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아주 신속하게 그 모든 것들을 흔적도 없이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59.

by 안현진

시간은 아주 신속하게 그 모든 것들을 흔적도 없이 휩쓸어가 버릴 것이고, 이미 무수히 많은 것들을 휩쓸어가 버렸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59 중에서



마음 하나만 바꾸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바꿀 수 있지만 바꿨을 때 따라올 결과가 두렵다.

한두 번의 배려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게 싫다.

당연한 게 아닌데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

《명상록》을 읽고 필사하면서 더욱 느낀다.

시간의 무상함과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주변을 살피는 부질없음을.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산다.

개인과 개인이 가족을 이루기도 하고,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기도 하고, 함께 일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내가 좋은 관계’만 맺을 수는 없지만 건강하지 않은 관계에서 멀어질 수는 있다.

나와 다른 데서 오는 낯섦과 새로움은 좋은 자극이 되지만 개인 간의 선을 넘을 때, 그걸 상대방은 모를 때 뒤로 물러선다.

거리를 두고 싶다.

폐쇄적인 인간관계라 볼 수도 있고,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할 수도 있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받고 싶어 하고, 받아야 한다 생각하던 옛날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

김필의 그때 그 아인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다.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주 먼 훗날 그때 그 아인 꿈꿔왔던 모든 걸 가진 거냐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아이가 이렇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고 타인이 아닌 나를 더 생각하게 된 데에는 글의 영향이 크다.

읽고 쓰는 것엔 강한 힘이 있다.

그 힘을 알기에 아이들에게도 읽고 쓰는 습관만큼은 꼭 들여주고 싶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 못지않게 자신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도 소중하다.

어떤 목적을 이루는 데에 어떤 수단과 과정을 선택하는지도 중요하다.

저마다의 시간은 유한하고 소중하다.

그러니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내게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다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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