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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by the Water Oct 31. 2023

꿈속으로 찾아온 무녀

(작년에 썼던 이 글을 발행 취소했다가 다시 올린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상위자아 혹은 내 영혼 안내자들은 꿈에 나타나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주말, 남편과 시어머니와 함께 시어머니의 주도로 커피도 마실 겸 쇼핑도 할 겸 인근 쇼핑몰에 갔다.  

쇼핑몰에 시어머니가 우리 부부를 위해 눈여겨봐 둔 것이 있다고 했다.  주차장으로 나가는 쇼핑몰 출구 구석에 임시로 자리 잡은 판매대였다.  알파카로 된 다양한 물건을 파는 곳이었다.


시어머니께서 봐둔 물건은 생명의 나무가 침대 커버 전체에 크게 뻗어있는 에콰돌산 알파카 침대 커버였다.  보는 순간 찬사가 터져 나왔다.  마음에 쏙 들었다.  역시 눈이 날카로우신 우리 시어머니는 내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다.


당장 구입을 했다.  에콰도르에서 직구한 순수 알파카이고 180대 210센티의 크기에 비해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그다음 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데 시댁에 가 있느라고 며칠 난방 없이 집을 비워두어서 그랬는지 엄청 추웠다.  새벽 두 시 반까지 잠을 설치다 안 되겠다 싶어 비몽사몽으로 아직 제대로 풀지도 않은 여행 가방에서 새로 산 알파카 침대 커버를 꺼내 가져왔다.  그것을 덮고 서서히 참이 들어 아침까지 푹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너무나도 생생한 꿈의 여운을 느꼈다.


꿈에 나는 어딘가에 누워있고 내 옆에 긴 검은 머리의 60대 정도로 보이는 무녀가 나를 내려다보며 앉아 있었다.


무녀는 나의 심장 밑 배꼽 위쪽에 검지손가락을 살짝 대고 말했다.  "삶에 큰 굴곡은 없고 대체적으로 편안하고 순조롭네..." 그러면서 그 검지 손가락을 윗배에서 심장 쪽으로 천천히 끌고 가더니 심장에서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내 심장을 정말 세게 아플 정도로 꾸욱 누르며 말했다.   "쯧쯧, 그런데...... 복수가 있고, 복수는 더 큰 복수를 부르고, 그 복수는 더 큰 복수를 부르는 악순환이 있네.  이렇게 계속 이어져.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 있긴 해.   복수의 행위를 내 선에서 멈춰야 해.  그런데 무행위만으로 그 고리가 끊기지 않아.  마음속에서 그 감정을 탈바꿈시켜야 돼..."


내 심장을 누르는 검지 손가락의 압박도 너무 선명했지만, 무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명확해서 꿈이 아니고 정말 내가 정말 방금 무녀를 만나고 온 것 같았다.  내 심장도 조금 얼얼했다.


하루 종일 꿈속의 무녀의 말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마피아족도 아니고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웬 복수??!  복수란 무엇을 의미했을까.  


복수라는 말이 내 현재 삶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하루 종일 생각했다.  복수는 발현된 행위이다.  그 행위의 원동력이 되는 감정은 상대방에 대한 원한, 원망, 더 나아가 상대방을 향한 악의다.  결국, 무녀가 가리키고자 했던 것은 크고 작은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아직 내려놓지 못한 내 안의 크고 작은 원망(resentment)들이 아니었을까.  내가 이 감정들을 승화 혹은 탈바꿈 (or alchemize) 시키지 않는 한 그 감정들은 계속 내 삶에서 다시 그리고 또다시 반복해서 나타날 것이라는게 아니었을까라는 해석을 나름대로 했다.  이 생애에서 탈바꿈시키지 않으면 다음 생애에 다시.  이렇게 악순환의 고리는 끝없이 펼쳐질 것이라는게 아니었을까.  (이글을 쓰고 나서 몇주 뒤 우연히 읽고 있던 책에서 본건데 복수심은 욕심, 승부욕, 명예욕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아침에 여행 가방 정리를 하다가 침대 커버를 판매한 여자의 명함을 발견했다.  그녀의 이메일과 웹사이트가 적혀 있었다.  침대 커버가 결국 너무 마음에 들어 또 다른 어떤 특이한 상품들이 있을까 해서, 혹시 온라인 주문도 가능할까해서 그녀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봤다.  그리고 정말 놀랐다.  


그녀는 무녀였다. (샤먼)


https://lesailesdekatia.com/





#무녀

#생명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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