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에 다다르면
그렇게 십여 년이 흐른 어느 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는 거대한 초고층빌딩 네오 바벨의 최상층,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흐릿하게 남해의 수평선이 보인다.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에 잠에서 깨어난 라니가 시녀들의 수발을 받으며 아침을 시작한다.
다뚫다는 지난밤 뉴스들을 아침을 먹고 있는 라니에게 브리핑한다.
그리고 일정에 맞추어 4 수장들과 함께 하루를 바삐 보내고 있다.
라니는 세상을 다 가진 인류 역사상 유일한 인간이 되었고 생존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적인 존재의 대수장이라 칭송을 받고 있지만 적그리스도로서 공포의 통치자로 인식되어 있다.
리셋된 세상은 그렇게 새로운 시대의 새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마음먹은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 라니는 자신이 신이라 여기게 되었다.
그의 심경을 거스르는 자들은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 죽였다. 그리고 떨어져 나간 머리들은 네오 바벨 앞 광화문 광장에 일렬로 전시되었다. 이는 라니가 인육을 먹는 악마라는 소문의 기원이 된다.
라니의 광기는 온 거리마다 가가호호마다 감시용 CCTV를 설치하고 모든 단일정부 시민들에게 도청장치와 위치추적 장치가 내장된 나노로봇을 정수리에 심게 한다.
다뚫다는 모든 나노 로봇으로부터 수신되는 요타 바이트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부정적이거나 저항적인 시민들을 걸러내어 광화문 광장 처형대에서 즉결심판으로 참수하여 수급을 전시한다.
네오 시티즌(Neo Citizen)이 된 시민들은 불평 없이 긍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풍요롭고 여유로우며 노예들로부터 모든 것들을 제공받는 귀족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이 쥐고 있는 특권과 특혜를 잃고 싶지 않아 했다. 라니의 독재보다 그들의 특권과 특혜를 잃는 것이 더 공포로 생각했다.
그렇게 인류는 이분화되고 소수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누리는 세상이 되었다.
오염된 인류는 차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인간성을 상실하고 그들의 주인인 네오 시티즌들의 명령에 순종하는 짐승으로 퇴화해 간다.
네오시티의 네오 시티즌들은 그들을 프리크(Freak)라 부르며 차별했다.
심하게 변형된 육체로 태어나 노동을 할 수 없는 태아와 유아는 분해되어 원료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점차 태아와 유아의 수요가 늘어나자 높은 벽으로 둘러친 농장을 건설한다. 그리고 그곳에 심하게 변형이 되어 더 이상 노동을 할 수 없는 돌연변이들을 어데티(Oddity)라 칭하며 강제 수용하고 강제 교배를 통해 태아와 유아를 대량 생산하여 공급하기에 이른다.
세상은 어데티에겐 지옥보다 못한 곳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살이란 개념이 없기에 네오 서울과 네오시티들에서 나오는 오물을 먹으며 그렇게 연명하고 있다.
프리크들도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담으로 둘러쳐진 곳에 방치되어 네오시티에서 나오는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물들로 생존할 뿐이다. 하지만 프리크 구역 내에서는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 외형과 지능이 덜 변형된 프리크들은 네오시티로 출퇴근하며 노동을 제공하고 필수품들과 식량, 그리고 깨끗한 물을 프리크 지역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들을 이용해 프리크 지역 내에서 또 다른 포식자가 되어 군림했다.
외형이 괜찮은 여성 프리크들을 납치 겁탈하여 아이들 낳게 해서 그 아이들을 네오시티로 출근시켜 수익을 얻는 조직들도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네오시티들의 시티즌들 중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그들은 그들의 특권에 취해 향락에 빠져 살고 있을 뿐이다.
이분화된 세상은 그렇게 광기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뚫다는 라니와 네오 시티즌들에게 이 모든 상황들을 매일 아침 뉴스로 알리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어느 아침 식사시간, 라니가 평소처럼 맛있게 불로장생 푸딩이라 불리는 아드레노크롬 푸딩을 먹고 있다.
이 푸딩은 라니와 4 수장 그리고 최상위층만이 섭취할 수 있는 특권 중의 특권이다.
“라니님이 즐겨 드시는 그 불로장생 푸딩의 주원료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라니님?”
다뚫다가 라니의 평화로운 아침식사 시간을 깨트린다.
“뭘 말하고 싶은 거지?” 라니가 무심한 척 말을 건넨다.
“왠지 오늘 아침엔 라니님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요.” 다뚫다가 가능한 부드러운 어조를 선택한다.
“그래, 그럼 말해봐. 주재료가 뭔지.” 라니가 다뚫다의 렌즈를 응시한다.
다뚫다는 라니의 미세표정을 읽고 기분이 좋지 않음을 감지하지만 우웅 냉각팬을 가동한다.
“잔인하게 고통받으며 죽임 당한 어데티 유아의 해골 피에서 추출한 물질입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대답하며 모니터에 가장 인간스러운 어데티 유아가 고통당하며 살해되는 영상을 띄운다.
멍하니 영상을 바라보던 라니가 “그래? “ 하며 먹던 불로장생이라 불리는 푸딩을 내려다본다.
잠시 생각에 빠진 라니가 들고 있던 푸딩과 스푼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일어선다.
세상 모든 것을 손에 쥔 라니가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구름 위 네오 바벨의 최상층 발코니에서 바라보고 있다. 한동안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던 라니의 눈가가 붉게 물든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내부로 들어간 라니가 서랍에서 아끼는 베레타 권총을 꺼내 들고는 통유리 너머 밝게 빛나는 하늘을 올려본다.
그리고 잠시 후,
‘탕’
한 발의 총성이 공허한 네오 서울의 허공을 가른다.
‘위잉잉’ 그것을 지켜보던 다뚫다의 냉각 팬이 빠른 속도로 가동된다.
- 끝 -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늘 행복하시길 기도 합니다.
God Bless Y’al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