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기 연재 중입니다.
‘이야기가 먼저일까. 철학이 먼저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글을 쓰는 나를 보면 소재 속에 그럴듯해 보이려고 철학적 지식을 쥐어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전사상을 판타지와 러브스토리로 녹여낸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악’에 대해 그려낸 <진격의 거인> 등 내가 생각하는 명작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완벽한 기승전결과 수려한 그림체, 액션신 등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것은 작가가 이야기로 말하고자 하는 것, 자신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에는 명작가들만큼 깊이 있는 철학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완결까지 낸 글을 써본 적도 없지만 대략적으로 시놉시스를 써봤을 때 대부분이 그렇다.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철학책을 사서 읽으려는 시도도 해봤다. 그 결말이 좋지 않아 문제였지만.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웅장한 가치관이라도 이야기에 잘 녹아만 있다면 괜찮지 않나란 생각을 한다. 내가 영화 <날씨의 아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영화 평가 덕분이다. ‘이 영화는 부조리한 사회를 거부하고 능동적이어야 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과 그런 모습을 지지하면서 조절해줘야 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제시한 영화이다. ’라고 말한다.
<날씨의 아이>는 영화의 개연성에 있는 문제가 있는 편이고 연출의 모호함 때문에 보는 사람이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은 영화이다. 나도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내용이 이상한데? ’란 생각을 하며 좋은 평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해석을 읽으면서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고 지금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중이다.
난 아직 환경문제, 반전사상, 선과 악 같은 추상적, 철학적인 얘기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한국의 20대 청년으로서 겪고 있는 문제점과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지향해야 할 나의 글의 방향이고 누군가 이런 내 이야기에 공감한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작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