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봉수 Oct 15. 2019

[책19] <낙원을 팝니다>, 칼 N.맥대니얼,2006



[책19] <낙원을 팝니다>, 칼 N. 맥대니얼, 여름언덕, 2006



환경 및 생태 관찰을 바탕으로한 여러 책들이 그러하듯, <낙원을 팝니다> 역시 현재 모습의 인류가 생존하는 경우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관찰"에서 출발한다. 철학적 사고에 의한 종말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확인한 분명한 종말. 마치 외부와 단절된 갈라파고스에서의 관찰을 기반으로 <종의 기원>이 쓰여졌듯, <낙원을 팝니다> 역시 외부와 단절된 적도 부근의 외딴 섬(심지어 갈라파고스와 비슷한 지역이다)의 모습을 통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관찰". 그래서인지, 이 책의 부제는 "지구의 미래를 경험한 작은 섬 나우루"이다.




잠시잠깐 전지구적 관심(?)을 불러왔던 "자본세 vs. 인류세"논의는, 용어와 의미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류가 걸어온 바를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한다. 모든 것은 숫자로, 모든 것은 재화로 표기되며, 모든 재화는 교환가능하므로, 모든 것은 재화로 환산될 수 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환산된 숫자로서의 재화만 (인류의 생존이 아니라) 남게될 현실말이다. 



한 때 "책상위의 인류학자"가 되는 것이 목표의 하나이기도 했던 것에 비하면 창피한 얘기긴 하지만, 지리에는 잼병이라 처음엔 <걸리버여행기>류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우루". 적도 부근에 있는, 가장 가까운 섬이 대략 300킬로미터나 떨어져있는, 면적으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고, 공화국 중에서는 가장 작은 섬나라다. 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인광석 (인회질 비료의 재료이기도 하고, 폭약이나 실크 등 여러가지 화합물의 원료라고 함)이 대량 매장되어 있어 한때는 "남태평양에서 가장 부유한 섬"(내셔널 지오그래픽 40, 1921)이라고 불렸던 섬이지만, 인광석 발굴이 한계에 다다르고 개발의 객체로서 파헤쳐진 땅만 남게되어 현재는 재앙의 본보기처럼 보이는 섬.



 <낙원을 팝니다> 속의 나우루는, 개발에 대한 후과가 극단적이고 파멸적이어서 한 문명이 사라졌다는 결과론적 분석이 아니다. 고립된 나우루의 모습은, 폭력적으로 나우루에 접근한 소위 "문명"이 어떻게 기존 생태계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결말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현재적 시점으로 보여주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특히 저자의 당부가 완곡하고 정성스럽게 다듬은 듯한 후반부 구절은 척박한 오늘의 현실이지만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절박한 노력에 대한 당부로 읽힌다.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지식 - 인류학, 화학, 생태학, 경제학, 지질학, 역사학, 정치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신학 등 - 을 총동원해 이 지구에서 지속 가능하고 문명화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경제 중심적 문화에 요구되는 엄청난 변화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충분히 안다. 경제 중심적 문화의 핵심 신화는 한때는 진리로 여겨지던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핵심 신화와 믿음, 그리고 그에 연유한 행동들을 바꾸는 데 특유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자연의 사다리는 마치 중세 유럽에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되고 천사, 하늘 그리고 신이 사다리의 꼭대기에 위치하는 것이 하나의 일관된 세계관이었던 것처럼, 세계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조직해왔다. 야생 세계는 길들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사고 방식과 선형적인 진보 관념은 중세 이후의 여러 세기 동안 당대의 이해와 일치했다." (p.224)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지구에 살게 되었는가에 대한 사고를 일깨우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소개해 보았다. 생물 다양성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다양성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고, 다양하고, 한마디로 엄청나다. 우리 모두는 부모가 제공하는 유전자 풀 가운데 극히 일부의 지배를 받지만, 인간의 집단으로 표출되는 유전자들의 총체적 잠재력은 어마하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유전을 설명할 수 있는, 상상 가능한 어떤 문화라도 꽃피울 수 있다. 우리의 험난한 과제는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고, 인류 최고의 자질을 끌어내는, 공평하고 영속성 있는 거주 양식을 창출하는 일이다." (pp.225-226)




#책읽기#낙원을팝니다#나우루




작가의 이전글 <블랙야크 명산100> 02. 덕항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