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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Oct 07. 2019

<블랙야크 명산100> 02. 덕항산


<블랙야크 명산100> 02. 덕항산 2019.10.06


금강산도 식후경


                          

“혼자서라도 시작하자”라고 생각한 게 불과 어제인데, 밤 10시에 입금하고, 7시에 버스에 올랐습니다. 뭔가 시작하면 지긋하게 꾸준하게 오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신 순간적인 행동은 빠른 편이거든요. 보통때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간인데, 간만의 아침공기가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들게 해줍니다. 심지어 너무 일찍 나와버려서 아침 청소하는 카페에 자리잡고 앉아 고기빵에 커피도 한 잔 했습니다. 왠지 영국에 있을 때 새벽 비행기타러 나가서 공항에 앉아있던 생각이 나네요.





이른 아침이건만, 정류장엔 제법 사람이 많습니다.       

썰렁하게 혼자서만 탈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경부선에서 출발하는 어지간한 등산버스들은 죽전 간이정류장에서 다 서는 것같습니다. 처음이지만 왠지 자주 갈 것 같은 느낌. ^^ 블랙야크가 직접 운행하는 버스도 있네요. 오호~






목적지도 찾아보지 않고 떠나는 산행. ^^ 믿을 건 제 두 다리 뿐입니다. 실제로 “남은 거 아무거나” 선택해서 입금하고는 바로 잤거든요. 자료야 가면서 찾아보자 했는데.. 역시나 가면서도 그냥 푹 자고나니 휴게소, 다시 자고나니 태백이네요. 다행히 인솔대장님이 간단한 등산지도를 하나씩 주시네요. 대강 9킬로에 4~5시간 정도. 빠른 사람은 3시간에도 끊는다고하니 “도전” 속으로 외쳤는데… 낙오 안된 게 다행이었다는 뒷말이…


                                                  

삼척 환선굴이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는 하는데, 정작 본산인 덕항산은 딱히 유명한 산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간남는 사람들은 환선굴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고 누가그러시던데 가신 분들이 계셨을까 싶어요.



처음 가본 산이지만 특이한 산이기는 했습니다. 마치 아침에 비가 온 것처럼 산 전체가 축축축.. 덕분에 미끄럽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했지요.



사람이 적은 산은 한적하고 땅이 폭신해서 좋기는 한데, 그것도 너무 적으면 안되는가봅니다. 일단 길이 분명하지 않은 곳이 중간중간에 제법 있는데다, 습하기까지하니 귀신나오면 딱…. 역시 중용의 도가 군자의 도인거죠. 저는 군자가 아니니 패스. 




                                      

실제 산 길은…. 이런 식입니다. 정신줄 놓치면 바로 어딘가로 흘러들어갈 것 같은 수준. 나무에 길을 알리는 표지가 많이 붙어있기는 한데, 이게 또 복불복인 것이, 찾아보면 사방에 다 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지금얘기는 아니고 나중 얘기지만 저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알바”(산사람들은 길을 잘못 든 걸 그렇게 말하나요?)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시원하게 콸콸콸 흘러내는 계곡물은 시원스럽기 그지없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들어가면 안된답니다.



                                 


덕항산 입구에는 “예수원”이라는 종교시설이 있었습니다. 저 같은 날라리 신자도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것 같으니 아마 유명한 곳인 것 같은데 (심지어 오늘이 “주일”…. 죄송합니다..),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라”는 표지석에서 처음든 생각은 “그럼 여기는 누구땅일까?” 였습니다…. 죄송합니다…. X2..



                              

빨간 전화박스는 어디서든 영국스럽죠.


                   


역시 한적한 산은 데이트 코스로 제격입니다.



                               

첫번째 인증장소인 구부시령. 




                               

문제의 댓재. 블랙야크 인증 메시지에다 “덕재”라고 썼는데, 뭐 알아들 보시겠죠. 여기서 분명 “왼쪽 화살표”가 있음에도 앞으로 전진했던 일군의 무리들… 물론 저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길이 두 갈래”라고 생각했고, 어떤 분이 전화로 대장님께 물어보셨는데 그 분과 대장님간의 소통오류로 인해… “직진”으로 가게 된 것이죠. 직진으로 가서도 계속 우리를 안도하게 해주던 “등산로 리본”은… 결국 “다른 길”로 가는 거였고 말이죠.





한참이나 내려와서 다시 댓재로 올라간 무리들... 그때 제가 선두에 서서 그랬을까, 같이 잘못가신 분들은 왠지 끝까지 절 미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흑흑... 저도 초행이라고 분명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래도 죄송합니다.




                                

덕항산 정상은 그 흔한 표지석도 없습니다. 그냥 푯말하나. 그래도 여기가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장소라니 어쩌겠습니다.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전진.




                                         

덕항산에서 처음 본 “등산유도선” 오호…. 이거 좋은 것같습니다. 처음엔 미끄러지지 말라고 묶어둔 건가 싶었는데, 이렇게 위에 걸어두면 조금 멀리서도 보이니까요. 물론, 여차하면 잡아서 넘어지는 걸 막을 수도 있겠죠.



          

덕항산은 길이 다 그냥 이래요. 길인지 아닌지 구별이 모호한…


인증장소는 아니지만 실제적인 덕항산의 주봉이라 할 수 있는 환선봉입니다. 정확하겐 “지각산”이랍니다. 



                      

한참이나 체력을 깎아먹었던 “알바”의 저주에서 슬슬 체력이 회복되고나니 “전망이 터집”니다. (오늘 새로운 표현 두 개 배워갑니다.) 뭐, “정상에 올라가면 다 그렇지”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구요. ^^ 그래도 이렇게 서로 사진도 찍어주시고 그러는 곳. (친구 분인 줄 알았는데, 두 분도 오늘 처음 만나신 거라고 하시네요)





제가 좋아하는 구도. 전 음험한 사람인가봅니다. 이렇게 뭔가 살짝 숨어있는 구도가 좋아요. 무심히 떨어진 낙엽도 좋죠.



                     

                                  

요놈은 “천남성”이라는 열매랍니다. 사약에도 쓰인 독성이 강한 열매라고 누가 설명해주시면서 대신에 “노총각도 먹으면 단박에 장가갈 수 있다”며 저더러 “하나 따서 먹으라고….” 하하하. 저는 그런거 필요없습니다. ^^ 그나저나 천남성… 제가 아는 천남성은 만화에 나오는 나쁜놈 캐릭터 이름밖에 없으니 그저 뭐.. ^^ 정리하면서 좀 찾아보니 천남성이 독성이 강한 열매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죽일만큼의 양이면 한참이어야하고, 블로그로 보니 어떤 분은 사약에 쓰인 성분이기는 하나 죽으라고 넣은 것이 아니라 죽을 때 죽더라도 임금의 은덕으로 신체를 보존하라는 의미의 사약(賜藥) 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으시던데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평범한 능선길을 따라가보니 역시 백두대간 인증구간인 “자암재”입니다. 역시 뭐 표지목 하나. 진짜 별거 없는 재미없는 산이죠.



                              

그래도 뭐, 1천미터 넘는 태백산맥이니까 올라가기만 하면 제법 View 는 나옵니다. 


                 

그렇죠. 정상으로 가는 길은 저 각도지요.



                                   

개인적으로는 제일 좋았던 “천연동굴전망대”. 합쳐보면 덕항산에는 “제1전망대”, “제2전망대”까지 포함해서 총 3군데 (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가 있는데요, 탁트였다는 점에서는 제2 전망대가 시원하기는 하지만 암벽이나 산세 등을 보기엔 여기가 더 나은 듯합니다. 사진이 없는 이유는 제 얼굴이 박혀있어서 ^^



                         

천연동굴전망대 바로 옆은 환선굴 동굴통과구간.



  

                   

그리고 전 지쳐서 넋이 나갔습니다.


                           



이제사 본격적인 하산. 문제는 습하고, 인적 드물고, 고도가 높은, 태백산맥 자락이다보니 하산 각도가 만만치 않다는 점. 비도 안왔는데 엄청 미끄러워서 몇 번이나 고생한 것 같습니다. 뭐 저만 그런 가 싶었는데 다른 분들도 고생하셨다고 하니 덕항산 가시는 분들은 내려올 때까지 긴장을 푸시면 안될 듯합니다. 


                           

하산 완료. 버스 출발시간까지는 40분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뭐 하겠어요. 감자 먹어야죠. 강원도인데…




               

간단하게~~. 대신 깔끔하게 비웠습니다.




                                

이제 두 곳, 앞으로 9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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