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엄마 (7)

다림질과 아침밥

by YJ

민주는 집안 살림도 육아도 어느 것 하나 능숙하지 않은 초보 엄마이다.

하나의 생명을 낳고 키워낸다는 것은 엄청난 의무감과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하지만 어떻게든 잘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주 스스로가 엄마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다. 종종 까무룩 하게 힘이 빠지고 아기에게 눈 마주칠 힘도 없어서 버둥거리는 아기를 내팽개친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고 싶었지만 가느다란 실낱같은 끈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버텨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이 드는 자기 자신을 자책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아기를 한 번 더 꼭 끌어안았다. 어쩌다 전날 밤 꿈에 이은영이 나온 날엔 더욱 힘이 없고 무기력했다. 집에서 아기를 키우며 살림을 하는 전업주부인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짙은 상실감에 휩싸일 때에는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서 허공을 쳐다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래도...

민주는 어떻게든 이 아기를 잘 키워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었다.

아기가 첫걸음마를 뗄 때, 옹알이 속에서 우연히 "엄마"라는 소리가 들렸을 때, 곤하게 자고 있는 아기한테서 나는 뽀얀 우유냄새를 맡을 때에는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상실감도 리트머스 종이가 물을 쪼옥 빨아들이는 것처럼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가끔씩 가뭄의 단비처럼 빈 구멍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은 물 먹은 종이가 힘없는 손짓에도 찢어지듯이 너무나 쉽게 사라져 버리곤 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해내고 있는 건지, 다들 행복한지, 나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주의 남편, 태호는 늘 회사 일로 바빴고 퇴근 후에도 아기 돌보는 일과 집안일은 민주의 몫이었다. 대부분의 저녁시간에 태호는 피곤하다며 소파에 늘어져있거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 이 집에서 돈 벌어오는 사람은 태호니까 민주가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민주는 가슴이 뻥 뚫린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계획할 겨를이 없었다. 서툰 손짓으로 아기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만들고 기어 다니며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아기를 위해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갔다. 고민 끝에 앞으로도 계속 전업주부로 살 수는 없다고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민주의 계획은 남편인 태호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어차피 실행 불가능해 보였다. '갓난쟁이 아기를 누구한테 어떻게 맡기겠어.'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이 지금의 최선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 와이셔츠 좀 다림질해줘."

태호가 신경이 잔뜩 곤두 선 목소리로 민주에게 말을 던진다.

"뭐라고? 다림질?"

별 것도 아닐 수 있는 다림질 해달라는 말에 강한 거부감이 들어서 민주도 날카롭게 되묻는다.

무기력감과 상실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생각하는 민주에게 다림질을 해달라는 태호의 말이 유난히 더 밉게 파고든다. 태호는 민주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 와이셔츠 정도는 당신이 스스로 다림질하면 안 돼? 주말에 우리 별 일 없이 집에 있을 때 많잖아. 그럴 때 하면 되잖아?"

"뭐?! 주말에 다림질을 내가 하라고? 당신이 평일에 집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평소에 아침밥도 안 챙겨주면서 나에 대해서 당신이 하는 게 뭐가 있어?"

잔 물살을 피하려다가 거대한 파도를 뒤집어쓴 것 같은 당황스러움이 민주를 뒤덮는다.

"아침밥? 그 얘기가 지금 갑자기 왜 나와? 그리고 내가 과일이랑 떡 꺼내 주잖아."

"그게 아침밥이야? 그게 아침밥이냐고! 밥이랑 국, 반찬 이런 게 있어야 아침밥이지!"


민주와 태호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시끄러운 소리에 가만히 놀던 아기가 옆에서 울음을 터트린다.

"아앙~~~ 아앙~~~~"


민주는 다림질이 왜 그렇게 하기 싫었을까?

그리고 태호는 왜 그렇게 꼭 아내에게 밥과 국이 있는 아침밥을 챙겨 받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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