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10.
우주는 혼돈 및 원자들의 뒤얽힘과 해체이거나, 하나의 통일성과 질서와 섭리일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10 중에서
여름 방학 때 친정에서 머물 때가 불과 한 달 전이다.
그 사이 아이들은 더 커서 다시 외할머니 댁에 왔다.
특히 세 살 은서의 변화가 크다.
새끼였던 강아지 금순이도 중견으로 자랐다.
은서가 금순이 얘기를 하며 종종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사람과 개 나이로 치면 둘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울타리 너머 옆집 강아지를 본다고 은서와 금순이 둘 다 나란히 서 있었다.
은서 키가 금순이 보다 조금 작아서 풉 웃었다.
그때 은서가 살랑살랑 흔드는 금순이 꼬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저 모습 좀 보라며 뒷마당에 있던 엄마를 급히 불렀다.
한 달 전에는 혼자 가지도 못했는데 이젠 뭐라 뭐라 말도 걸고 혼자 금순이를 보고 오기도 한다.
오후에 남편이 집으로 돌아갔다.
마당에서 놀다가 금순이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듣고 은서와 가 봤다.
“금순아 왜 그래? 아빠 땜에?”
금순이가 좋아하는 아빠가 집에 가서 그러냐 묻는 듯했다.
그 말이 너무 웃겨서 엄마에게 가서 얘기하며 웃고 있는데 은서가 뚱해서 돌아온다.
“금순이가 아무 말도 안 해.”
은서 덕분에 계속 웃을 일이 생긴다.
마음이 혼돈 속에 있다가도 평온 속에 머무르기도 하고, 평온 속에 있다가도 한 번씩 혼돈에 휩싸인다.
아이들 틈에서 이 감정을 많이 느낀다.
정신없이 장난치고, 소리치고, 울고, 삐지고 하는 혼돈 속에서도 그 상황이 웃기고, 마음이 이해 가고, 미워할 수가 없어 금세 풀어진다.
가족이라는 큰 우주 안에 개개인의 소우주가 섞여 살아간다.
혼돈, 뒤얽힘, 해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여진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생의 인연이든, 주어진 운명이든 이번 생을 축복하며 잘 살다 가면 된다.
나중에 아이들이 지금의 내 나이가 되고, 삼 남매만 한 자식들도 있게 될 때, 그때도 지금처럼 부모님과 남편, 가까운 지인들이 건강하게 함께 생을 이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금순이도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