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의 특성상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나도 이제는 나이가 적은 나이는 아니라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일을 하거나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윗세대인 부모님 세대와 지금의 MZ 세대라 (MZ 세대의 나의 폭이 널뛰기이긴 하지만) 불리는 어린 세대들 사이에 햄버거 패티처럼 끼어있는 게
내 나이쯤인 거 같다.
그래서 부모님 세대들이 살아오신 세월들과 희생,
노력, 입장도 이해되고 어린 세대들의 생활방식, 생활태도, 사고방식도 이해되는 아주 애매한 포지션인 거 같다.
유통업에서 일을 하는 나는 나보다 열 살 넘게 나이가 많은 분들과도 일을 하고 스무 살이상 어린 친구들과 일을 하게 되는데 이쪽에도 저쪽에도 끼기가 참 애매하다.
어른 세대에 공감을 하려니 '네가 뭘 안다고' 소리를 듣게 되고 아래 세대에 공감하려니 정말 정말 싫지만 라떼를 시전 하다 꼰대가 되니 참 어렵다.
그래서 난 40대 중반의 나이가 어쩌면 가장 혼란스러운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70년 대생이다.
그 시절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발돋움하던
시대였고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땐 민주주의를 완벽하게 이뤄내진 못했고 군부 시대였다. 저녁식사 시간에 밥을 먹고 있으면 최루탄 터진 냄새에 밥 먹다가 많이 울었다.(최루탄이 메워서) 버스 타고 시내라도 갈라치면 터진
최루탄 가루가 날아오던 일들도 허다했다.
요즘 친구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겠지?
우리 어릴 때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화장실은 푸세식이라 불리던 재래식 화장실이었는데
국민학교 2학년 때 재래식 화장실에 다리 한쪽이
빠져서 냄새난다고 교실에 못 들어오게 해 엄마가
학교에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와서 빠진 다리를
다 씻어주고 가시기도 했다.
휴지가 귀하고 비싸서 신문지를 비벼서 뒤처리하기도 했고 여름밤이면 모기차가 다녀서 온 동네 애들이
그 차 뒤를 굴비 엮듯 줄줄 엮여서 따라다니기도 했다.
여름밤에는 옥상에 자리 하나 깔고 누워서 까만 하늘 수북하게 반짝거리는 별을 보면서 잠이 들곤 했다.
고물을 갖다 주면 엿장수 아저씨가 엿을 바꿔준다.
엄마가 쓰는 요강이며 냄비들을 들고 나와서 엿 바꿔 먹고 혼나는 애들도 많았고 밤에 이불에 오줌 싸서 벌거벗고 머리에 '키'라는 걸 쓰고 소금 얻으러 다니는
애들도 있었다.
넷플리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하던 달고나 게임을 구멍가게에서 10원에 팔던 설탕 1 숟갈 사서 소다 넣고 열심히 하기도 했다.
나는 회사에 같이 일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내가 자라온 시간이 대한민국의 역사다'라는 얘기를 가끔씩 하곤 한다.
실제는 나는 해방 이후 자리를 잡은 부모님들 세대에서 태어나 전쟁과 해방 말고는 2023년을 살아올 때까지의
모든 대한민국의 크고 굵은 사건들과 변화는 다 겪으며
살아온 거 같다.
전두환의 군사정권도, 첫 민주주의 직선제로 투표로 당선된 노태우 정권도, 삼김 시대의 김영삼 정권, 노벨평화상의 김대중 정권, 참여정부 노무현 정권,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문재인 정권을 거쳐서 윤석열로 오기까지의 모든 역사 속에 나 있다! 하하하!
종이 버스표를 잘라서 한번 탈 걸로 두 번 타다 기사아저씨에 걸려 혼난 적도 있고 시내 중앙로 양쪽 길가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노점상에서 길거리
빌보드라고 불리는 가수들 노래를 무단 복제해서 몇천
원에 팔던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마이마이'나 'SONY'에 꽂아서 듣고.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라디오방송국에 신청곡을
보내서 신청곡이 나오면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해
'나만의 애창곡' 테이프를 만들어 좋아하는 사람한테 선물도 했다.
내가 국민학교 때는 학반에 60명씩, 전교 18반까지 있었는데 요즘 학교는 아이들이 없어서 한 반이 20명 넘기도 힘들다고 한다. 워낙 학교에 아이들이 많으니 우리는 입학이나 졸업 같은 큰 행사 때는 강당이 미어터져나가고 운동회라도 할라치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운동장이 새까맸다.
그때는 놀 거리도 없고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TV도
잘 없어서 놀이라고 해봤자 오락실에서 테트리스, 뽀글이, 갤러그 이런 걸 하는 게 다였고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숨바꼭질이나 (요즘 세대들은 오징어게임에서나 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종이 인형 이런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끼리
부대끼며 놀아 아무래도 요즘의 아이들보다는 즐거운
추억들이 많았던 거 같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82년 프로야구 출범,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 올림픽, 93년 대전 엑스포를(소풍으로 다녀옴) 다 보고 겪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수능이 생겨서 나는 2번째 수능을 본 세대가 되었다. (거의 마루타급이라
생각하면 된다)
1997년 한보 그룹 부도 사태로 잊을 수 없는
IMF도 경험했고 온 국민 힘을 합쳐 달러 모으기,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똘똘 뭉쳐서 2001년 3년 8개월
만에 IMF 위기를 극복한 대단함도 겪었다.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도 개최했고 그때 당시 나는
대구 스타디움 근처 월마트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월드컵 기간 동안은 청바지에 붉은 악마 머리띠,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근무를 했다.
한국 경기 때는 모든 직원이 근무를 멈추고 가전매장에 달아둔 큰 TV앞에서 직원과 손님들 모두가 한 마음 한뜻으로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열응했다.
한국 경기 때는 온 도시마다 광장에 국민들이 모여 앉아 한뜻으로 응원을 하고 독일과의 4강전에 진출했을 때는 온 동네 지나가는 차들이 '빠빠 빠빠(대한민국)' 클락숀을 울리며 거리를 다니면서 국뽕에 쩔기도
했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가슴 아픈 사건도 겪었고
첫 여성 대통령의 비선 실세 문제로 온 나라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도 보았다.
'코로나'라는 전례 없던 역병에 온 세계가 팬데믹에 빠져 요 근래 3년 가까운 우리의 삶은 온전히 살아보지도 못하고 스쳐간 삶이 되었다.
정말이지 전쟁과 해방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살아내 왔다.
그래도 예전에는'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야 된다'라는
목표 아래 온 국민이 뭉쳐야 할 땐 똘똘 뭉쳐서
언제나 이뤄내는 민족이었던 거 같았는데 요즘에는 진보네, 보수네, 젠더, 페미, 세대등 너무 많은 갈등들로
분열된 사회가 돼 버린 거 같다.
추억이 차올라서 나의 세대 얘기를 너무 길게 한 거 같지만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일인당 국민소득 GNP 3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이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요즘의 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GNP1, 2만은 넘는 선진국 반열의 나라에서 태어나서(물론 우리가 선진국이란 걸 와닿게 느끼지 지는 못하지만) 부모님
세대들부터 그 아래 세대가 다 자리 잡아준 세상에
태어나 조금 더 여유롭고 보다 더 누리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부모님 세대가 겪으셨을 전쟁, 식민 생활, 해방 등
살아오시면서 겪어내신 모든 일들이 감사하고 존경스럽고 숙연해지는데 나의 밑 세대들은 그네들의
노력과 희생을 잘 몰라주는 거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일을 하다 보면 이제는 나보다 위인 사람들보다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일을 해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내가 일을 배우고 내가 보냈던 시절과
가끔은 너무 다른 사고와 생각을 가져서
내 입으로 말하긴 정말 싫지만 "얘들아, 팀장님 때, 라떼는 말이야~~~"를 어쩔 수 없이 얘기하게 될 경우도 생긴다.
'아! 아닌척해 봐도 나도 꼰대인가 봐' 싶어서 씁쓸할 때도 있긴 하다.
MZ 세대라고 일컫는 세대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고 남들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서 모바일을 중요 수단으로 사용하며 SNS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위 세대와는 살아온 방식부터가 너무 달라 서로 간에 이해와 융합이 안 되는 것이 특별하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세대 간에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있고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와 같은 중간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윗세대와 아래 세대를 잘 이어주는 가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서로 간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윗세대는 아래 세대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고 아래 세대는 윗세대에 대한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
늙었고 간섭에 잔소리나 해대는 짜증 나는 꼰대가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우리가 조금이라도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오늘을 만들어 주신 분들이니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와 같은 중간 세대들이 오작교처럼 두 세대 사이를 손잡게 노력한다면 연륜과 패기를 가진 더 강하고, 더 완벽한 우리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