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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Jul 30. 2020

가장 위대한 예술은 “나를 내려놓는 일”

                                                                                                                                                                                                                                                                                                                                                                                                                                                                                                                                                                       

근에 코로나로 인하여 초등학생인 첫째아이가 집에서 EBS방송을 듣고 학습지를 풀고 있다. 1학년 때는 학교를 보내기에 학교공부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ebs방송을 집에서 들으며 가정학습을 해야 한다기에 혼자 독학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왜냐하면 아이 스스로 ebs방송을 앉아 듣는 것 만으로도 대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이 집에 있으며 무심코 첫째아이의 학습지체크를 하더니 깜짝 놀라는 것이 아닌가. 지금 아이의 학습상태가 심각하다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첫째아이와 일상적인 대화가 조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잘 못 알아듣거나 혹은 자기 생각에 빠져 지금 대화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를 하기 일쑤였다. 학습적인 부분에서도 문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문제에 답을 엉뚱하게 써놓았기에 우리는 그 두 가지를 연결 된 문제로 인식하였다. 


그 동안 ebs시청을 아이혼자 하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고 생각하니 배신감도 살짝 들었다.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 채로 멍하니 EBS시청을 했던 것이다. 




정지된 뇌, 그리고 나의 흑역사...


나의 머릿속은 빠르게 과거로 돌아갔다. 


우리 첫째아이 돌쯤 아이를 혼내는 남편에게 엄마를 투사하며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던 나의 과거. 

그리고 나의 죄책감.


표현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느꼈지만 천천히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아이의 학습상태를 보니 심각했다. 억장이 무너졌다. 


그러나 처음에 놀라워하던 남편은 오히려 금새 담담해졌다.

“나도 처음에 좀 놀랐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아이같은 아이도 있는거지 뭐.
하루에 1시간정도 교과서 진도 나가고 잡아주면 될 것 같아! 며칠 같이 해 봤는데 잘 따라오던데!“



남편은 지금 현재를 사는 사람이다. 지금 현재 첫째아이의 상태를 더도 덜도 말고 그냥 그대로 직시했다. 그리고 즉각 실행에 옮겼다. 내가 과거에 묶여 허우적 거릴 동안 남편은 두발을 단단히 땅위에 뿌리박고 그렇게 거기 

서 있었다. 든든했다. 책임을 지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났다. 나도 아이처럼 구는 일을 그만해야겠다. 내가 도울 것이 있다면 돕기로 마음먹었다. 첫째아이와 남편의 학습시간동안 과일을 깍아서 주기도 하고 심심해하는 둘째아이는 내가 전적으로 마크하기로 했다.


그리고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한 “문해력”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찾아서 남편과 같이 보았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대화를 많이 나눈 아이가 당연히 공감력도 좋고 이해력도 좋다고 했다. 초등진학 전 이런 음성언어가 발달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치 않은 학생들이 문해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많고 조금만 부모가 관심을 갖고 잡아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보았다. 


또 책을 읽어줄 때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부모가 읽어주면 좋다고 하여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글밥이 많은 책을 골라 밤마다 읽어주기 시작했다. 국어수업을 하면서 백과사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남편의 말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도 들이고 도서관에 가서 초등국어사전도 빌려주었다. 


한달 정도 지나서 국어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금은 수학개념을 잡아주고 있는데 어려워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과거를 내려놓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동안, 목표를 정하고 방법을 찾아내어 즉각실행하는 남편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가장 위대한 예술은 ”나를 내려놓는 일“이라고 했다. 
나도 이제 그만 과거를 내려놓아야겠다. 책임지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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