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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Aug 02. 2020

[책] 세계는 평평하다, 토마스 L 프리드만, 2006

(feat.트랜스포머 & 코로나19)

[책] 세계는 평평하다 1, 토마스 L 프리드만, 김상철 역, 창해, 2006 (feat.트랜스포머 & 코로나19)


#1. 세계는 평평해졌다.


The World is Flat. (세계는 평평하다)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 책이 나온 당시만 하더라도 상당히 도전적으로 읽혔던 (읽다 말았던) 책.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읽고 마뜩찮았던 참,  때마침 '좋은 책은 원서로~' 라고 한창 바람들어 사모은 원서랑 같이 있는, 정작 먼저 손에 잡은 번역본은 1부만인 것도 모르고 있던 책.



<세계는 평평하다>는 세계화의 단계를 1.0 ~ 3.0으로 나누어 설명을 한다. 소위 "지리상의 발견"이라고 부른 16세기 이후, 국가주도의 세계화 (제국 vs 식민지)를 거쳐, 자본주의가 본격화하고 다국적 기업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던 시기를 거쳐, 지금의 세상이 도래했음을 선언한다. 중요한 것은 현상뿐만 아니라 변화의 동력 혹은 주체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으로, 그만큼 변화의 외형만큼이나 질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세계화 1.0 시대에 변화의 동력은 국가였고, 2.0 시대에는 기업이었다면, 3.0 시대 변화의 주체이자 동력은 개인이다. 3.0 시대에 특징을 부여하는 동력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협력하고 경쟁하는 새롭게 발견된 개인에게서 나온다." (p.23)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가장 의미있게 다루고 있는 곳은 인도의 방갈로드,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인도의 실리콘벨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국가단위로 경쟁하듯 깔리던 초고속통신망의 과투자와 함께 통신비용이 극적으로 하락하고, 어떤 면에서는 쓸데없이 과투자된 고급인력의 보고였던 인도와의 연결이 손쉬워지면서 세계적인 사무분야에서의 아웃소싱이 이루어지고 있던 현실을 기반으로 현대를 진단하고 있다. 


인도의 부상은 기존 산업화 선진국의 몰락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저자의 표현으로 "세계화 3.0 시대는 뛰어난 개인보다는 더욱 다양해진 개인그룹 (비서구, 비백인)이 주도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p.25). 아카이브를 통해 외교문서의 일람이 가능하고, 개인 휴대장비로 전세계로의 방송송출이 가능해진 세상을 보면 저자의 예상이 완전히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률서비스, 세무서비스, 의료서비스를 비롯해, 전지구적 전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웃소싱과 오프쇼어링 등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2020년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에서 보여준 전지구단위의 대응도 이런 인프라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영문판이 처음 나온 것이 2005년, 한국에 번역본이 나온 것이 2006년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 동안 저자가 책에서 언급했던 "평평화의 동력"들은 모두 자리를 잡았고 일부는 이미 완숙기를 지나 소멸하는데까지 가기도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세계는 평평하다>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세계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으며 미국도 어느 특정한 개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일 것이다. "중국의 급성장에 보호무역으로 맞선다는 건 너무 늦은 일이다" (p.213)라고 단언하며, 다른 한편으론 중국의 세계화는 중국 자체를 변화시켜 세계화의 "올바른" (p.215)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2. 세계는 평평하다. 그럼 세상은 평평한가?


<세계는 평평하다>가 출간된 다음해, 오락영화로서는 하나의 이정표로 기억될 <트랜스포머>(2007)가 개봉했다. 외계 기계생명체가 우주의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에너지를 찾아 지구로 와서 벌이는 이야기. 그리고 처음 외계생명체와 중동 사막에서 벌어진 전투신은 당시로서는 충격 그자체였다. 


헐리웃 영화에서 미군이 주인공 역할을 하는 일은 흔하지만 시기와 상황이 미묘했다. 사막에서 외계 로봇과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어렵게 구한 위성전화로 펜타곤을 호출하는 장면. 긴급전화는 펜타곤에 연결되기전 인도(로 추정)의 콜센터로 연결되고 상담원은 현장의 긴박감과는 대조적인 자세로 프리미엄 패키지 가입을 권유하고 심지어 코를 파는 자세를 취한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심지어 외계로봇과 싸우는 상황에서 (전투중이라는 말을 여러번 하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일을 대하듯 하는 상황. 나름 위트라고 넣었을 장면이 <세계는 평평하다>가 생각하는 세상을 보여준다고 말하면 억측일까?




저자는 세계는 평평해질 것이며, 그래서 준비해야하고, 우리는 "언터쳐블"(어떤 경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역설한다. 저자에게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리카르도 (비교무역주의)는 여전히 옳으며"(p.365), 결국 세상은 점점더 많은 것을 원하고 새로운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공장의 수는 줄겠지만) "완전한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는 평평한 세계에서 미국은 계속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이유" (p.371)가 된다. 


<세계는 평평하다>가 맹목적으로 세계화를 찬양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인용해 세계가 평평해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당신(저자)의 주장은 정보기술의 발전이 기업으로 하여금 모든 비능률과 비효율을 시장에서 사라지도록 만들 거라는 얘기지요.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세계의 평평화" 개념이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 비능률과 비효율이 사라져 그야말로 평평한 세계는 혼합된 축복입니다. 그런 세계는 당신 생각대로 비즈니스에는 좋을 수 있습니다. 혹은 마르크스가 생각했듯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좋은 조짐일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우리에게 위치를 부여하고 이 세상에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건 각각의 지역과 공동체지요. 평평한 세계는 이러한 지역과 공동체에게는 위협입니다.(중략)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전통 관습 문화 제도야말로 이들 비능률의 일부인 거죠. 세계시장과 새로운 통신기술이 이러한 차이를 줄여놓는다면 우리는 뭔가 중요한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중략) 일부 마찰의 원인은 아무리 그것들을 제거하려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직면했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는 거죠"(pp.328-330)


그럼에도 불구 저자는 세계를 평평하게 만드는 힘이 결국 세상을 더욱 열리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저자가 원하는 세상 (단적으로는 풍요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중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열린 정치체제를 갖추지 못한다면 불가피한 경기침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정치개혁' 없이 중국은 결코 진정한 의미에서 평평해지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p.215)



#3. 코로나와 국가의 역할



책이 발간된 2006년 이후, 폭주하던 자본은 이듬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낳았다. 아랍의 독재국가들은 민중을 탄압했고 (2010년) 중국은 홍콩을 수차례 (2014, 2020) 탄압했다. 그리고 코로나19 (2020)로 인해 자유의 성지 미국은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국가의 역할은 적극적으로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세 가지 방향으로 무수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상황은 이미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낡은 경계선, 벽과 천장과 바닥들은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지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며, 인간은 벽과 천장과 바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합의된 행동규범과 상거래의 규칙을 필요로 한다." (p.331) 


"이 모든 이유로 미래에 우리를 보호해줄 벽과 천장과 바닥은 혼합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민족국가와 정부, 기업 그리고 뉴스 기구들은 신흥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협력해야 할 것이고 가상의 커뮤니티와 기업들은 점차 새로운 규범과 새로운 경계 등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모두 거대한 재편의 일부분이며 이 거대한 재편은 평평한 세계에 존재하는 민족구가의 내부에서 혹은 그 사이에서 그리고 네트워크의 내부와 그 사이에서 분명 정치적 논쟁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p.332) 


"세계화 3.0 시대에 자본에 불리한 것은 거의 없다. 자본에 관계된 모든 것이 좋다. 그러나 미국 노동자들 가운데서 일부만 그리고 지역사회 가운데서도 역시 일부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은 세계가 평평해진 결과가 가져오는 고통을 맛볼 것이다." (p.339)


"그렇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지방질이 모두 제거된 월마트의 가격을 원한다. 그러나 피고용자로서 우리는 코스트코가 하는 것처럼 거의 모든 종업원에게 의료혜택이 미치도록 뼈에 지방질이 약간 남아 있기를 원한다. 주주로서 우리는 코스트코의 수익률이 아닌 월마트의 수익률을 원한다. 반면에 시민으로서 우리는 월마트보다는 코스트코의 급여체계가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 차이는 사회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p.357)


"세계가 평평해지는 과정은 비즈니스와 우리들 생활에서 무자비하게 지방질을 도려낸다. 그러나 켄이 지적했듯이 지방질은 생활에 맛을 더한다. 그리고 우리의 온기를 유지시켜준다" (p.357)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월마트는 효율성의 상징이다. 하지만 후반부의 월마트는 라이벌 업체라고 할 수 있을 코스트코와의 비료에서 그 효율성의 가치를 의심받는다. 전직원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코스트코와 일부 정직원에게만 의료보험을 제공하기에 일부는 공공 의료체계에 의존해야하는 월마트는 결국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추구된 기업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저자가 극찬해마지않았던 개인 커뮤니케이션의 발달과 실패(?)로 끝난 "아랍의 봄", 홍콩 민주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홍콩 (vs  중국)의 갈등상황은 정보가 기술이 세상을 구원할 것처럼 여기는 프리드먼의 예상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런 문제들이 이미 저자가 책을 쓰는 시대에 일어나고 있었다. 더욱이 저자 스스로도 평평한 세계라는 것이 하나의 이상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경제 (자본)의 자율성을 지칭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혹은 부작용에 대한, 아니 그에 앞서 평평한 세계라는 이상에 대한 논의의 취약성에 대한 모호한 결론은, 세계는 평평하다는 선언이 어쩌면 평평해 "보이는" 세계를 통해 몇몇 자본의 이익을 섬기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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