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해, 그리고 아버지에 관해
조금은 지난 영화이지만, 영국이 배경인 영화.
크리스마스에 맞춰(?) 개봉한 또 하나의 영국발 로맨틱 코메디.....라고 들었으나, 실제로는 가족 드라마라고, 특히나 부자관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고 할까?
<어바웃 타임> (2013)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시간과 관련된 드라마이다. 스무 몇 살이 되면 특수하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유전되는 가문. 특별히 남자들에게만 해당한단다. 이유는.. 글쎄....??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과 함께 다른 사람의 Surname (성)으로 갈아타야하는 여자들의 특성상 "순수성"을 보장받기 위해??? 하여튼 어떤 이유에선가 이 집안의 남자들에게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부여된다. 그리고 가문의 남자들에게만 전해지는 능력인 탓에, 영화의 시선은 줄곳 아버지와 아들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의 흐름 (아니면 내가 남자라서 그렇게 보이는 지도).
통상의 시간여행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억속의 특정일로만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 즉 내가 모르는 미래로도, 내가 가본 적이 없는 과거로도 불가능하다. 이제 영화속 시간 여행에서 남은 것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있되 다시 미래로 돌아올 수는 없는 설정만 남은 것같다)
어쨌든 비상한 시간여행의 능력이 생긴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것은 "사랑"이라며 그 능력을 사랑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다. 창피했던 첫키스의 실수를 바로잡고,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던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해보기도 하고... 여자들의 Yes가 정말 Yes가 아니고, No가 정말 No가 아닌 것을 알게 해주는 지혜를 덤으로 얻게되는 주인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사랑의 빠진 여인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고, 가끔은 외도나 실수를 바로잡기위해, 혹은 친구나 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는 주인공.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난 뒤 어느날, 아이가 태어난 시점 이전으로 돌아가면 아이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많은 정자 가운데 하나가 난자와 만나서 아이가 되는 확률게임에서 작은 차이가 완전히 다른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런 이유로 주인공은 아이가 태어난 이전으로의 이동은 지극히 제약을 받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에서 그 이전은 자신의 유년시절로, 특히나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더이상 볼 수 없게 되는 것을 포함하게 되고, 아버지에게 일부러 탁구게임에서 져준 다음 "이게 마지막이에요"라고 말하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도 자신이 최종적으로 잊혀진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눈을 끌었던 것은 "지극히 영국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배경들. 밑에 따로 인용한 글에서도 있지만 영국영화들은 영국적 색깔을 가득 담아 진하게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없다. 왕실과 귀족, 빅벤과 웨스터민스터를 시작으로 데본 (Devon)과 콘웰 (Cornwall)의 지방색까지..
완전한 어둠속에서 나눈 첫 만남의 설레임, 결혼식날 갑작스레 내린 폭풍에 가까운 빗속에서도 행복하기 그지 없는 남여 주인공과 하객들 (물론 그 순간은 온갖 찡그린 얼굴이지만 그 이후에도 초연하기만 하다)의 모습은 갑작스런 어려움이나 고난 속에서도 사랑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영화속 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나에게, 모든 것은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하는 영화 포스터.
이 포스터와 메인 포스터 덕분에 순전한 로멘틱 코메디라고 생각했다면 50%만 맞다.
Ps.
글을 쓰기 전 포스터를 다시 보니, "워킹타이틀의 특별한 선물"... 이라고 쓰여있는건 발견! 순간 워킹 타이틀이 뭔지부터 검색을 해봤더랍니다. 혹시 배우이름? 아하, 가수의 이름이네요. 그런데. 다시보니.. 영국의 유명한 영화사의 이름이기도 하답니다.
특히나 포스터에 나와있는 것처럼 <러브 엑츄얼리> (2003)나 <노팅힐> (1999), 제목부터 비슷한 <어바웃 어 보이> (2002) 등을 만들어낸 곳이지요.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영국 영화는 "재능 있는 감독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대처리즘(Thatcherism)이 위세를 떨친 1980년대 영국 영화계는 전체적으로 우울한 시기였"으며, "보수당은 오랫동안 영화 산업의 재원 역할을 했던 국립영화금융공사(National Film Funding Company, NFFC)를 해체해 지원을 끊었고 미국 영화가 다시 시장을 장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BBC, 채널4 등 방송사가 영화에 참여함으로써 환경이 나아졌"으며, "1990년대 이후 영국 대중 영화를 이끌고 있는 영화사 워킹 타이틀(Working Title)의 출현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1984년 설립된 워킹 타이틀은 ‘영화는 대형 비즈니스’라는 현실을 이해하고 브랜드 색깔을 만드는 데 주력했"으며, "초기 예술 영화 중심의 제작으로 실패를 맛본 워킹 타이틀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Four Weddings and a Funeral, 1994)을 계기로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깨달았"고, "이후 〈노팅 힐〉(Notting Hill, 1999),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2002),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로 이어지는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와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2000)와 같은 휴먼 드라마가 자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네요. "부침을 거듭해온 영국 영화는 1980년대 이후 심각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로서 외국과의 합작 영화를 활발히 추진하는 등 끈질긴 저력을 나타내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의 영화가 지니는 특질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비춰지는 한국에서의 대처리즘... 어떤 선택도 그림자를 만들고, 특히나 강성 대처리즘은 그림자의 폭과 깊이에 있어 상상을 초월하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이나라의 "선진화" "세계화"를 외치는 분들은 아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