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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침의 중용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27.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중용의 덕은 지극하도다! 백성 중에 이를 지닌 사람이 드물게 된 지 오래되었다.”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27.



방문 앞에 막내가 이불을 들고 서 있다.

빛에 눈을 적응시키는 듯 잠시 눈을 찡그리며 서 있는다.

이제 막 키보드를 두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아이가 찾아왔다.

은서는 안겨 있다가 말도 걸었다가 책도 들고 와서 읽어 달라고 한다.

조금 더 자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지.


시계를 보니 곧 아침 준비할 시간이다.

다시 아쉬움을 담아 물었다.

"은서야, 어떻게 일어났어?"

"나? 나 엄마 보고 싶어서 일어났지."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침 준비 전까지 따뜻한 이불에서 뒹굴뒹굴하며 은서랑 놀 생각이었다.

그 참에 남편이 깼고, 아침 메뉴를 고민하는 내게 파랑 당근이 있냐고 물었다.

"파랑 당근? 큭큭큭큭."

은서가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오늘 2학년 언니, 오빠들과 함께 쿠키 만들기 수업이 있어서 8시 40분까지 가야 한다.

유치원을 학교 가듯이 일찍 간다는 말에 은서는 "너무 좋아!!!" 외친다.

그 말에 나랑 남편은 또 웃었다.

파랑 당근을 찾던 남편은 뚝딱 볶음밥을 만들어주었다.

그 사이 은서와 나는 변형된 하츄핑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간질간질하며 놀았다.

어제저녁에 감은 머리 비누 냄새, 말랑말랑한 살, 조그만 몸, 꺄르르 웃음소리가 기분 좋았다.

무엇을 더 하려 하지 않고 아이랑 같이 시간 보내길 잘했다.

맑고 따뜻한 이 기분 좋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다.

지금 여기에 머무는 마음, 오늘 아침 내가 만난 중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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