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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ibooks Apr 21. 2018

코젤 다크 Kozel Černý

흑맥주와 체코어

체코의 맥주

체코는 맥주가 유명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독일의 1인 맥주 소비량을 넘어서는, 맥주를 가장 사랑하는 나라가 체코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체코는 작은 나라이고, 우리가 어릴 때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처럼 가장 먼저 이름을 외우게 되는 나라가 아니기도 하고, 현세대의 시간 속에서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될 만한 나라도 아니었다. 과거에는 공산주의 국가였고 정치적, 이념적 이유로 분단과 합병 등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한국에서 체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방영된 이후, 그리고 대한항공이 프라하 직항노선을 광고하던 즈음부터였다. 그 전에는 사실 체코의 수도가 프라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체코의 맥주가 유명하다는 것은 지식욕이 풍부한 주당들이나, 어느 방면의 전문가로서 체코를 잘 알게 된 소수의 사람들뿐이었다.


 

체코는 무슨 말 써?

체코에서의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다녀오고 난지 몇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듣는 말이다. 체코어를 쓴다고 대답하면 반 이상의 사람들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일 때조차, 체코 말 한 번 해보라는 부탁을 하곤 한다. 예전엔 그게 그렇게 머쓱하고 싫더니, 요즘은 그냥 무대에 선 사람의 마음으로 한두 마디 하기도 한다.

체코라는 나라도, 그 나라의 언어도 생소해서 그럴 것이다. 사실 체코어 한다고 해도 반응이 그렇게 좋지도 않다. 앞에서 중얼거려봐야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이고, 대화를 받아 이어갈 수도 없기에 서로 뻘쭘해지고 만다. 요즘은 그런 뻘쭘함을 일일이 신경 써봐야 별 소용없으니, 그냥 빨리 한두 마디 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곤 한다.



체코의 언어

체코의 언어가 어렵다는 것 역시 맥주처럼, 아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디선가는 어렵기로 기네스 북에 오른 언어가 체코어라고 들었다. 격변화가 아주 복잡하다 못해 격하긴 하다. 동사, 형용사, 명사에 각각 남성, 여성, 중성 및 복수형이 있는 것은 기본이고 툭하면 단어의 형태를 바꿔버린다. 심지어 이름까지 형태가 바뀌어 성별을 헛갈리기 일쑤고, 애칭을 본명과 전혀 다른 괴상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발음의 문제가 또 쉽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체코어는 영어나 프랑스어처럼, 하나의 알파벳 발음을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되는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적혀있는 대로만 읽으면 그만이다. 그 대신, 체코어의 알파벳 각각에 대한 발음의 진입장벽이 쉽지는 않다. 영어에는 쓰이지 않는 기호나 발음 체계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도 유명한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의 이름 철자에도 ř이라는 스펠이 들어가, 한국어로 르ㅈ이라고 표기하고 읽게 되는 것이다.


벨코포포비키의 철자는 Velkopopovický이다.


얼마 전 체코 맥주 코젤 다크의 한국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귀여운 동화적 이미지의 애니메이션이었다. '벨코포포비키'라는 마을 이름을 보고 사람들은 아마도 아브라카다브라 같이, 긴 주문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벨코포포비키라는 이름은 Velkopopovický라고 적는다. 사실 velkopopovický라는 단어는 형용사이며, 발음은 벨코포포비츠키 또는 벨꼬뽀뽀빗즈끼에 가깝다. 본래 마을 이름의 원형은  Velké Popovice이다. 이래 적으나 저래 적으나 어렵고 생소하긴 하다.


흑맥주 주세요

코젤 다크는 흑맥주이다. 코젤은 염소라는 뜻이다. 물론 암컷 염소라는 뜻의 명사는 따로 있다. 체코어로 코젤 다크를 표현하면, Kozel, Černý 코젤 체르니라고 적는다. 체르니는 '검은, 검정색의'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코젤 다크는 숫염소 표 검은 맥주라는 뜻이다. 그리고 코젤 흑맥주 외에 일반적인 밝은 노랑의 맥주가 있는데 체코에서는 이것을 Světlý스볘뜰리라고 표기한다. 이는 '밝은'이라는 뜻이다.

맥주는 pivo라고 부르며, 여러 브랜드의 생맥주를 취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펍이나 식당 등에서는 흑맥주 černé pivo나 밝은 맥주 světlé pivo를 달라는 식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코젤이라는 단어에 붙은 černý체르니, svštlý스볘뜰리라는 형용사가 Pivo에는 černé체르네, světlé스볘뜰레로 형태가 바뀌었다. 이는 맥주라는 단어가 중성 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법상으로는 이렇게 적어도, 사실 실제로 펍에 가서는 문법에 꼭 들어맞지 않는 말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

만약 체코 현지의 펍이나 식당에서 "코젤 다크 주세요"라고 체코어로 말하고 싶으면 "Černý Kozel, prosím!"이라고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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