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화도읍이 어...얼마라구요??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던 3월초, 남양주로 임장을 다녀왔다. 사실 임장이 목적은 아니고, 근처 맛있는 민물매운탕 집에 들른 김에 이전부터 한번 둘러보고 싶었던 남양주 화도읍의 전원주택들을 둘러보러 간 것이다. 사실 공기좋은 영동지역에서 살겠다고 생각했기에 남양주는 한번도 고려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 그나마 양평쪽은 고려해봤고, 실제 임장도 갔었지만 그래도 양평은 상수원 보호지역이 아니던가?
다만, 서울과 물리적인 거리를 외면하는게 쉽지 않다보니, 양평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울하고도 가까운 남양주도 한번쯤 보자는 생각이었다. 뭐..요즘 속된말로 돈도 없고..
화도읍은 전원주택단지를 생각하면 한번쯤은 알게 되는 곳이다. 마곡역을 중심으로 아파트들이 새로 많이 지어졌고 그러다보니 배후 지역에 자연스럽게 빌라 및 전원주택 단지들이 생겨난 곳이기 때문이다. 마석역 주변으로 마트나 편의시설 등이 잘 들어섰으며, 무엇보다 북한강이 바로 옆에 있지 않나!
더욱이 화도읍은 예전에 자주 보던 구해줘 홈즈에서도 자주 소개됐던 곳이기도 하다. 4억~5억 정도의 작지만 나쁘지 않은 듀플렉스 하우스도 있었고, 주택 등도 있었다. 기억으로는 편의시설 등이 적은 시골? 느낌이지만 가격적인 장점이 있는 동네로 기억한다. 물론 마석역 근방 역세권의 주택들은 아니고 배후지역에 위치한 마을 기준이다.
일단 적당한 예상을 설정해서 화도읍 부동산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적당히 쓸 수 있는 현금이 4억정도 있고, 대출로 1~2억 정도 보태서 집을 장만하려고 하니 전원주택으로 매물이 있다면 볼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이 놀라웠는데, 그 일대에 5억 전후의 집들이 없다는 것이다. 6억정도로 올라가봐야 듀플렉스집 정도만 가능하며, 전원주택은 대부분 7억이 넘어간다고 하더라.
"사장님, 유가만 오른게 아니에요. 집 원자재들도 다 올라가서 요즘 전원주택 가격들이 다 올라간데다, 공시지가를 정부가 올리면서 여기 맞춰서 집값이 다 올라갔어요"
아니, 몇년 전에 집은 이미 지었건만 니켈 가격 올라간거랑 집이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공시지가가 올라가면서 집값이 따라 올라갔다는 말은 이해가 됐다. 집을 팔고 다른 집에 가야 되는데, 다들 세금이 올라가니 그걸 감안해 집 호가가 올라간 거곘지... 아니 그래도 2020년 가을에 나온 주택이 4억 6천 이었는데 2년이 채 안지나 7억이 넘는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 뭐 아파트는 2배가 됐으니 오히려 덜 오른걸로 봐야 하는건지..
애초에 구매할 생각도 없긴 했지만, 기분이 좀 상한채로 부동산과의 만남은 잡지 않고, 근처나 한번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화도읍 근처의 마을들을 둘러보러 갔다. 북한강변에 위치한 카페, 음식점들을 뒤로 하고 약간 내륙쪽으로 차로 5~10분정도를 들어갔더니 적당한 전원주택들이 모여있는 마을들이 나왔다.
위 사진이 한 마을 골목길에서 보이는 전경이다. 집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고, 편의시설은 없지만 조용했다. 다만,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길이 아무래도 좁았고(1차선), 군데군데 물류창고들이 난립해 있었다. 집, 창고, 집, 창고, 창고, 집.. 이런 식으로 말이다. 위 사진은 그나마 마을 깊숙히 들어와서 찍은 것인데, 저마저도 막상 눈으로 보면 물류창고들이 중간중간 있었다.
동네는 전형적인 시골마을 느낌이었다. 하남과도 가깝고, 북한강도 근방이며, 동해바다도 쉽게 갈 수 있겠지. 출퇴근만 아니라면 서울로도 큰 부담없이 왕래할 수 있는 거리기도 하다. 그렇다고 딱히 정감이 가지도 않았다. 어릴때 부암동에서 유년과 학창시절을 보낸 입장에서는 저정도 자연은 쉽게 볼 수 있는거였고, 7억이면 부암동의 나름 괜찮은 빌라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겠지만, 자연이나, 공기, 물가가 시골이라고 보기 애매한 화도읍은 부암동은 커녕 오포의 타운하우스보다 못하다는 셍각이다.
어렵다. 확실히 어려워.. 남양주, 여주 근방에 북한강을 좀 내려다보는 집들도 있는걸로 아는데 좀 더 뒤져봐야 하는데, 아니면 양양쪽을 다시 들려봐야 할지, 혹은 선택지에서 빠져있던 제주도 생각을 해봐야 하는건지 속내가 복잡하다. 집이 아니라 택지라도 마음에 들면 점찍어 둘텐데, 이런 상황에서는 머뭇거리다 놓친 양양의 정암마을이 참 아쉽지.
직장동료가 2월 제주도 한살살기를 하면서 리모트 근무를 하고 돌아왔다. 주말이라고 숙소 근처 바닷가 사진을 찍어 보내줬는데 그게 참 예술이었던거지.. 뭐라더라, 제주도 갔더니 자기 아까워서 쓸데없이 새벽까지 꺠있는게 아니고 11시에 바로 잠에 들었다고 한다. 뭐 자연도 좋고, 자연스럽게 동네도 걷게 된다는데.. 그냥 귓등으로 흘렸다가 보내온 사진을 보고 바로 납득이 된거지.
제주도는 남양주의 7억을 들고 충분히 이주가 될 것이다. 내가 바라는 대청마루와 방2개 이상, 넉넉한 마당을 갖춘 단층집이 가능하겠지. 당분간 제주도 살이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해봐야 겠다. 엄청난 크기의 벌레, 비싼 물가, 여름철 무시무시한 태풍과 어항속에 있는듯한 습도 정도가 내가 알고있는 것인데..
남양주는 실망스러웠고, 내 계좌는 더 실망스럽지.
그래도 충북,남양주 정도는 내가 원하는 지역은 확실히 아니다. 양평, 양양, 아야진 근처의 고성 그리고 이제 새롭게 후보로 등장한 제주도를 두고 다시 생각을 정리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