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에 떠나리라’
3년 전, 순례 여행을 세웠다
늘 그렇듯,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여행 계획은 막연한 바람에서 시작되곤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꿈은 늘 이루어졌다.
그렇게 Santiago 순례 여행도 그렇게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또 하나의 ‘막연한’ 기대 속에 나만의 소중한 바람으로 내 안에 자리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고,
2019년도 왔고, 9월도 왔는데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인제 며칠 후면 9월도 지나간다.
그와 함께 나의 막연하고도 몽롱함 속에 꿈꾸던 산티아고 순례 여행은 점점 멀어져 가겠지.
며칠 전부터 퇴근 후 집에 갈 때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운동 겸 점점 떨어져 가는 에너지를 충전하자는 나의 소박한 시도였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Spotify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걷기 시작했다.
음악...
일을 할 때나, 책을 읽을 때나, 공부를 할 때나
무엇을 하든 꼭 음악이 함께 따라다녔던 나는 어디 가고
지난 몇 달을 음악 없이 그렇게 헐떡거리며 보냈다.
조그만 사무실로 옮긴 후,
개인 공간 없이 모두가 함께 일하는 작은 공간에서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매일매일을 생존경쟁 속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지쳐가고 있었고,
내 시선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자기의 색을 잃어버린 듯 회색 톤으로만 느껴졌다.
걸으면서 듣기 시작한 음악은 죽어버린 내 감성을 살포시 만져주었고,
흑백으로만 보이던 일상은 컬러링 되며 포근하고 따스한 파스텔 톤으로 입혀졌다,
내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이어폰을 따라 흘러나오는 음악을 조용히 따라 부르며 걷는 길..
마치 여행을 떠나온 듯 설렘까지 일고.
음악은 일상을 여행으로 바꿔준다.
이어폰에서 Imagen Dragons의 Not Today가 흘러나올 땐
갑자기 벅차오르는 감정을 어쩌질 못하고,
하마터면 울 뻔했다.
Santiago 순례 길을 걸을 때 이런 느낌일까
때로는 막막하기도 하고
때로는 몸도 마음도 힘들고 아프겠지만
때로는 감사하고
때로는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그렁대어지는
꼭 산티아고를 가야만 순례길이고
꼭 그곳에 가야만 나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잖나.
비록 Santiago 길은 아니지만,
내가 걷는 길이 바로 나의 길이고 장소가 아닌 내 마음이 있는 곳이 나의 길일 터다.
일상 속의 순례 여행.....
내게 주어진 오늘은
어제 누군가 간절히 원했단 시간이라는 표현은 갖다 붙이고 싶지 않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내게 주어진 행복도 감사함도 고통도 힘겨움도
기꺼이 안아 들고 가는,
그래서 오늘 하루도 충실히 임했고 잘 마감했음에 수고했다고 도닥거려주는
그런 나이고 싶다.
오늘을 사는 나...
그것을 깨닫기 위해 산티아고까지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점점 '하루'라는 의미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