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위한 족보 올해도 적어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 이번 키워드는 "DRAGON EYES".
2023년은 개인적으로도 챗GPT를 처음 접하고 업무에 적용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크게 체감한 해였는데, 책 소개글에도 이번 책은 'AI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해야 할 역할과 역량에 주목했다'는 문장이 있어 반가웠다. 각각의 키워드 정리,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적인 코멘트를 간단히 적어보았다.
1. 분초사회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 가성비보다 시성비. 시간이 더 아까운 사회로 돈을 쓰더라도 시간을 갖기를 원함.
- Z폴드의 멀티윈도, 유튜브 결말포함 요약본 등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집약해서 보는 사회
- 절대&체감 대기시간 줄이기 -> 배민의 배달현황 화면이나 테이블링 등의 앱과 연관될 듯.
- 소유위주의 경제가 경험위주의 경제로 변경
- (OTT 중심) 콘텐츠가 범람 + 재택근무 등의 경험으로 시간을 스스로 유연하게 쓰는 경험이 축적되며 시간을 따져 쓰려는 경향이 생김
- 소비에서도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 고객의 시간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
(+) 나도 유튜브를 대부분 2배속으로 본다. 보고 싶은 콘텐츠는 너무 많은데 시간은 없으니까..! 예능도 숏츠로 짧게 축약된 걸 본다. 근데 그렇게 요약본만 봐도 이야기가 통하는 시대라는 게 신기. 내가 속한 뷰티 산업에서도 고객들이 제품 언박싱 콘텐츠나 30초 리뷰 등 짧고 굵게 핵심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선호한다. 필요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숏폼 콘텐츠의 인기도 한동안은 식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일반 유튜브 영상과 평균 도달/뷰 자체가 확연히 다르기도 하고...
2. 호모 프롬프트 (Rise of 'Homo Promptus')
- 인간이 AI와 소통하는 명령어가 프롬프트. 호모 프롬프트라는 개념은 키워드가 '호모'로 시작하는데 이는 이 질문이 '인간'으로부터 시작하는 데에 의미가 있기 때문
- AI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인간이 고유의 창의성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함
- 인공지능의 결과물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인간만이 결과물에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을 것
- 기업은 민첩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개인은 결과물을 메타인지로 스스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함
(+)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올해 회사에서 AI 교육을 신규 개설해서 몇 개월동안 수업을 들었는데.. 일하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걸 경험했다. 무수한 시간을 들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안을 작성하고 (보도자료, 디지털 카피, 각종 SNS 카피 등), 시안을 위한 레퍼런스를 찾던 모든 업무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수 있다니!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하면서 인간은 어쩌면 노동 그 자체에 너무 매여 살아온 게 아닐까 하는 얘기를 했다. 애초에 이렇게까지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인 거지..라고 말해보는 노동자 뷰티 마케터로서 생성형 AI를 학습한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브런치 글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역시 민첩성 그리고 이에 대한 성찰과 책임이라는 점도 대공감.
3. 육각형 인간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측면에서 완벽을 선망하는 것, '육각형 인간'
- 성공을 타고난 것으로 생각 + 완벽주의 강박사회의 반향이며, 타인을 줄 세우는 잣대로 활용되기도
- ex. 올드머니룩 / 대대로 이어져온 상류계층의 고급스러운 패션 스타일. 선망의 대상.
- 과도한 SNS 사용으로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에 익숙해진 현실도 반영.
- 숫자로 비교하는 현상: 소득별 브랜드 등급도, 연예인 앰배서더 순위
(+) 숫자로 무언가를 비교하는 건 꽤 오래된 악습이다. 아이돌 시장에서도 가장 치열한 게 바로 초동 순위인 것처럼.. 초동이란 음반 발매 후 일주일 동안 앨범을 얼마나 판매했냐는 건데, 이 판매량이 아이돌의 브랜드 가치, 상품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 때문에 회사들이 기를 쓰고 포카 팔이를 하고 팬들이 가장 치열하게 돈을 쓰는 구간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수치적 잣대가 너무 많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갓생/미라클모닝이 트렌드였던 맥락도 비슷할 거고.. 여러모로 씁쓸했던 트렌드.
4.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 고정된 가격인 아닌 다양한 N개 가격을 제시하고 기존에 없던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
- 시간/장소/유통 채널/타깃 고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짐
- ex. 해피아워, 기다리면 무료가 되는 웹툰/웹소 등 콘텐츠, 첫 고객 할인, 고객 맞춤 쿠폰, 다양한 여행자 보험 상품 등
- 기술의 발달로 유연한 가격 체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이는 공급자에게 대부분 이익이 돌아갈 것
(+) 타이틀을 보자마자 하이브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바로 떠오른 케이팝 러버.. BTS 슈가와 TXT 북미 콘서트 티켓을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해 판매했던 걸로 아는데 이미 기존 티켓값이 비싼데 3배 이상 올라서 백 몇십만 원 정도 했던 기억이.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라면 좋겠지만 저렇게 맥락 없이 애정을 담보로 장사하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커머스 채널처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이야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5. 도파밍 (On Dopamine Farming)
- 게이머가 파밍을 하며 아이템을 줍줍 하듯 사람들이 재미를 좇는 것을 의미
-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에서 재미를 추구하며 재미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함
- ex. 택배차 레이싱 콘텐츠, 여드름 짜기 ASMR 콘텐츠, 랜덤코디 챌린지 등
- 숏츠 등 숏폼 콘텐츠의 인기로 계속해서 도파밍 콘텐츠의 인기는 지속될 것
(+) 짧은 시간+극단의 재미를 추구하는 콘텐츠는 계속 인기가 많을 듯하다. 한동안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시달릴 때 내가 제일 많이 봤던 콘텐츠는 비누를 부수는 ASMR 영상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걸 부술 수는 없으니까요 ASMR처럼 단순하게 오감을 자극하는 방식이나 혹은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장면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쭉 사랑받을 듯.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요즘 일반 지상파는 너무 볼 게 없다. 놀면 뭐 하니는 너무 지루하고 슴슴한데 나는 솔로는 골 때리게 짜릿한 것처럼..
6. 요즘남편 없던 아빠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 밀레니얼 세대 신랑/남편/아빠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남성상
- 권위적 가장에서 평등한 동반자로. 가사분담, 능동적 협조적 자세
- 육아를 위해 정시 퇴근하는 '6시 신데렐라'
- 부부간, 가족에게 잘해야 점수가 쌓이고 그걸로 원하는 걸 하나 할 수 있다는 '패밀리지'
(+) 실제로 주변에 일찍 결혼한 (남자) 친구들을 보면 우리 때의 아버지들과는 상당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 노동에 적극적이고 육아에 매우 진심이며 그런 활동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이 외에는 크게 코멘트할 부분이 없네.. 패스!
7. 스핀오프 프로젝트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을 잣듯이 '파생되다'라는 의미를 지닌 '스핀오프'
- 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쓰이던 개념이었으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
- 콘텐츠 스핀오프: 원작과 같은 세계관의 이야기로 외전/번외 이기도 함. OTT 콘텐츠에서는 투자 대비 실패 확률이 적은 장점이 있음.
- 조직적 스핀오프: 사내 벤처 창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추세
- 개인 스핀오프: 사이드 프로젝트, 조용한 부업 열풍
(+) 올해 독립 출판 북 페어인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가보니 개인 스핀오프의 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본업은 00인데 책을 냈다 는 소갯말이나 부스 포스터가 얼마나 많던지! 스핀오프는 피보팅과 다른 개념이라는 것도 잘 알아두면 좋겠다. 피보팅이 전략을 수정하는 개념이라면 스핀오프는 핵심은 유지하되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방법.
8. 디토소비 (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
- 특정 대리체가 제안하는 선택을 추종하는 소비.
- 'Ditto'는 "나도"라는 의미로 뉴진스의 노래로 더 알려진 단어
- ex.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반영하는 마이크로/나노 인플루언서의 의견을 그대로 따름
- 복잡한 소비가 불안한 소비자. 손쉽게 최적의 선택을 하는 방법으로 누군가를 추종하게 됨
(+) 메가 인플루언서의 파급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트렌드 자체가 마이크로 하게 쪼개지면서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유튜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니.. 구독자가 많은 인플보다 나의 취향과 더 잘 맞는 인플의 추천에 더 쉽게 마음을 여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가 대리체(인플)와 협업할 때 얼마나 fit이 맞는지 체크하는 단계인 것 같다. 브랜드의 방향성, 상품의 USP, 인플의 결 삼박자가 고루 맞아야 고객들에게 진정성 있는 임팩트를 전달할 수 있다.
9. 리퀴드폴리탄 (Elasticity. Liqudpolitan)
- 리퀴드는 액체, 폴리탄은 도시라는 의미로 현대의 도시와 지역이 액체처럼 유연하고 서로 연결되며 변화하는 가변체라는 의미
- 지역 자체가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므로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이 더욱 주목받는 시대 (연남, 인천, 양양, 부산 등)
- 리퀴드폴리탄을 만드는 요소
시그니처 스토어: 특정 지역에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점포가 있는가?
지역 기업가: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에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는가?
도시 기획자: 상권/소비자 특성을 분석하고 해당 지역에서의 '경험 여정'을 만드는가?
사람들을 잇는 커뮤니티가 있는가?
(+) 코로나로 국내 여행이 크게 늘어난 배경도 리퀴드폴리탄의 성장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급격하게 방문객(수요)이 늘어나면서 이에 유연하게 대응한 도시만이 리퀴드폴리탄으로 진화하지 않았을까. 도시 특유의 오리진과 헤리티지를 살리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 게 가장 중요할 듯. 얼마 전에 전주 여행을 다녀왔는데 딱 이런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전주에서 한옥마을만 가지 않으니까!
10. 돌봄 경제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 효과를 가져오는 돌봄 기능
- 돌봄 경제의 여러 모습: 배려 돌봄 (복지국가, 사회적 약자 배려) / 정서 돌봄 (마음 돌봄) / 관계 돌봄 (인간이 서로에게 기대는 것)
- 사회의 수준은 약자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보면 결정됨
- 돌봄 경제는 바로 나의 문제이며 우리 조직과 사회의 경쟁력임
(+) 가장 씁쓸했던 키워드. 돌봄 경제가 확대되고 있는 여러 가지 예시가 있었지만 돌아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상황을 더 많이 접한 것 같다. 노키즈존에 이은 노시니어존, 장애인 이동권 시위 등.. 마케터로서도 이런 부분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듯. CSR과도 연결되니 더욱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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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준비를 하면서 겸사겸사 정리해 본 2024년 트렌드 키워드. 앞으로 지속될 흐름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갈 수 있어 좋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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