성당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가족이다. 역시 가족은 함께 있을 때 보기가 좋다.



딸은 엄마와 같이 샤워를 하면서 추억에 잠긴다. 엄마가 자신을 목욕시켜준 옛날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제는 자기가 엄마를 깨끗하게 씻겨줄 때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엄마 머리카락에 염색약을 발라주면서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사랑은 헌신이야
Love is commitment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그게 우리의 약속이지


'사랑은 헌신이다' 아버지가 매번 강조하는 문구이다. 아버지는 그 신념과 사랑으로 가족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 신념이 때로는 아들과 딸에게 강요로 다가온 경우도 있었다.


아버지는 딸이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해서 20살에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을 소개해 줘서 결혼을 시켰다. 비티는 애정이 없는 결혼이지만 아버지 말대로 헌신하면서 살았는데 알맹이가 없어서 외로움을 기댈 곳이 없다.


게다가 대학교에 간 딸도 그런 분위기에 억눌려서 하기 싫은 공부를 하며 대학을 억지로 다니고 있다. 그로 인해 비티와 딸은 갈등을 겪는 중이다.


아버지에 완고한 성격과 마찰이 있는 자유분방한 아들 니키는 매사 아버지와 의견 대립을 하면서 각을 세운다. 알고 보니 니키는 엄마 루스 성격을 닮았다.


루스는 페미니스트에 전문직 여성으로 활약을 했다고 한다. 그녀와 아들 니키는 말을 할 때 거침없이 자유롭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매번 고지식한 아버지는 니키에게 말조심하라고 훈계를 한다.


구속을 싫어하는 니키는 술집 바를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생활한다. 여자 친구가 있지만 결혼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운 처지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부모님을 돌보랴 맘 편하게 가정을 꾸리기가 힘들다.


어느 날, 잠깐 한눈파는 사이 엄마가 또 사라졌다. 엄마를 찾아 나서는 아버지는 갑자기 심장에 문제가 와서 길가에 쓰러진다. 다행히 딸이 발견해서 큰일은 막았다. 평소에 심혈관 질환이 있었던 거 같다.


아버지도 뭔가를 느꼈는지 양로원에 엄마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이사 준비를 해서 엄마를 양로원에 보내고 아버지는 근처에 노인시설에서 지내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비티는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남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비티에게 장인어른이 장모님을 양로원에 보내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라고 말한다. 비티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지만 기분이 별로이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외로운 결혼을 유지해야 할지 괴롭다. 비티 딸도 이 집에서 계속 지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비티는 드디어 결심하고 남편에게 이혼을 언급하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비티 남편 얼굴빛이 어둡다. 딸은 집을 떠나 독립생활을 시작하기로 한다.


시카고에 아버지는 갑자기 바닥에 앉아 가슴을 움켜쥐며 니키에게 전화를 건다. 니키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장례식을 치르는 가족이다. 엄마는 남편 장례식 인지도 모르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서있다. 나중에 장례미사 안내장에 적힌 남편 이름을 기억하게 되고 눈물을 흘린다.


장례식이 끝나고 침대에서 비티와 엄마는 같이 누워서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 더 늦었더라면
네 아빠를 잊었을 거고
조금 더 빨랐더라면
너무 그리워했을 테니까

지금이 완벽한 때야


비티는 이제는 엄마를 맡아 돌보겠다고 오빠에게 이야기한다. 오빠는 힘들텐데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이제는 내 차례라고 대답한다.


비티는 엄마와 캘리포니아로 이사 간다. 이쁜 꽃들이 가득한 정원이 있는 요양원에 입주했다. 벤치에 앉아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가 선물로 준 목걸이에 담긴 젊은 시절 남편 사진을 보면서 엄마는 말한다. 남자 친구는 터키(Turkey) 같이 멍청하다고 농담으로 이야기한다.


요양원을 나서는 비티는 아버지가 타던 스포츠카를 몰고 있다. 그런데 터키 한 마리가 길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아버지에 젊은 시절 영상이 나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가족이란 뭘까요?”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부모와 함께 살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각자에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가족이 모일 일이 생겼다. 바로 아픈 엄마 때문이다. 현실도 영화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또 한 번 가족이 모일 때는 장례식 날이다.


그러고 보니 중년이 되어서 부모님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점점 이별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매가 더 심해진 엄마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다. 서로 한때는 따뜻한 가족이었지만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상처가 되는 말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바로 어려움을 가지고 만난 지금이 우리가 대화하기 가장 좋을 때라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표현해야 할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거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나중에 눈물로 후회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점차 기억이 사라져 가는 엄마를 두고 가족들은 서로 의견이 갈리지만 결국 가족 간의 사랑과 희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이란 어쩌면 위기의 순간이 되면 더 큰 하나에 원이 될 수 있다.




아버지 버트 캐릭터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역할을 잘 수행한다. 자신에 삶을 희생하면서 말이다. 아픈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하나하나 옆에서 챙겨준다.


버트는 다정다감하기보다는 책임감이 강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성격이다. 그는 재생관이 잘 된 사주가 아닌가 추정해본다. 개인의 만족보다는 남편에 역할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아들에게도 자주 말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반듯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부족해 보이는 면이 있다.


하지만 헌신을 하여 가족을 지키려는 그에 행동은 모범이 되는 아버지 모습이다.


엄마 루스는 페미니스트로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자신에 꿈을 펼치면서 살았다. 바쁜 엄마이기에 집안일을 착한 딸 비티가 많이 맡아서 했다.


루스는 엄마라는 역할이나 아내라는 역할보다는 자신에 커리어에 더 집중한 사람으로 나온다. 남편과 딸은 엄마에 길을 가게 하기 위해서 지원을 많이 해준 거 같다.


루스가 치매에 걸렸지만 그녀는 천진난만하고 유머러스한 소녀에 감성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애틋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녀를 돌보는 것은 마치 아이를 챙겨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루스는 좋은 남편을 만났고 자식복도 있는 거 같다. 그녀 사주는 관인 상생이 잘 되어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 거 같다.


오빠 리키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그는 말을 거침없이 하지만 속은 여리고 부모님 걱정 때문에 부모님 집 근처를 떠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칵테일을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술집 바를 운영한다. 그가 만든 칵테일은 상도 받았다. 아버지에 바람과 달리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리키는 아버지와 감정적 트러블이 있다.


리키는 식상이 발달되고 관성에 기운이 약한 사주는 아닐까 추청 해본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고 말을 거침없이 하는 편이다. 그는 엄마 성격이랑 비슷한 구석이 많다.


리키 여동생 비티는 아버지 성격을 닮았다. 그녀는 인내하며 결혼생활을 20년을 유지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은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딸에게 성실한 삶을 강요한다. 그래서 딸과 마찰이 있어 사이가 좋지 않다. 자신은 열심히 가족을 위해서 살았는데 결과는 외롭고 딸마저 자신과 멀어지려고 한다.


시카고 부모님 집에 방문해서 잠시 옛 동네 남자 친구를 만났을 때 외로움에 그 남자를 유혹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자기 내면에는 다른 남자를 원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녀에 사주는 인생 전반전과 후반전이 확연히 다른 기운으로 구성된 것은 아닌가 싶다. 전반전은 관성에 기운이 강하다면 후반전은 식상에 기운이 강한 것이다.


인생 전반전은 규칙과 사회에 순응하는 관성에 법칙에 살았다면 후반전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픈 식상에 기운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닌가 싶다.




영화 속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캐미가 재미있게 전개되어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나름 건강한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후반 약간에 반전이 재미까지 더해준다.


치매 걸린 엄마에 문제로 다시 만난 가족이지만 서로를 묶는 헌신에 끈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인 거 같다. 서로를 챙겨주는 노력 없이는 가족에 결속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족을 위해주는 것이 누구 한 명에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이 영화처럼 골고루 챙겨주는 그런 모습을 현실에서 이루어 내길 바라는 것이 감독에 의도는 아닌가 싶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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