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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 Aug 24. 2023

내가 몽골 와서 제일 잘한 일

나는 지금 몽골에 있다.

힘들지만 즐거웠던,

말도 안 되게 길고도 짧았던

몽골 고비 사막 여행을 마쳤다.

사실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아쉬웠다.

그래도 어렵게 몽골에 왔는데,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하루는 돌아봐야 할 것 같아 울란바토르 일정을 하루 추가했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에서 뭘 할지 찾아보니 몽골 사막, 초원 여행에 대한 리뷰와 글은 많지만 대부분 투어가 끝나면 지체하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울란바토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울란바토르에 대한 정보는 매연이 심하고, 서울 못지않은 교통체증이 있는 도시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울란바토르를 들른다고 해도 대부분 쇼핑목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남들이 하는 것도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것도 하는 하는 사람이니까.. 울란바토르에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뭘 할까 고민했다. 그리고 무작정 울란바토르를 돌아다니다가 공연장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 있는 무리 지어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발견했다. 그 사람들은 뭐 재미있는 거 하나 궁금해서 옆에 쓱 다가가보니 그들은 몽골 전통 공연을 예매하고 있었다. 드디어 할 일이 생긴 것이다. 나도 바로 공연을 예매하고 관람했다.


우선 공연하는 곳을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니 주립 오페라 극장이라고 검색되었다. 기대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규모에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건물이 낡고, 규모가 작아서.. 공연 예매하는 곳도 그냥 일반 관광지 매표소 수준만도 못했다. 공연을 보러 들어가서도 우리나라 작은 영화관 정도의 크기의 공연장을 보고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할 일이 생겼다는 것에 기뻐하며, 큰 기대 없이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은… 너무 좋았다.​


 얼마나 좋았냐고 하면 몽골엔 대자연만 있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고작 공연장 크기가 작다고, 낡았다고 별 것 없다고 생각한 나의 편협한 생각이 ​부끄러웠다.

 몽골의 드넓은 초원을 담은 전통 음악을 듣고, 경쾌하고도 호방한 춤을 보며 감동적이면서 부끄럽고 내가 알고 있는 몽골이 얼마나 일부분이었는지 느꼈다. ​


물론 몽골의 초원과 모래사막들도 멋진 몽골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문화도 몽골이었던 것이다.


​몽골의 전통 춤과 노래는 초원사막 그 자체였고, 유목삶 그 자체였다. 밝고 경쾌하고 호방하다.


그러다가 춤과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가면 칭기즈칸의 후예들 답게 압도적으로 휘몰아친다.


공연은 몽골의 대표 부족들 고유한 춤과 노래, 연주들로 이루어졌다. 각각의 공연들은 서로 달랐지만, 각자만의 방법들로 모두 다 몽골의 초원을 보여주고 있었다.


몽골의 전통 춤은 승마 그 자체였다.

전체적으로 뛰고 걷고 하는 큰 동작들이 많았다. 특히 기마자세로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어깨를 사용하는 춤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는데 그 모습이 흡사 초원에서 멋지게 말을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 무용수, 여자 무용수 할 것 없이 춤이 한없이 경쾌하고 호방하다. 특히나 여자 무용수들의 춤은 마냥 예쁜 춤이 아니어서 더욱 특징적이었다. 초원에 사는 사람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말을 몰고 드넓은 초원을 누비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몽골의 음악은 더욱더 자연을 닮았다.

처음에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으로 시작을 한다. 그러다가 가볍게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클라이맥스로 가면 수백 마리의 말들이 내 옆을 내달리는 것처럼 미친 듯이 압도적으로 휘몰아친다.

 특히나 마지막에 전통악기로 구성한 오케스트라는 유럽에 뒤지지 않는 몽골만의 예술과 문화를 잘 보여주었다.


 성악은 몽골 특유의 창법으로 낮은 저음에서부터 한없는 고음까지 넘나들었고, 큰 성량으로 압도적이었다. 노래도 저 드넓은 초원처럼 압도적으로 너무 호방한 기개를 담고 있어 당장이라도 초원사막에 말을 몰고 뛰쳐나가야 할 것 같았다.



공연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몽골에 대한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몽골은 넓은 초원과 사막, 그리고 독특한 고유의 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몽골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몽골에 와서 가장 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몽골의 자연을 보는 투어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보고 느낀 것..


좋았다.

좋고 좋고 좋았다.


이렇게 나의 몽골 여행은 끝이 났다.

바이르태~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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