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31.
지금까지 네가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어왔고, 그 일들을 잘 견뎌 왔다는 것, 네 인생의 역사는 이미 다 기록되었고, 너의 복무기간은 그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31 중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성을 잃어가는 세상 이야기를 오늘 다 읽었다.
최진영 작가의 《해가 지는 곳으로》였다.
여러 인물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고 살아가는 사람들.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을 보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극 초반이나 중간 즈음 죽는 인물이지 않을까.
인간의 잔혹성이 드러나는 부분에선 저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총 한 발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너무나 쉽게 끝난다.
영화를 볼 때도 엑스트라들이 허무하게 죽을 때 그게 마치 나인 것처럼, 나의 가족인 것처럼 안타까워한다.
그냥 연기일 뿐인데 만들어진 이야기를 보고 있는 건데도 실제인 것처럼 느껴진다.
저렇게 쉽게 죽으면 안 되는 거잖아 한다.
7월, 북펀딩에 참여했던 《부처스 크로싱》이 출간되었다고 알림이 떴다.
나의 인생 책인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마지막 한국어 번역판이다.
줄거리를 읽어보면 이 책 또한 인간의 폭력성을 다룬다.
역사는 죽은 자들의 기록이고, 일기는 살아 있는 자의 기록이다.
나는 살아 있기에 일기를 쓰지만 나의 역사는 내가 죽은 뒤부터다.
그래서 내 일기도 나의 역사가 될 수 있다.
짧은 생이든 긴 생이든, 어떤 수식어가 붙는 죽음이든 한 사람에겐 저마다의 역사가 있다.
나는 죽기 전에 내가 쓴 일기를 모두 없애고 싶다.
때때로 위대한 작가들이 죽은 뒤 가족이나 지인들이 미출간 된 소설, 산문, 편지, 일기들을 엮어서 세상에 내놓는다.
그때마다 읽는 독자는 좋겠지만 죽은 당사자는 정말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더군다나 일기라면 가장 사적인 글이 아닌가.
하지만 일기마저도 고전이 된 《명상록》을 지금 나는 필사하고 있다.
남의 일기를 본다는 것에 조금 송구스러워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글쓴이의 사유와 철학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한다.
개인이 써 내려가는 기록이 사후에는 역사가 되고, 이왕이면 그 역사가 따뜻한 인간성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매일 《명상록》을 필사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제1권~ 제4권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ahjahj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