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관이 있었다.
벽에는 세월이 남긴 얼굴들이 빽빽했다.
웃음이 많고, 색이 조금씩 바랜 사진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낡은 점퍼, 거친 손끝.
그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사진사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카메라를 들었다.
셔터가 눌리는 소리, 한 번.
현상기에서 사진이 천천히 밀려 나왔다.
남자는 그것을 받아 들고 오랫동안 바라봤다.
“사진이 이렇게 오래 걸렸던가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사진사는 대답 대신 필름을 빛에 비추었다.
남자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봉투를 받아 든 남자는
사진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얼굴, 누가 기억해줄까요.”
사진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끝에 남은 빛이 미세하게 떨렸다.
문이 닫히자,
벽 위의 사진들이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 빛이 한 장의 틈으로
아주 천천히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