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식

누군가에게 음식으로 기억됨이란,

by 쉬운 영양사

오늘 아버님 산소에 다녀왔어요.
가기 전에 뭘 가져갈까 한참 고민했는데, 결국 두부구이를 챙겼어요. 아버님이 좋아하시던 음식이기도 했고요. 사람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음식 있잖아요. 저한테 아버님은 딱 그런 음식이 ‘부드러운 것’으로 남아 있더라구요. 이가 많이 안 좋으셨으니까요. 씹기 편한 것, 자극적이지 않은 것, 목 넘김이 편한 것들요. 그런 걸 챙겨 드리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두부를 굽는데, 괜히 마음이 숙연해졌어요. 두부구이는 참 묘하더라구요. 겉은 살짝 노릇해도 속은 끝까지 부드럽잖아요. 아버님도 저한텐 그런 분이었던 것 같아요. 말수는 많지 않으셨는데, 이상하게 생각날 땐 늘 따뜻한 온도만 남아 있는 느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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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에 도착해서 두부구이를 올려두고 잠깐 앉아 있었어요. 곧 봄이라해도 바람이 생각보다 차갑더라구요. 근데 또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했어요. “잘 왔다”는 말이 들린 것도 아닌데, 와야 할 날에 잘 왔구나 싶었어요.

그러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그럼 저는 누군가에게 어떤 음식으로 남을까, 하고요.


누군가에게 ‘나’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조금 뭉클하더라구요. 꼭 맛있어서라기보다, 그 사람의 시간이나 마음이 붙어 있는 음식이잖아요. 힘들 때 떠오르는 국 한 그릇 같은 거, 별일 없어도 괜히 생각나는 반찬 같은 거요.


저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자극적이진 않아도, 괜히 편해지는 음식이면 좋겠어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살짝 허할 때 떠오르는 그런 맛이요. 따뜻한 밥 같은 사람일 수도 있고, 미역국처럼 말 대신 마음으로 챙기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그냥, 소박한데도 자주 생각나는 음식처럼요.

오늘은 아버님을 떠올리면서 두부구이를 챙겼는데요.
이렇게 사람을 생각하면 음식이 먼저 떠오르는 걸 보니, 기억이라는 게 참… 생활 속에 숨어 있더라구요.

혹시요, 누군가에게 ‘나’ 하면 떠오르는 음식, 생각나는 거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