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문장에서 꽃은 피어나고

by 책읽는 리나


어른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헤세가 『데미안』에서 말했듯이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10대 때는 자기 세계의 틀 속에만 갇혀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라는 말에는 거부감과 저항감을 가졌고, 누군가와 경쟁을 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현실에는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끝까지 해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은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키니까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마음이 편안해질 때는 책을 읽는 순간이었다. 책을 매달 사서 소장하셨던 아버지 때문에 집에서 책을 읽는 일은 어렵지 않았고, 집에 읽고 싶은 책이 없을 경우에는 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독서를 하는데 거창한 목적이 있지도 않았고 그냥 재미있고 즐거워서 읽었던 시간들이었다.

이후 20대까지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고, 무엇 때문에 불만스러운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마음 둘 곳 없이 시간들이 지나갔다. 20대의 마지막은 결혼으로 막을 내렸다. 결혼을 하니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되는 일들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누군가 나를 붙잡고 알려주었다면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접 체험해보지 않은 일들은 와 닿지 않았을 테니까.

결혼 후의 생활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새롭게 부여된 여러 역할들에 힘겹게 적응해가며 하루를 보내기에 바빴다.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기 어려웠고, 주변 관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도 깨닫기 어렵고 혼란스러웠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점점 고립되어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무엇이 문제인걸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걸까. 끝없이 밀려드는 질문에 혼란을 느꼈다. 그후 시작한 독서모임과 책을 읽기 시작한 삶은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었다. 감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고까지 말하고 싶다. 무엇이, 어떻게 나를 변화하게 만들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나는 마음을 열고, 온 몸을 열어 책을 받아들였다. 모든 책을 다 제대로 이해하고 읽어내려간 건 아니었다. 책에서 단 한 줄이라도 나에게 영감을 주거나 위안을 주거나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 했다. 처음부터 한 권을 모두 받아들이는데 목표를 하지 않다보니 한 줄이 주는 깨우침은 마음을 채우는 영양분처럼 차곡차곡 쌓여나갔다.


한 줄의 의미있는 구절을 받아들이면서 독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책의 문장들을 매일 옮겨 적고, 그 구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내 삶 속에 직접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변화는 더디었지만 한 번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의 물결은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이끈다. 좀 더 단단한 내면을 가지게 된다. 당신에게도 한 줄의 문장이 가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듯이, 여러분에게도 독서의 씨가 발아되어 가지가 자라고, 꽃잎이 피어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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