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자기합리화
이 글을 쓸까 말까 꽤나 망설였다.
연예인들의 상습도박, 불법도박 뉴스들을 접하면서도 나와는 1도 관계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얼마전 도박중독에 대한 시사프로 재방송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드라마 ‘올인’의 실제 모델이라는 프로갬블러 차민수씨는 인터뷰에서 ‘카지노에서 돈을 따는 것은 벼락을 맞고 살아날 확률보다 낮다’고 했다.
카지노는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는 장소이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러 가는 곳이 아니다.
해외에 나가면, 가는 곳마다 작든 크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프랑스식 인사법 비쥬Bisou만 해도 한번만 하는 사람부터 2번, 3번, 4번까지 출신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은 짧은 순간 눈치가 빨라야 한다.
엇박자가 나면 상대방이 무안해 할 상황을 만들 수도 있고, 입뽀뽀를 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함께 해외공연을 나가는 배우와 스텝들에게 현지에서 지켜야 할 매너, 우리와 다른 문화, 음식, 특이점 등을 알려주는 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지만, 나는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걸 함께 경험하는 자체가 즐거워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나에겐 카지노도 해외에서 경험하는 새로움 중 하나였다.
해외 투어 일정 중 방문지의 공항, 호텔, 시내에 카지노가 있는 경우, 함께 공연을 간 사람들에게 카지노에서의 매너와 게임의 룰을 설명해 주곤 했다.
자기합리화.
나는 뭔가를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을 때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펼친다.
이를 바탕으로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지켜 나가는 게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테마파크, 볼링장, 실내골프장, 노래방 등 놀이시설을 이용하면 이용료를 내는 것처럼, 나는 카지노를 방문할 때의 ‘게임머니’를 정해 놓았다.
입장료가 없는 카지노의 ‘이용료’를 스스로 정해 놓은 것이다.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죄책감이 밀려드는 성격이라 이 방법이 나에겐 잘 맞았지만, 몇몇은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것 같았다.
어느 해, 해외공연을 나가서 호텔 체크인을 마치자 마자, 몇몇 동생들이 그 도시의 카지노가 어딘지 물어왔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이후로 나의 해외문화 소개 매뉴얼에서 카지노는 영영 삭제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시절 게임의 룰을 설명해 준 지인 중에 갬블에 빠진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에 한번씩 눈에 들어오는 카지노 관련 다큐나 르포 프로그램을 볼때마다 나는 혼자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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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