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mpkin Apr 06. 2022

샛길로 빠졌던 출근 길

Saint-Preux의 Prélude Pour Piano



출퇴근 길에는 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전에는 주로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들었지만, 요즘에는 <일당백>을 듣는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지 않게 잠시 샛길로 빠졌다. 어제 듣던 일당백 에피소드를 이어 들으려고 Spotify에서 <일당백>을 누르려는 찰나, 매력적인 이미지가 나의 시선을 잡은 것이다. 마치 베네치아의 가면무도회 분위기의 이미지에 그 유혹을 끊어내지 못하고 꾸욱 눌러 버렸다. Saint-Preux의 피아노곡 연주 앨범이었다.





오. 마. 이. 갓
미칠 것 같은 이 느낌을 어쩌란 말이냐



<Concerto pour Piano>로 시작된 피아노 연주곡의 향연. 나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피아노 선율 위로 내 심장도 함께 건반 위를 뛰어다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잊고 있던 이 느낌. 미칠 것만 같았다.


이어진 곡은 <Divertissement>, <Prélude Pour Piano>.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 눈을 감고 걸었다. 하루하루 오직 내 발 딛는 끝만 바라보며 지내던 지난 몇 년의 생활. 죽어있던 감성들이 하나 둘 살아난 듯한 느낌이었다.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이 벅찬 감정으로 눈물은 그렁대는데, 가슴은 쿵쾅거리며 나를 들뜨게 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지. 사랑에 빠진 듯 붕 뜬 그런 느낌.


그래. 요즘의 내 생활이 그랬지. 감성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다. 나의 온 정신과 마음과 몸은 오로지 ‘일’에 초집중되어 있었다. 나의 모든 에너지의 초점은 현실적인 문제와 연관된 일에만 연결되어 있었다. 내 안의 정서는 메마름 가운데 있었다는 의미다. 그런 가운데 다가온 그리웠던 이 느낌, 오랜 시간 잊고 있던 감정에 흠뻑 빠져 허우적거렸다. 


오늘은 일을 하면서 생각이 많았다. 인제 내 생활을 좀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종일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항상 무언가에 미쳐서 살았던 지난 날들. 그런 열정을 가득 뿜어내던 그때의 내가 그리워졌음이다. 


지난 3년은 내게 암흑의 시간이었다. 혹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삶의 레슨을 가장 많이 배운 귀한  날들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던 날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나의 정원을 가꿔야 하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대충 살고 말 것인가, 눈을 감는 순간의 그 감정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걸까. 이제 수면 위로 올라올 시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집에 와서도 내내 그 생각에 잡혀 있었다. 겨우(?) 음악 몇 곡을 들었을 뿐인데......

그 감정을 어쩌질 못하고 결국 끄적거리고야 말았다.

.

.


나의 영혼을 터치한 곡들 중 한 곡을 올려본다.

Prélude Pour Piano by Saint-Preux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