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4.
사람들은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서로를 밟고 일어서려고 하면서도 서로에게 굽신거린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4.
최근에 <낙원의 밤>이라는 영화를 봤다.
감독의 전작을 보면 대부분 잔혹한 데다 느와르라는 소재 때문에 안 보고 싶었다. (그러기엔 이미 여러 편을 봤더랬다)
그럼에도 3년 전 나왔던 영화를 찾아본 것은 순전히 엄태구 배우 때문이다.
영화는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여운이 남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여운이 남는 가장 큰 이유가 극 중 스토리다.
자신이 신의를 지킨 자에게 철저히 버림받는 조직의 2인자 태구.
주인공 태구의 상황이 너무할 만큼 비극이었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쫓고 쫓기며 죽이고 죽임을 당한다.
‘사람들은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서로를 밟고 일어서려고 하면서도 서로에게 굽신거린다.’
문장과 딱 맞는 인물이 영화에도 나온다.
저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산다 하지만 모두가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까.
진짜 주인공이라 하면 어떤 이를 말할까.
적어도 문장이 그대로 지칭하는 영화 속 양사장은 아닐 것이다.
주인공은 쉬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다.
영화가 아닌 현실 세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부끄러운 문장이 지칭하는 사람이 내가 되는 삶이 되어선 안 된다.
좋아하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도장 깨기 하듯 보고 있으니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 보인다.
무명과 유명의 간극은 크다.
어느 쪽에 서 있든 한결같은 사람이 되자고, 내가 걸어온 발자취에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하루를 살자고 되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