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gelina C Nov 27. 2016

한 달이 6개월처럼

승무원의 시간은 잽싸게 흘러간다



내 나이가 한국 나이로 벌써 32를 향해 달려간다.

22살이었던게 엊그제같은데 앞 자리가 달라지다니

10년 전 이 맘 때쯤 나는 프랑스 어학연수를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10년 뒤엔 모 대형 항공사에서 부사무장 정도를 하고 있을테지 상상하고 꿈꾸고 계획하고 별 짓을 다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다니.

정말 저번 글의 주제만큼이나 한 치 앞을 못 내다보고 산다.

하긴 핏덩이같던 생후 두 달된 새끼 강아지 콩이도 저렇게 1년 반만에 성견이 되었으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어느 순간부터 어른들이 말하던 눈 깜짝할 새라는 표현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특히 2013년 이후 시간은 정말 광속같다.

그리고 지금 KTX 근무를 시작한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3개월은 흐른 듯한 느낌이다.

지난 한 달동안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말도 마시길. 지난 3년동안 있었던 일과 맞먹는다. 다 얘기하자면 아라비안 나이트를 찍을 수도.




누가 그랬다.

승무원들이 동안이 많은 이유가 관리를 해서이기도 하지만 남들보다 시간이 빨리 가서 그렇다고.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간다고?

글로 설명하려니 나도 힘들지만 비교할 수 있는 예로는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물의 행성 밀러에서의 시간을 생각하면 좀 쉬우려나. 남들의 3시간은 우리에게 30분쯤 된다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시간이 후딱 후딱 가버리는데 체감 시간은 얼마 안된다는 거. 오늘 출근해서 내일 퇴근하는 스케쥴을 한 달에 몇 번씩 하다보면 더 심하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고 몇 일인지가 중요한게 아니고 오늘 탈 열차가 어떤 운행이고 내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기념일, 생일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나만 해도 추석 전날인 오빠 생일을 까먹고 있다가 (참 잊어버리기도 어려운 날짜인데) 뒤늦게 축하인사와 용돈을 보냈다.





얼마 전 후배였던 아는 동생을 만나 밥도 먹고 커피도 한 잔 했더랬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승무원 준비생이었던 시절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어찌나 둘 다 공감했던지.

준비생이었던 시절엔 입사만 허락한다면 뼈를 묻겠다 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면 교육받을 때가 그리울 정도로 일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나는 2008년 대학 졸업반 시절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승무원 준비를 시작했고 치열하게 수 많은 면접을 봤지만 모 외항사 파이널에서 떨어지고 끝내 항공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면접을 위해 쓴 시간과 돈은 어마어마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그만큼 얻은 친구들과 경험들은 항상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니까. 또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이 회사에 흘러 들어와 이렇게나 끈덕지게 다니고 있지 않은가. 만 30년인 내 나이는 이제 곧 만 31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난 무언가 내 눈과 가슴을 반짝일 재미난 것들을 찾고 있다. 이 날 만난 이 동생은 그 재미난 것을 찾은 듯 했다. 타 LCC 전직에 우리 회사 전직에 다시 이 LCC에 입사했으니 승무원 경력만 거의 5년차, 이제 회사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 장단을 맞춰야 할지 아는 노련한 직장인이 되었으니 이 정도 힘든건 힘든것도 아니란다. 동기인 어린 친구들은 앓는 소리를 하는데 서른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LCC 신입으로 다시 들어가 임원들의 기대를 등에 업은 부담감으로 힘들다는 내색도 없이 국내선 교육을 1등으로 끝냈다는 얘길 듣고 진짜 대단하다 생각했다. 어찌보면 서른의 나이에게는 불가능이나 다름없는 항공사를 이 친구는 열정 하나로 뚫은게 아닌가. 시간은 야속하게 빨리 흘러가지만 잡을 수 없다면 이렇게 시간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 밖에. 배울 게 참 많은 친구구나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승무원들이 나이 많은 미혼이 많은 이유가 눈이 높아서가 아니다. 시간이 없다. 스케쥴은 들쑥날쑥 주말에 쉬는 것도 아니고 출 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으니 데이트는 고사하고 소개팅잡기도 힘들다. 만남을 이어 가기도 쉽지 않으니 때를 놓치면 스케쥴 쳐내기 바쁘게 일만 하다가 나이가 들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그 중에 1인인가 싶기도 하다.








시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유난히 내 시간만 미친듯이 흘러가는 것 같은건 느낌적인 느낌인걸까.

아니나다를까 이틀 간의 휴무가 벌써 지나가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