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가로움도 수양이 된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4.

by 안현진

공자께서 한가로이 계실 때는 온화하시며 편안한 모습이셨다.


-《논어》, 공자_제7편 술이(述而) 4.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막내는 저녁 먹기 전이나 먹고 얼마 지나 잠이 든다.

12시간 가까이 푹 잔 끝에 나와 비슷하게 일어난다.

내가 늦게 자는 날에는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

밥을 챙기고 아이들을 늦지 않게 보내야 한다는 마음, 그전에 조금이라도 아침 일과를 해 놓고 싶은 마음에 종종거린다.

빨래 개기는 하루만 미뤄도 이틀, 삼일 쌓여 작은 언덕을 이루었다.

안방은 같이 방을 쓰는 은서 물건으로 어지럽혀져 갔다.


투둑투둑, 설마 지금 비 오나?

얼른 베란다로 달려가 블라인드를 올렸다.

안 돼, 아이들 운동화가 비에 젖고 있었다.

어제 걷어도 됐었는데 햇볕에 더 바짝 말려놓을 거라고 안 걷다가 비를 맞혔다.


주 3회 한 달 끊었던 요가는 어느새 끝이 났다.

재수강권을 끊으면서 주 5회로 늘렸다.

2회 더 늘렸을 뿐인데 마음이 이상하다.

2회만큼의 무게가 더해진 것일까.

오전에 요가를 다녀오려면 미리 준비해 둘 게 늘어났고, 마음은 더 바빠졌다.

몸과 마음을 돌보자고 시작한 요가인데, 이런 마음이 들어도 될까.

막상 5일씩 다니다 보면 적응되고 괜찮아질 텐데 시작 전이라 그런 것 같다.


오늘 공자님 말씀을 필사하면서 '아, 나랑 반대구나.' 싶었다.

나는 쉴 때조차 편안하지 않았다.

한가로움이나 여유를 부리면 안 된다는 생각,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다는 마음에 요리조리 바삐 움직였다.

온화함 대신 조급함, 편안함 대신 자책.

한가로움도 수양이 된다는 것을 오늘 필사에서 배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적처럼 밝아오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