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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o Oct 07. 2022

동네 카페가 없어지고 메가커피가 생겼네

수천번의 칼질을 온몸으로 받아낸

버려진 도마가 지난 세월을 토로한다.


여자들의 3대 소울푸드는

피자 파스타 떡볶이라고 하던데

떡볶이는 남자의 소울푸드 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적부터 다니던 동네 떡볶이집은

고소한  향미가 있는 리차를 내어주었고

공장 단무지가 아닌 수제 피클을 내어주던 곳이었다.


언제 한번 들러야지 들러야지 하다가도

재료가 소진되면 일찌감치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휴무였는지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는 안내문이 붙을 때까지

끝내 방문하지 못했다.


철거업체가 다녀가더니

이내 인테리어 업자가 들어왔고

추억 분식집은 마침내 흔적마저 없어졌다.


그리고 그곳은 마라탕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되었다.


마라탕 집도 누군가의 소울푸드가 되고

누군가의 단골 식당이 되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닐 것 같다.


식당뿐이던가.


나를 기억해주던 사장님이 운영하던

개인 카페들마저 최근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테이크 아웃시 50% 할인이라던가

임대문의 같은 안내문이 붙는다던가 하는

폐업 징조가 없었기에 좀 당황스러웠다.


가격대는 좀 있었지만

전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경로 시작점에 위치했고

원두를 홀라당 태운 맛이 아니라 좋아했던 카페였다.

혼자 짱박혀 있기 좋은 좌석과 취향의 음악까지.


어두침침한 바에서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눈인사를 건네던 사장님은 온데간데없고

노란 간판 아래서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어린 알바가 있는 카페에는 왠지 발길이 가질 않는다.


메가커피, 컴포즈 커피가 대세가 되고

마라탕은 치킨, 피자, 짜장면과 더불어

배달음식계의 사천왕으로 이미 등극했다.


언젠가 나도

가격이 깡패에다 맛이 나쁘지 않은

저가 커피를 마시는 빈도가 늘어날 테고,


국물요리에 환장하는 한국인이기에

마라탕 국물에 고량주 한 잔 마실 일이 많아지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애용하던 노포를 잊지 않으리.


경제논리에 의해 바뀌거나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에게 아쉬움과 감사함을 아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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