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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Aug 09. 2024

작은 변화여도 이전과는 같아질 수 없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8.

정원사들은, 처음부터 그 나무에 붙어서 계속해서 함께 자란 가지는 떨어져 나왔다가 다시 접붙여진 가지와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함께 자라기는 하지만, 그 생각이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8 중에서



오른팔의 통증이 시작된 건 자기 전부터였다.

갑자기 콕콕 찌르듯 욱신거렸다.

오후 내내 창틀을 닦은 후유증인 듯했다.

새벽 3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팔도 아프고, 물을 찾는 은서 목소리에 깼다.

다시 잠이 오질 않아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켰다.

멍하게 보던 화면에서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애써 묻어두고 있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마르쿠스 황제는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기에  《명상록》에서 자주 언급된다.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유익한 공동체도 있지만 해가 되는 공동체도 있고, 선의에서 시작했으나 갈수록 본질이 흐려지는 공동체도 있다.

내 생각과 우리의 생각이 옳다고 강경하게 주장하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고 배척하는 곳은 불편하다.

나를 의심하고 그들의 생각이 맞을지 모른다고, 세뇌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는 곳은 위험하다.

오프라인, 온라인 모두 마찬가지다.

타인에게는 '갑자기 왜 그러지?' 할 수 있는 일이 당사자에겐 꽤 오래전부터 고민해 오던 일일 가능성이 높다.

익숙한 것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이다.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자고 있는 은서를 잠시 바라보다가 방금 느낀 감정을 메모 앱에 적었다.

그리고 스마트폰 안에서 내 시간을 잡아먹는 앱을 지웠다.

심플하게 정리한 폴더에 간단히 이름을 붙였다.

잘못 가고 있는 걸 알면서도 뒤돌아가는 시간이 늦었다.

앞으로도 생각과 행동에 수정과 반복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같아질 수 없다.

다시 접붙여진 가지가 계속 붙어 있던 가지와 같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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