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독립적인 편이다.
떠들썩하게 어울리기보다 각자의 공간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도 비슷하다.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몇 년 전부터 이런저런 공부를 시작한 남편은 안방을 차지했다.
딸은 늘 그렇듯 제 방 책상 앞에 앉았다.
어떻게 이해하고 푸는지 신통방통 할 만큼 어려운 것들을 배워낸다.
나머지는 전부 내 차지다.
삼시세끼 밥을 짓는 주방도, 코타츠가 놓인 거실도,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도.
우리 가족이 함께 좋아하는 공간은 좁디좁은 차 안이다.
가까운 공원이나 바닷가로 나가 좁은 차 안에서 집에서 준비해 나간 도시락을 먹고 차를 마시곤 한다.
말이 별로 없는 남편은 우리 모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딸과 나는 별 시답잖은 이야기로 몸을 들썩이며 웃는다.
쌀쌀하게 추운 날엔 라면을 먹는다. 환경호르몬 물질에 몹시 예민한 나는 따로 준비한 라면 용기에 컵라면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낸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남편과 딸은 아무렇지 않게, 즐겁게 받아먹는다. 설거지를 시키는 것도 아니니, 불평할 이유도 없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느긋해지면 공원이나 바닷가를 함께 걷는다. 17년 찍사 경력의 나는 딸을, 그런 우리를 남편이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는데 남편이 찍은 사진 속 우리는 매번 2등신으로 등장한다. 난쟁이 똥짜루처럼 찍어 놓고 예쁘다며 헤벌쭉하는 남자를 쥐어 팰 수도… 크흠!
소소하고 조용하게 즐거운 산책 후 차로 돌아간 우리는 그 작은 공간을 3 등분한다.
앞 좌석은 남편 차지다.
절반쯤 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모자란 잠을 자게 두고 딸과 나는 뒷자리를 나눠 앉는다. 딸이 들고 간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책을 읽는다.
우리 가족은 ‘따로 또 같이’가 자연스럽다.
모든 걸 함께 해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아빠와 딸, 딸과 엄마, 남편과 아내. 때로는 셋이 함께.
적당한 거리, 적당한 온기, 적당한 침묵.
그 거리는 매번 달라지고 온기도 침묵의 길이도 조금씩 바뀌지만 ‘따로 또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우리 가족의 신뢰이고 사랑이다.
무엇을 하든 ‘네가 가는 길은 옳다’, 어디에 있든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변치 않는다'.
그 말없는 뜨거움이 우리 가족을 묶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