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에 다다르면
유럽과 동남아의 소수 국가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은 라니의 핵공격에 의해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도시들은 잿더미가 되었고 폭도들의 폭동으로 대공황 상태다.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폐허가 된 거리마다 공포의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는 시신들이 즐비하다.
죽음의 바람이 거리거리마다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언아더들의 영혼 없는 동일한 생김새는 그들에게 장악된 국가들의 생존한 시민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또한 아메지가 원폭 공격으로 사라지자 라니는 그 자리를 다뚫다로 대체시킨다.
이 일이 있은지 몇 주 후.
대량의 핵폭발로 인해 태평양의 여러 곳에서 진도 12의 대지진들이 발생한다. 이 지진들로 인해 하와이는 바다에 가라앉는다.
그리고 거대한 쓰나미가 서쪽으로는 미국과 캐나다의 서부지역을 동쪽으로는 일본과 필리핀을 집어삼킨다.
그나마 항전하던 캐나다의 서부지역이 쓰나미에 수장되어 사라진다.
한국의 남부지역 역시 쓰나미로 지대한 피해를 입는다.
원폭의 피해를 덜 받은 도시의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인 채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여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클론 군단의 수장이 성경에 나오는 적그리스도라는 소문이 온 세상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는 더욱 심화되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세계 단일정부를 꿈꾸던 13 수장들 중에 살아남은 영국의 해리슨, 독일의 론맨, 프랑스의 발루아, 그리고 이탈리아의 룸 바르드 이렇게 4 수장들이 긴급히 영국에서 모여 회의를 갖는다.
“우선 살아남은 것에 대한 은총에 감사합시다.” 영국의 해리슨 수장이 인사를 건넨다.
“신의 은총에 감사를..” 다른 수장들이 서로 인사를 건넨다.
“살아남은 우리가 다시 인류를 하나의 정부 하나의 국가로 재정립할 때가 왔습니다.” 발루아 수장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리며 일어선다.
“네오 유니버스를 위하여!” 다른 수장들도 일어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얻는다.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그리고 어떻게 운용할지 이야기해 봅시다.”
자리에 앉은 수장들에게 론맨 수장이 말문을 연다.
“우선, 클론 부대의 지휘관을 찾아야 합니다.” 룸 바르드 수장이 번쩍이는 커다란 금반지 낀 왼손으로 턱수염을 어루만진다.
“핵전쟁이 있기 전 들은 정보에 의하면 그가 한국인이라 들었소.” 해리슨 수장이 테이블 위의 생수 잔을 들어 목을 축인다.
“어떻게 연락을 취할 수 있을까요?” 발루아 수장이 말한다.
“저와 함께 일하는 요원들에게 방법을 찾으라 하겠소.” 해리슨 수장이 유선 전화기 앞으로 걸어간다.
“찾는다고 칩시다. 그다음 어떻게 할 거죠?” 발루아 수장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직접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의 신념을, 우리의 계획을.” 론맨 수장이 강한 어조로 대꾸한다.
통화를 마친 해리슨 수장이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찾는 대로 바로 연락이 올 겁니다. 기다려 봅시다.”
그 후로 한참 동안 회의가 이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그들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클론 군단의 수장을 찾아 그를 단일 세계 정부의 대수장으로 추대하고 살아남은 국가들을 통합하여 단일 국가, 단일 정부를 세우자는 것과 폐허가된 국가들로 병력을 보내 그곳에 있는 모든 오염된 인간들을 청소하여 오염되지 않은 국민들만을 남긴다는 내용에 합의한다.
한국을 장악한 라니는 청와대의 대통령 직무실 의자에 앉아 베레타 권총을 손질하고 있다.
라니는 다뚫다를 통해 협조하는 시민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이여 갈 수 있다고 선전방송을 계속해서 송출한다.
혼란에 빠진 시민들은 각자의 거처에 강금된 상태로 최소의 음식과 물자를 언아더들로부터 공급받으며 연명하고 있다.
세상을 정복한 라니는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계획도 없다.
그런 라니에게 단일정부를 세우려는 4 수장들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다뚫다를 통해 전달된다.
세계 단일 국가 단일 정부의 개국 선언과 앞으로의 계획이 브리핑되었는 이메일을 읽은 라니는 흥미 있어한다.
“재미있네. 심심한데 잘됐다. 다뚷다 초대한다고 답장 보내.”
무료하던 라니는 청와대로 그들을 초대한다.
며칠 후 서울.
언아더들의 안내로 청와대로 도착한 4 수장들을 라니가 맞이한다.
“다뚫다 통역해. 안녕하십니까? 저는 라니라고 합니다. 자세한 계획의 내용이 뭔가요?”
“저는 영국의 해리슨입니다. 제가 모두의 대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시지요.” 라니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다.
“저희는 세계 단일국가와 정부를 세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던 13 수장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4 수장들입니다. 이번 기회에 단일 국가와 정부를 세우고자 합니다. 물론 라니님을 단일 국가의 대수장으로 추대하고자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네? 저를요? 나를? 하하하하하.” 라니가 크게 웃자 4 수장들도 따라 가볍게 웃는다.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얼까요?”
“클론 군단을 늘려 각 기관별로 배치시키시고 저희에게 단일 세계 정부 운영을 맡겨 주시면 저희가 오랜 기간 동안 수립한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당연히 라니님의 최종 승인을 걸친 후에 진행하겠습니다.”
마침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없던 라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
“자,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자리에서 일어선 라니가 손을 내밀며 4 수장들에게 다가간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라니 대 수장님!” 4 수장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라니와 악수를 한다.
“그럼, 이 문서들을 읽어 보시고 다뚫다를 통해 최종 승인하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해리슨이 금장으로 장식된 가방을 라니에게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넨다.
“네, 그럽시다!” 라니가 앞에 놓은 서류가방을 열어 본다.
그 안에는 두툼한 서류가 들어있는 봉투가 하나 있다.
“이제 저희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이 일을 세상에 공표하고 다음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저희에게 군단과 물과 식량, 그리고 필수품들을 좀 제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고개 숙인 4인을 향해 라니가 호탕하게 웃으며 “원하는 곳들에 텔레포테이터들을 설치하시고 좌표들을 다뚫다에게 알려주면 내가 확인 후 넉넉히 전송해 드리지요.”
“오! 영광입니다. 대 수장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정중히 인사를 마친 4 수장들이 언아더들의 안내에 따라 청와대를 빠져나온다.
자국으로 돌아간 4 수장들은 가능한 많은 텔레포테이터들을 장악하고 주요 시설에 설치를 마친다.
그리고 라니의 승인 인증과 함께 일제히 전송을 받은 언아더들로 정부 및 주요 시설을 장악하고 단일 세계 정부의 건국을 알린다. 그리고 식량과 물 등 필수품들을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보급해 준다.
그 일이 있은 후, 각 나라의 모든 법과 국경은 폐지되고 새로운 법과 질서가 공표된다.
4 수장들은 수도를 라니와 다뚫다가 있는 서울로 정하고 그곳에 라니와 다뚫다를 위한 네오 바벨(Neo Babel)이란 초거대 고층 빌딩의 건설을 시작한다.
단일 국가 단일 정부로 새롭게 재편성된 지구는 폐허가 되어 버려진 황무지의 대륙과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대륙으로 크게 나뉜다. 폐허가 되어버린 대륙에서는 지하자원의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문명을 이어가고 있는 단일 국가에 속하게 된 생존 국가들의 시민들은 풍족하고 윤택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전쟁도 없고 평화로우며 모두가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또한 단일정부 수립 후 원래 계획대로 오염된 인간들을 몰살하려고 했으나 노동력이 필요한 것을 깨닫게 되고 그 계획은 철회된다.
문명을 잃고 폐허가 되어 국가를 잃은 생존자들은 살기 위해 단일정부로 몰려오지만 그들은 단지 생산노동 노예나 서비스 노예의 삶으로 전락한다.
그들은 원폭과 오존층 붕괴로 방사능에 노출되어 외형에 변형이 왔으며 DNA 또한 심하게 타격을 받은 상태라서 더욱더 차별과 냉대 속에서 비참한 삶을 이여가고 있을 뿐이다.
오직 그들에게 희망은 죽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