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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by the Water Apr 13. 2024

가족

한국에 온 지 2주가 넘었다.  2주 연차를 내서 한국에 동행한 남편을 미리 덴마크로 보내고 나는 일주일 더 있기로 했다.  부모님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이다.  나이가 더 들어갈수록 나도 나이 먹어감을 절실하게 느끼는 단계가 되었는데 아직도 건강하셔서 하고 싶은 활동을 하실 수 있는 부모님이 너무 감사하다.  나는 다시 돌아가야 할 사람이니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는 순간순간이 감사하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가족이 많이 보고 싶었다.  가족 꿈을 자주 꾼다.  꿈속에서 우리는 가족 여행 중이거나 집에 네 식구가 같이 있다.  그런데 꿈에 나오는 우리 집은 내가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고 본 적도 없는 집이다.  꿈속에서는 분명 우리 집인데 꿈에서 깨어나면 거기는 내가 살아본 적도 본 적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평행세계인가? 전생인가?  어쨌든 멀리 떨어져 살아도 가족과 나의 에너지적 연은 견고하다.  오랜 생애에 걸쳐 서로의 성장과 진화를 도와주는 나의 영원한 소울 트라이브 (영혼 부족)의 핵심멤버들이다.  


사실 40 중반까지도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있었고 저항도 있었다.  그런데 우주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치유를 선물해 줬고 예전에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부모님에 대한 나의 저항과 원망은 흔적 없이 나를 떠났다.  특별한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이런 것을 기적이라고 하나보다.  내가 행한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큰 무엇인가가 나를 통해 행해졌다.  지금은 그냥 무한히 감사하고 넘처나는 사랑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더 이상 그 어느 것도 바뀌어야 한다고 느껴지는 것이 없다.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 완벽하고 감사하다.  


남편을 보내고 나니 내 시간이 갑자기 많아졌다.  살림할 일도 없고 음식을 만들어먹어야 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부모님과 함께 계속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생활이 있으셔서 따로 약속해서 만나야 한다.  


그래서 인근 요가원에서 일주일권을 등록했다.  원래는 한 달 회원제인데 내가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요금제에 없는 특별 7일권을 5만 원에 발급해 줬다.  


토요일 11시 수업.  지금은 열 시.  요가원 근처 카페에서 카푸치노와 함께 글을 쓴다.  이 순간도 감사하다.  내 나라에 오니 너무 좋다.  내 언어를 하니 너무 좋다.  외국인이 아니어서 너무 좋다.  이것도 나에게는 지난 1-2년 사이에 온 변화이다.  늘 그랬던 것이 아니다.  이것도 치유의 과정이 필요했다.  가족관계 치유와 함께 나의 뿌리에 대한 힐링도 저절로 이루어진 듯하다.  상처들이 치유되고 나서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넘쳐나는 사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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