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저렸던 그날
오늘, 너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지.
“엄마! 나 일본어 참고서 사줘. 내 친구가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운대. 나도 공부하고 싶어.”
그 말에 엄마는 문득, 아주 오래전 너의 한 장면을 떠올렸단다.
네가 아주 어렸을 때, 오빠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어.
“엄마, 애기가 가위로 머리를 잘랐어…!”
목소리는 울먹였고, 엄마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오빠 말로는, 네가 아빠의 코털 자르는 작은 가위를 들고
앞머리를 싹둑, 또 싹둑 잘라버렸다는 거야.
TV에 정신이 팔린 사이, 조용히 사라진 너.
그 불길한 정적 속에, 너는 스스로 앞머리를 자르고 있었지.
집으로 급히 달려가 보니, 정말 네 앞머리는 어정쩡하게 잘려 있었어.
다시 예쁘게 자라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듯했어.
그런데 그 와중에도 너는 해맑게 웃고 있었고,
그 옆에서 오빠는 울음을 꾹 참고 서 있었지.
그 모습을 보는데…
엄마는 화도 낼 수 없고, 웃을 수도 없었어.
그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저릿했단다.
넌 그만큼 호기심이 많고,
생각한 걸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아이였어.
지금도 그렇지.
친구가 일본어를 배운다고 하면,
너는 곧바로 책을 펼치고 혼자 공부를 시작하잖아.
그 용감함, 그 순수한 열정은
앞머리를 자르던 그때와 다르지 않아.
오늘은 그날을 떠올리며
엄마가 살짝 웃어본다.
그 시절의 너도, 지금의 너도
모두 사랑스러운 우리 딸.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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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딸과 마주 앉아 나눈 깊은 대화 속,
엄마는 어느새 위로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