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국어 가사 습작 - 팝송에 한국어/일본어 가사 만들기
작사 공부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다. 수업 첫날, 선생님이 이제부터 음악방송을 편하게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비슷한 증상이 생겼다. 모든 노래가 가이드로 들리는 증상. 작사가 워너비라면 누구나 겪을 증상에 폴리글롯 워너비 녀석이 합류하자 멀쩡한 노래를 어설프게 다른 언어로 바꾸는 자아가 태어나 머릿속이 피곤해졌다. 이럴 바에야 제대로 습작을 하자는 마음으로 '3개 국어 가사 습작'을 시작하기로 했다.
첫 곡으로는 엘라 피츠제랄드의 <It's Only A Paper Moon>. 팬심으로 만들어진 나의 원더랜드 중심에는 엘라 피츠제랄드와 아이유가 있는데 거기선 종종 아이유가 이 노래를 부른다. 아이유가 우리말로 부른다면 원곡보다 좀 더 예쁘고 동화적인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이유는 일본어도 잘하니까.
분홍달
분홍달이 떠올라와
하얀 바다를 날아가
꿈이 아냐 이 모든 게
너와 함께니까
황금 나무 가지마다
수정 꽃망울 피어나
꿈이 아냐 이 모든 게
너와 함께니까
너 없이는
그저 그런 백일몽
너 없이는
빛바랜 동화책 속 닳고 닳은 그림
춤추는 별들 내려와
우리 둘의 손을 잡아
꿈이 아냐 이 모든 게
너와 함께니까
(반복)
맘껏 꿈꿔도 괜찮아
어디서나 언제나
우리 함께니까
桃色の月 복숭아빛 달
桃色の月が 복숭아빛 달이
銀河の中泳ぐ 은하수에서 헤엄쳐
ほら、夢じゃないよ 봐, 꿈이 아니야
君といれば 너와 함께라면
花びらのしずく 꽃잎 물방울들이
風と舞い上がる 바람과 함께 날아올라
ほら、夢じゃないよ 봐, 꿈이 아니야
君といれば 너와 함께라면
一人じゃ 혼자일 땐
つまらない夢 시시한 꿈일 뿐이야
一人じゃ 혼자일 땐
色褪せた絵本の昔話 빛바랜 그림책 속 옛날이야기지
踊る星の群れ 춤추는 별들의 무리
二人の手を引く 우리 둘의 손을 잡아
ほら、夢じゃないよ 봐, 꿈이 아니야
君といれば 너와 함께라면
(반복)
思いっきり踊ろう 마음껏 춤을 추자
ほら、夢じゃないよ 봐, 꿈이 아니야
君といれば 너와 함께라면
원곡 가사 번역도 해야지, 당연히.
It’s Only a Paper Moon
You say it’s only a paper moon
종이 달일 뿐이랬죠
Sailing over a cardboard sea
마분지 바다를 떠돌고 있다고요
But it wouldn’t be make-believe
하지만 진짜가 될거라구요
If you believed in me
당신이 날 믿는다면 말이에요
Yes, it’s only a paper moon
그래요, 종이 달일 뿐이에요
Hanging over a muslin tree
광목으로 만든 나무에 매달려있네요
But it wouldn’t be make-believe
하지만 진짜가 될거라구요
If you believed in me
당신이 날 믿는다면 말이에요
Without your love
당신의 사랑이 없다면
It’s a honky tonk parade
싸구려 퍼레이드겠죠
Without your love
당신의 사랑이 없다면
It’s a melody played in a penny arcade
낡은 오락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일 거예요
It’s a Barnum and Bailey world
이건 서커스 속 세상이에요
Just as phony as it can be
진짜는 하나도 없어요
But it wouldn’t be make-believe
하지만 진짜가 될거라구요
If you believed in me
당신이 날 믿는다면 말이에요
(반복)
It’s phony, it’s plain to see
보시다시피, 진짜는 아니에요
How happy I would be
그래도 얼마나 행복한데요
If you believed in me
당신이 날 믿는다면요
작사하는 소설가, 소설 쓰는 작사가
보시다시피, 아직은 지망생
But it wouldn't be make-believe
If you believed in me
따지고 보면 엄청난 각오와 희생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공부와 습작을 시작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건 결국 날 믿어 주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냥 이렇게 살면 나쁘지 않게 현상유지 정도는 할 수 있을 텐데 선취점 없이 시작해야 하는 게임이 하기 싫어진 영악함과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지난한 습작의 시간을 피하고 싶은 연약함에 발목 잡혔던 시간이다.
지금은, 그 시간을 끊어낸 것만으로도 일단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