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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봉수 Oct 09. 2021

한글날에 생각하는 리더의 품격. <하이클래스>

대한민국 땅에서 국제학교는 하이클래스?

https://youtu.be/80_3WB3mKRo/v/?autoplay=1&rel=0


 “그 놈의 강남 대치동 타령? 진짜 하이클래스들은 애가 원하는 능력이나 적성을 찾아줘야지.” 



대한민국의 최상위 0.01% “하이클래스”의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한 국제학교.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최상위로 표현되었던 학교들과는 사뭇 다른 건물과 시설들, 여기에 시원시원한 제주의 바다와 아이스하키, 발레,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엑티비티와 함께 어우러진 풍경들은, 대한민국 최상위 0.01%의 자녀들이 다니는 제주 국제학교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최상위 0.01% “하이클래스”의 자녀들이 다니는 제주 국제학교…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대한민국 최상위 0.01% 하이클래스의 자녀들이…. 왜 국제학교를 다니는 걸까요? 대한민국이 식민지도 아닌데 말입니다. 더구나, 드라마 초기 대결구도를 만들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아이스하키 링크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안에서의 갈등, 그리고 바로 뒤이은 부모들의 “난입”은 최소한 교육현장을 다루는 드라마에서는 봐서는 안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하이클래스>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획에서부터 소위 학원물이나 성장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공식 포스터를 보면 “치정 미스테리”라고 적어두기도 했죠. 제작사 홈페이지의 기획의도에 의하면, <하이클래스>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에 위치한 아이들의 파라다이스, 초호화 국제학교에서 만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네 명의 여자들이,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 속에서 서로 부딪치고, 숨겨져 있던 거짓과 비밀 속에 결국 가장 믿었던 관계마저 깨어지며 예상치 못했던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믿어온 인생에서 어느 날 끔찍한 비밀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상황을 다루는 미스터리극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작진의 말처럼 “이 드라마는 사랑과 결혼, 가족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 속에서 스스로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이 시대 외로운 여자들의 성장담”을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최상위 0.01%”, “강남이나 대치동보다 나은” 등의 표현은, 그저 “대치동”과 “강남”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부자들 (최상위층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죠?)을 마음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류의 드라마 설정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스카이캐슬>의 “서울대 의대”, <펜트하우스>에서의 “서울대 음대”와 비슷한 설정을 이용하면서도 “그래봐야 월급쟁이 의사”라고 폄하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스카이캐슬>, <팬트하우스>, <마인>을 엮어서 써볼 수도 있겠네요)



동의하기 어려운 설정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설정으로 내놓은 것이 “제주”, “최상위층”, “국제학교”라고해서 생각을 좀 해보게 됩니다. 최상위층 하이클래스든 아니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맞을까? 혹은 어떤 교육이 아이들을 사회의 리더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하는 등의 질문 말이지요. 도곡동이나 강남보다 나은 제주도 국제학교, 아이스하키와, 발레, 오케스트라면 되는걸까요?




학교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어느 명문 사립학교의 전몰자 기념비였습니다. 1차, 2차 세계대전과 포틀랜드 전쟁에서 전사한 자기네 학생들의 이름을 석판에 새겨둔 곳이죠. 옥스포드나 캠브리지에 올해 몇 명이 갔다는 광고보다, 우리는 이들의 희생에 빚졌고,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한다는 사명감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장면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게 리더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 아닐까요?




과거 음악이나 미술, 스포츠를 즐겼던 “귀족”들은 그런 행위를 통해 목적하는 바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교양이라고 믿었던 것이죠. 문화와 예술을 후원하고 그들을 선도하고 보호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소위 음악학교에서 스포츠를 강조하고, 스포티한 학교에서 다른 예술활동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식 사립학교 시스템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영국사립학교가 소위 현대의 귀족 교육을 (혹은 부르주아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누가 너희에게 우리의 리더를 해달라고 했느냐, 누가 너희에게 그런 권한을 주었느냐는 것이죠. 북한마저도 “민주주의”를 내걸고 있는 현재 세계에서 대놓고 “미래사회의 리더를 교육한다”는 것을 모토로 삼는 영국식 사립학교는 앙시앙레짐의 하나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천문학적 금액의 비용을 따로 들여 교육을 시키면서도, 개인의 성공보다는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여전히 교육의 목표로 내세우는 것이 현대 영국사립학교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령 개인적 차원에서는 껍데기만 남은 홍보문구라고 생각하더라도 말이지요. 최소한 그런 것들은 화려한 시설이나 건물, “파라다이스”(낙원)같은 풍경에서 찾아지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사실 엘리트 교육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영국을 제외한 다른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런 사립학교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시도가 계속 있어왔습니다. 효율성은 낮더라도 함께 가자는 대륙식과 어차피 안되는거 공공성을 강화해서 이끌어나가게 하자는 영국식 교육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철학의 차이는 아래 그래프에서처럼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사립학교, 그리고 국제학교의 위상의 차이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드라마 <하이클래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받은 충격은 “최상위 0.01% 하이클래스의 자녀가 왜 대한민국 땅에 있는 국제학교를 다니는가” 였습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대한민국이 식민지도 아닌데 말이지요. 



어떤 면에서 이 대목은 아시아에서 “국제학교”가 왜 이다지도 높은 위상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임에도, 실제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서구열강의 식민지였고, 차이는 있을지언정 여전히 그들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서야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교육은 몇몇 특정한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님도 자명합니다. 사립학교 교육이 유명한 영국에서조차 공립 교육은 결코 버려져있지 않습니다. 사립학교 시스템이 우수하다면, 그 우수한 시스템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면 되는 것이니까요. 여기는 다시 재원의 문제와 사회 구성원의 동의 등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일부 지역 일부 학교들에서는 부족하나마 사립학교에 비견될 만큼의 성과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한참 한국을 뜨겁게 했던 영국남자 아르망 (풀햄 보이스 고등학교 Fulham Boys School)의 진지한 자세에서, US Open 에서 우승한 평범한 고등학생 엠마 라두카 (Newstead grammar School)의 자신감과 기쁨에 찬 얼굴에처럼 말이지요. 



https://cafe.naver.com/ukplus/11363


https://cafe.naver.com/ukplus/11353


살짝 재수없기는 하지만, 여전히 “귀족적 느낌”을 갖는 여러 학교들이 영국에는 많이 있습니다. 여러 음악학교가 그렇고, 심지어 상업시설이자 성인교육기관인 소더비 (Sotherbys’ Institute)에서도 은연중에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요.



하지만 그런 재수없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사회가 돌아가는 건, “대한민국 0.01% 하이클래스”의 자제들이 드라마 <하이클래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교육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들끼리 패를 나누고, 경쟁을 기본 구도로 뺏고 뺏기고,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적대시하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치정 미스터리”라고 하더라도, 드라마 <하이클래스>가 (도대체 이 제목은 누가 만든걸까요..) “이 시내 (네 명의) 외로운 여자들의 성장담”으로 끝나지 않고, 좀더 나은 학교안에서의 모습을 제주도 국제학교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건물은 건물일 뿐이고 액티비티는 액티비티일 뿐, 제대로된 교육은 그 한참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하이클래스에서의 학교 전경, 그리고 어느 런던의 국제학교 실내 전경. 시설은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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