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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Aug 20. 2020

[조기유학] 정신나간 영국의 A레벨

에이레벨, A-level, A레벨



지난 주 발표한 A-level 성적의 후폭풍이 점입가경입니다.

시뮬레이션도 안해봤던 건 아닐텐데 고작 나흘만에 발표를 한 결과를 뒤집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굳이 U-Turn 이란 이름까지 붙여줘가며 설명을 하고 사과도 했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비상상황인만큼 어느 누구도 "평소와 똑같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절차적 공정"은 지켜줬어야 했을텐데 말이에요.



학부모 카페를 보면 XX 학교가 유리했다더라, OO 선생이 나쁜 놈이다.. 등등이 넘쳐나면서 항의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합니다. 두 가지 결과 (최초 발표, U-Turn)가 모두 불만인 사람도 여전히 많구요. 그런 학생들 가운데는 한국식 재수를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학생들처럼 외국인인 경우는 어차피 경쟁률에서 예외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정원내에서 경쟁해야하는 현지 학생들의 압박은 상상할 수도 없을테구요.



이 와중에 대대적으로 10월 시험을 홍보를 하고 있네요.

10월달에 시험을 볼 수 있고, 9월3일까지 등록해야한다고 합니다....




뭐... 갑자기 10월이 나온 건 아닙니다. 10월 시험이 본래 있었던 것은 맞아요. 하지만 평년의 경우 10월 시험은 "일부과목"에 해당하는 시험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영국 현지인을 위한 GCSE, A-level 시험이 "아니라", IAL 이라고 불리는 International A-level 과 마찬가지로 국제 (해외) 학교나 학생들을 위한 iGCSE (International GCSE) 시험이었다는 거죠.



"두 번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그럼 제대로 시험을 봐서 결과를 받아라" 뭐 취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험도 안보고 성적을 받았으니, 시험을 봐서 성적을 주겠다.... 맞는 말이죠. 근데... 10월이라구요... 10월... 대학교는 9월에 시작하는데 말이죠. 10월에 시험을 보면 당일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12월에 나옵니다.. 그 말인 즉... 재수죠.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재수를 하는 것이라면 1년을 더 공부해서 내년 5월 (정규 A-level 시험)을 보는게 낫지, 굳이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10월에 시험을 보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빨리 시험성적을 받아서, Gap Year 를 가지라는 뜻일 수도 있기는 한데... 어쩌면 영국인이 아닌 제가 모르는 다른 심오한 논리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심지어 사태의 원인인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에서 말이죠.




뭔가를 한다는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유럽을 보면 장기계획이라는게 있나 싶을 정도로 정신머리가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선진국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나마 파운데이션을 포함해 "프로그래션(Progression)" 루트가 정해진 학생들이나 기존 성적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사실 좀더 유리했다고...), 내년에 재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정원외로 관리되는 외국인의 경우 경쟁률 증가로 인한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점에는 유리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해지는 한 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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