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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Jan 23. 2018

위안의 말

여섯 번째 글/D6


#1

어릴 때 좌우명은 ‘난 할 수 있다’였다.

아마 사춘기쯤에, 부모님이 편지에 적어주셨던 '넌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내용을 보고 좌우명으로 선택했다. 그 친구들끼리 돌리던 우정 노트, 자기소개란에 좌우명으로도 적었던 것 같다. 약간 나이키 캠페인 같은 이 말은, 그래도 학창 시절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꽤 힘이 되어 주었다.



#2

대학시절부터는 아침에 세수하다 거울을 보면서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무슨 어떤 행복인지 구체적인 그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저 뭉뚱그려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심지어 기도를 하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좀 웃긴다. 전형적인 기복신앙 아닌가, 성당도 안 나가면서 ㅎㅎ 아마 연애하고 싶단 말이었던 것 같다. 풉



#3

직장인이 된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장인이 되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으며, 이미 돌고 있던 쳇바퀴에 올라타 그 쳇바퀴를 최선을 다해 돌리느라 좌우명도 기도도 없었다. 바쁘고 열심히 했고 힘들면서도 행복도 있었던 것 같다.



#4

그렇게 여러 해 지나다가 슬럼프가 왔다. 노력해도 잘 안되고, 어떻게 해야 잘하는지 모르겠는 일들이 마구 생겨났다. 아 내가 왜 이렇게 못하지, 자괴감이 들고 성취감을 느낄 수 없고 의욕이 사라지면서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다 상담을 받았고 결론은,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욕심부리지 마라,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라, 문제가 생겼을 때 자책하지 말라는 거였다. 결과가 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 했는데 이렇게 밖에 안 댔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인정해주라는 것. 

상담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말들은 위안이 되었다. 요즘은 가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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