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우드, 『해빗』 | 이렇게 하면 나도 '습관 설계왕'
심리학자인 웬디 우드(Wendy Wood)는 『해빗 habit』을 '습관 과학 보고서'이며 '습관 형성의 원리'이자 '성공 방정식'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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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성을 배반하는 불합리한 욕망, 일시적이고 제멋대로인 충동의 홍수, 일상적 반복 행동들과 무기력, 의지력의 한계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강력한 해결책은 올바른 습관 설계이다.
저자는 '습관'이야말로 성공의 열쇠이며, 올바른 방법을 알면 누구나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습관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빗』은 많은 심리학적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습관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무수한 자기계발서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특징적인 만병통치약과 같은 어조가 분명히 있다. 모든 방법에 실패한 과체중자에게 이 방법은 쉽고 확실하다고 희망을 주는듯한 친근한 말투.
그러나 과도한 기대를 버리고, 과학적인 태도로 참고한다면 분명히 유용한 책이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엄격한 '그릿' 아빠와 관대한 '해빗' 엄마
2. 이렇게 하면 나도 '습관 설계왕'
3. '그릿'과 '해빗'에서 '마인드풀니스'로 가는 길
웬디 우드는 '해빗(habit)'이야말로 한때 또 다른 성공 방정식으로 유행했던 '그릿(grit)'을 대체할 무기라고 말한다.
『그릿 Grit』의 저자인 앤절라 더크워스는 방대한 사례를 연구하여 '성취 = 재능 X 노력^2'라는 성공 방정식을 도출했다.
'그릿(grit)'은 원래 연마재나 숫돌을 의미하는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갈아 넣는 끈기 있는 노력이 성공의 핵심임을 강조하기 위해 쓰인 말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과 꺾이지 않는 근성과 투지가 중요한 요소다. 장기적 목표를 지향하며 '어려워도 끝까지 해내는 힘'이 그릿이다.
지금까지 그릿과 비슷한 논리를 가지는 책들이 수없이 나오며 자기 계발의 유행을 선도해 왔다.
제목만 조금씩 바뀌었을 뿐인 '마시멜로 이야기', '1만 시간의 재발견', '아침형 인간' 등은 늘 설득력이 있는 '그릿 레퍼토리'이다.
『해빗』은 『그릿』과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은 심리학의 양대 산맥인 행동주의와 인지주의에 각각 뿌리를 두고 있다.
『해빗』은 전형적인 행동주의 심리학을 계승한다.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을 환경에 반응하는 존재라고 보는 환경 결정론적 입장이다. 행동주의는 인간의 내면적 의지와 결심보다는 외부의 '자극'과 그에 따른 '보상'이 행동을 만든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비범한 의지력과 정신력,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신의 의지력과 끈기를 과신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문제 해결 방식이다.
의식적 자아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본능이라는 거대한 전차에 맞서는 사마귀와 같은 형국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해빗』은 무언가를 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먼저 우리 주변의 상황을 설계하여 특정 행동이 자동으로 나오게 만드는 '상황 제어'를 강조한다.
반복과 강화를 통해 특정 행동 후 즐거운 보상이 따르면 그 행동은 뇌에 고착된다. 이 과정을 통해 생각 없이도 작동하는 자동 시스템, 즉 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종 치면 침 흘리는 개와 같은 존재로 보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자, 20세기 중반 이후로 인지주의 심리학이 인기를 끌게 된다.
인지주의는 인간의 마음을 능동적인 주체의 자리로 복원시키고, 자신의 목표를 점검하고, 장기적인 목적의식을 갖는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을 강조한다.
인지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그릿』은 내적 인지 구조의 설계가 열정과 끈기를 지속시키는 동력이라고 본다. 우리는 실패를 겪었을 때 그 원인을 '내가 부족해서'라고 보느냐, 아니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보느냐에 따라 이후 행동이 달라진다.
구글 엔그램 뷰어(Google Books Ngram Viewer)는 행동주의자의 용어인 '습관'과 인지주의자가 사랑하는 용어인 '목표'와 '평가'가 1890년대부터 현재까지 책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용어들은 마치 채권과 주식 가격처럼 서로 정반대의 사용 빈도를 보여준다.
위의 그래프만 보아도 행동주의와 인지주의는 어느 하나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이론임을 알 수 있다.
해빗과 그릿도 마찬가지다. 마치 엄격한 그릿 아빠와 관대한 해빗 엄마가 서로 도와가며 아이를 양육하는 것과 같다.
그릿 아빠와 해빗 엄마는 인간 정신의 서로 다른 영역을 차지한다.
인간의 행동을 의식적 영역과 비의식적 영역으로 구분했을 때, 그중 43%의 행동은 습관으로 이루어진다. 연구에 의하면 성격, 연령 불문하고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개인차가 없다고 한다.
뛰어난 사람이든 부족한 사람이든 행동의 43%는 습관적이고 자동적인 루틴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단지 그 루틴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림에서 43%의 습관 영역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해빗』이고, 나머지 57%의 비습관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그릿』이다.
확장적인 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의지가 세상을 바꾸는 주요 동력으로써 활약했고, 인지주의와 그릿도 덩달아 신뢰받았다.
그러나 더 이상 확대가 어려운 자본주의 말기에는 인간의 의지가 쓸데없이 힘만 빼는 원흉이 되었다. 위 구글 그래프에서 보듯이 과거의 유물 취급받던 행동주의와 해빗의 진가가 요즘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상황과 필요가 바뀌면, 해빗에서 그릿에서, 그리고 다시 해빗으로 관심사가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는 장롱 깊은 곳에서 다시 '해빗'을 꺼내서 먼지를 털 때가 된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다투는 두 마리의 늑대 중 주인이 더 자주 먹이를 준 늑대가 나머지 늑대를 잡아먹고 내면의 주인이 된다. 한 번 먹이를 맛본 내면의 습관은 점점 몸집을 키워나갈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위기 상황이 되면 아무도 이 늑대를 막을 수 없다."
『해빗』, p274
요가적 관점에서 보면, '내면의 늑대'는 선악이 정해지지 않은 채 어떤 방향으로든 확장될 수 있는 중립적 에너지인 '쁘라나(prana)'이다.
내가 어떻게 길들이는가에 따라 중립적인 쁘라나는 사악한 폭군이 될 수도 있고, 순한 양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습관이라는 중립 에너지를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도록 돕는 순한 양으로 길들이는 원리를 제시한다.
첫 번째 원리는 나를 둘러싼 상황을 설정하는 것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그 행동을 유발하는 나만의 상황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독서 습관을 키우고자 한다면, 침대 옆 협탁에 항상 책을 놓아두어서 '침대에 눕는 상황'이 '독서'라는 신호를 만든다.
두 번째 원리는 마찰력(Friction)을 활용하는 것이다.
마찰력은 어떤 행동을 실행하기까지 드는 물리적, 심리적 저항이다. 행동주의 관점에서 인간은 가장 저항이 적은 방향으로 행동한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행동에는 필요한 단계를 최소화하여 마찰력을 줄이고, 그만두고 싶은 행동에는 장애물을 설치하여 마찰력을 높여야 한다.
아침에 조깅하는 습관을 키우려면, 전날 밤에 운동복과 신발을 머리맡에 챙겨두어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마찰력을 작게 한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면,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거나 전원을 꺼두어 '사용하고 싶다'는 충동보다 '가지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더 크게 만든다.
요약하면, 상황과 마찰이 습관이 형성되는 길을 닦는다. 신호는 엔진에 시동을 거는 장치다. 이제 습관이라는 전차가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연료 공급이 필요하다.
세 번째 원리는 연료 공급을 위해 보상(Reward)을 설계하는 것이다.
뇌의 도파민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즉각적인 보상을 받았을 때 그 행동을 기억하고 반복하려 한다. 우리 뇌는 정기 세일보다 예기치 못한 특가 구매를 했을 때 도파민을 가장 왕성하게 내보낸다.
원하는 행동 안에, 혹은 행동 직후에 '지금 당장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결합한다.
공부하며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하여 그 행동 과정 자체를 즐겁게 만들어 볼 수 있다.
네 번째 원리는 반복(Repetition)하는 것이다.
행동이 반복되면 뇌의 통제권이 의식(전두엽)에서 무의식(기저핵)으로 넘어간다. 이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의지력이 필요 없는 자동화 상태가 된다.
운전 초보 때는 모든 동작을 의식하지만, 수만 번 반복하면 다른 생각을 생각하며 운전해도 손발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어떤 행동이 보상 없이도 작동한다면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실험 쥐들이 레버를 내리면 치즈를 보상으로 받는 훈련을 무수히 반복하면, 나중에는 치즈가 없어도 레버를 내리는 단계에 이른다.
보상에 대한 둔감성은 습관 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해빗』을 읽으면 내가 당장 좋은 습관의 화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릿』을 읽으면 목표를 위해 1만 시간을 거뜬히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된다면 애초에 『해빗』이나 『그릿』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해빗』이 "어렵게 하지 말고 쉽게 하세요오~"라고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실 『그릿』만큼 어렵다.
우리는 이미 가장 강력한 해빗을 가지고 있다. 바로 우리의 성격이다.
성격은 우리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 만들어온 자동 항법 시스템이다. 물론 의도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성격이 있기에 우리는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말하고,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격은 물 샐 틈 없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에니어그램(enneagram)'은 성격 유형을 아홉 가지로 구분하는데, 아홉 가지 성격 유형은 각각의 서로 다른 방식을 가진 치우친 해결사들이다.
우리가 설계한 모든 자잘한 습관들도 성격이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놓이게 된다. 우산이 구멍 나 있다면, 좋은 습관들에도 물이 스며들며 변질될 것이다.
저자는 『해빗』에서 습관적 마음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에서 말하는 철저하게 무심한 마음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P230)
나는 이 대목에서 '해빗'의 개념이 너무 확장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모든 습관의 시작에는 유용성이 있었다. 그 당시, 그 상황에서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습관으로 굳어졌다.
한번 자동화된 습관은 현재 상황에 맞지 않더라도 스스로 갈 길을 간다.
비탄력성(보상 둔감성)은 습관의 강점이자 맹점이다.
그러나 '마인드풀니스'는 매우 유연한 마음이다. 의식적 자아와 비의식적 자아의 어느 한쪽 영역에 국한된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인드풀니스는 비의식적 자동 항법 장치를 의식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통합을 지향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화해는 긴장과 이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우리는 의식적 자아가 지배하는 낮의 활동 시간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늘 긴장 상태에 있다.
낮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한 탓에 밤에는 무의식적 자아에게 통제를 넘기고 잠에 떨어져 이완된다.
그 중간 지대는 없다.
긴장과 이완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존재 전체의 정교한 메커니즘이 합동하여 작용한 결과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메커니즘이 고장 나서 의식적 자아가 밤에도 주도권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깨어있는 이완'을 가능하게 한다.
'깨어있는 이완'은 의식적 자아가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긴장되지 않는 상태이다.
'깨어있는 이완'은 '해빗'이든 '그릿'이든 우리가 원하는 전략을 쉽게 적용하도록 도울 것이다.
마인드풀니스는 의지력이나 습관 바꾸기로 얻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삶의 정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은 후
비로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는 다 놓고 가야 한다.
그러므로
Mindfu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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