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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기운이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5.

by 안현진

어떤 사람이 선하고 자비롭고 참되다면, 그 모든 것은 그의 눈에 다 나타내기 때문에 숨겨질 수 없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5 중에서



'맑눈광'이라는 줄임말이 있다.

맑은 눈의 광인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맑은 눈에서 알 수 없는 광기가 느껴지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처음으로 맑눈광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베란다 탄성코트를 할 때, 아저씨와 함께 보조 아주머니가 오셨다.

분명 입은 미소를 띠고 있는데 크고 동그란 눈에선 레이저가 나올 듯했다.

"애가 셋인가 봐? …… 예쁘네 ……."

말 사이, 침묵 속에서 응시하는 눈빛이 긴장하게 만들었다.

죄송스럽게도 알 수 없는 무서움으로 슬금슬금 거리를 뒀던 기억이 있다.


반대로 맑은 눈을 소유한 자를 만날 때가 있다.

두 눈에 호수를 담기라도 한 것일까.

초롱초롱하고 무해한 눈망울이 보는 이를 무장해제 시킨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기에 이런 기운을 내뿜는 걸까.

배우의 필모그래피는 한눈에 볼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은 짐작만 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선한 기운을 내뿜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가 살아온 시간을 떠올려본다.

마음에 품고 있는 선한 에너지는 눈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손동작, 태도 하나하나에서 다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숨길 수 없고 꾸밀 수 없다.

눈빛, 말, 행동 하나하나에도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사람.

'되고 싶다'를 생략한, 이미 그러한 사람으로 살고 있기를 바라며 부끄러워지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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