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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02. 2024

유리구슬 같은 사춘기 소년의 마음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유리구슬 같은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문학 작품" 






<호밀밭의 반항아> 영화를 봤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이야기다. 

무명작가에서 스타 작가가 되게 해 준 《호밀밭의 파수꾼》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더 영화를 보고 싶었다.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게 늘 바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다. … 아무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건 우리다. 그렇다고 우리가 훨씬 나이가 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딱히 그런 건 아닐 거다. 그냥 달라질 거다, 그뿐이다. … 내 말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다를 거란 뜻이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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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하지만 그 시절 속에 있는 우리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다. 

청소년기가 아름답게 혹은 어둡게 기억되어도 때 묻기 전의 나는 박물관에 있는 것처럼 박제되어 있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쳐간다.

달라진다는 건 살아있다 와 같은 말이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그러니까 꼬마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않고 마구 달리면 내가 어딘가에서 나가 꼬마를 붙잡는 거야. 그게 내가 온종일 하는 일이야. 나는 그냥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그런 노릇을 하는 거지. 나도 그게 미쳤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게 내가 진짜로 되고 싶은 유일한 거야. 나도 그게 미쳤다는 거 알아.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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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책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이었구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홀든 콜필드.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 속에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아는 이의 진심과 씁쓸함이 느껴진다. 

내가 진짜로 되고 싶은 유일한 일이 실현 가능성 없는 미친 일이라는 걸 알 때의 마음은 어떨까. 허무함? 공허함? 상실? 무기력? 






미성숙한 사람의 표시는 대의를 위해 고상하게 죽고 싶어 하는 것인 반면, 성숙한 사람의 표시는 대의를 위해 겸허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거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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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좋았다. 

성숙한 사람에 대한 새로운 정의였다. 

죽음으로 힘들고 괴로운 일을 피하는 건 어떻게 보면 참고 견디며 살아내는 것보다 쉬운 선택일 수 있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겸허하게 살고 싶어 하는 건 성숙한 사람의 자세다. 

고상하게 죽고 싶어 하는 대신 겸허하게 살고 싶다.










"고마운 마음이 넘치면 슬퍼진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화에서 본 J.D. 샐린저를 자주 떠올리게 했다. 

홀든 콜필드는 그였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읽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얘는 뭐지? 이 말투는 뭐지? 왜 이렇게 어리석고 답답한 거야?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홀든 콜필드에 대한 애정이 생겨났다. 

유리구슬 같았다. 

잘 깨질 것 같고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그만큼 맑고 투명하고 때 묻지 않은 존재. 

그 당시 사람들이 왜 이 인물에 열광하고 애정했는지 알 것도 같다. 

교수님이 제리 샐린저에게 단편으로 끝내면 안 된다, 무조건 장편 소설로 써야 할 인물이다 한 것도 이해가 갔다. 

만약 단편에서 끝났다면 홀든 콜필드를 이만큼 이해하고 애정할 수 있었을까?

아니었을 거다. 

밤마다 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다. 

이상하고 낯선 아이의 이야기를 의무로 읽어 나가다가 어느새 궁금해졌다. 

홀든의 순수한 마음이 짠하면서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순수하다 여겼을 때가 있지 않은가. 

홀든을 통해 설명할 수 없었던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을 떠올리고 일깨웠기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자신을 아프고 힘들게 했던 인물들 마저도 그리워하는 모습이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답다. 

그는 박물관에 박제되고 전시된 동물과 모형처럼 변하지 않은 채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 우리다.










-가식과 위선에 지친 사람

-독특한 성장 소설을 찾는 사람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기 전이나 보고 난 후의 사람

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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