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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돌이 Apr 30. 2019

길리섬 여행기

윤식당 촬영지로 유명해진 발리 옆 자그마한 섬들

티비를 자주 본다. 나는 백수이기 때문이다.

백수면 꼭 티비를 많이 보느냐? 그렇진 않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 거의 한 달 동안 와식생활을 해야 한다. 귀국하고 며칠 안되 갈비뼈 세 군데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분명 뒤로 넘어졌는데 갈비뼈는 대체 왜 세 군데가 부러진 걸까? 운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코는 아니었으나 암튼 운 없는 놈이 바로 나였다. 재기가 날 땐 혹시라도 갈비뼈가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하다. (병원에서 겁을 엄청 줌) 병원에서 웃지 말랬는데, 나는 내가 이렇게 웃음이 많은 인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티비를 보는데 즐겨보던 프로 윤식당이 나왔다. 얼마 전 여행했던 장소라 더 자세히 보게 됐는데 몇 년 전 촬영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장소가 여럿 나온다. 반갑기도 하고, 많은 것이 그대로였다. 숙소 가는 길 골목길을 돌아 항구 바로 앞, 이탈리아 국기가 그려진 파스타 집이 보였고 (수제로 만드는 듯해서 들어갔으나 매우 맛없음) 자주 가던 로스트 하우스 치킨집, 분명 내가 자주 먹었던 곳에서 산 듯한 똑같은 박소, 길리를 달리는 말들도 그대로이며, 길리 섬 3곳이 여전히 무연 섬인 것도 그대로다.


발리가 워낙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발리의 빠당 바이 항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지만 사실 길리섬은 롬복에서 훨씬 가깝다. 실제 롬복 주에 속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발리에서 머물고 왕복하기 때문에 많은 스피드보트사 회사들이 있고 나 역시 스피드보트를 이용했었다.


길리섬은 총 3개의 섬이다. 가장 왼쪽이 윤식당 촬영지인 길리 트라왕안, 중간이 길리 메노, 가장 오른쪽이 길리 아이르로 나는 총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3곳의 섬에 모두 머물렀다. 트라왕안엔 가장 짧게 머물렀는데, 여러 가지로 매우 짜증 나고 힘들었기 때문. 3개의 섬을 여행하며 느낀 점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길리 아이르 (Gili Air)

다시 여행을 간다면 나는 여길 가겠다. 밤이 되면 조용한 섬, 그리고 별이 쏟아지는 섬.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여기있다는 말에 제일 처음 들렀는데 물이 가장 맑은 것은 물론 여행자에 대한 괴롭힘도 가장 덜하다. 요가와 스노클링을 즐겼는데 스노클링을 할 때엔 늘 거북이가 보였다. (다이빙 할 때도 보기 어려웠는데 여긴 안보기가 더 어렵다. 이건 섬 3곳 모두 공통!) 물가도 가장 혜자스러웠으며 아름다운 카페와 싱그러운 자연은 덤. 지나친 호객행위가 없어서 좋았지만 해변 쪽, 특히 서쪽 맛사지샵은 꼭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귀 염증과 찰과상을 얻었다 ㅜㅜ 개발과 미개발의 중간 정도로, 여행자가 장기 체류하기 가장 좋다. 도로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길이 대부분이라 자전거를 타다 모래에 빠져서 끌걷다 해야 하는 건 3 섬 모두 공통이며 자전거로 한 바퀴를 돌면 2시간 이내, 슬렁슬렁 걸어도 3시간 내에는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는 것도 공통점. 이 섬이 처음 머문 곳이라 여기가 얼마나 파라다이스인지 몰랐던 것이 몹시 후회된다. 이땐 베드 버그로 추정되는 벌레에 왼쪽 다리를 엄청나게 물려 정신이 없었으나, 코코넛 오일을 들이 붓듯이 치덕치덕 발라서인지 지금은 흉터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해졌다. 반면에 훨씬 이전에 물린 홍콩에서의 벌레 흉터가 있는 걸 보면 코코넛 오일은 정말 신의 선물임이 틀림없는 듯 ^ ^ (코코넛 오일 성애자)



2. 길리 메노 (Gili Meno)

여긴 가족단위, 단체로 오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르 못지않게 조용하고 세 섬 중 가장 작다. 가족들을 위한 리조트들이 많고 가장 개발이 덜 된 섬이다. 여기서 일행을 구해 셋이 정말 세상이 끝날 듯 먹고 마셨다. 선셋을 바라보며 굉장히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2만 루피아에 박소만 파는 박소 장인이 있으며 (아래 파란 간판) 꼭 피해야 할 가게는 바로 "PUTRI" 주인이 굉장히 미친놈이며, 메뉴판이 따로 없어 음식 가격을 묻는 경우 여행자를 위협하기도 한다. 혼자 여행하는 나에겐 정말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기억이었다.


메노에서는 숙소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PAK MAN이라는 식당에서 매일 15000루피 나시 짬뿌르를 먹었는데 여행 중 가장 저렴한 것은 물론 가장 맛있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입구에 짬뿌르 반찬들이 보인다.

코코넛으로 해장 후 나시짬뿌르 먹기 헤헤



네이버에 길리메노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POJOK 5 star를 갔으나 영 실망스러웠는데 리모델링하면서 주인이 바뀌는 바람에 맛이 이상해지고 가격은 매우 비싸졌다는 숙소 주인의 코멘트가 있었다. 어쩌다 보니 매일 간 PAK MAN 식당은 이름이 2개였는데 팍만 외에도 무슨 와룽..이라고 구글에 표시되어 있지만 의심하지 않고 위 사진처럼 반찬 진열이 보이는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면 된다. 세상 시원한 코코넛이 2만 루피, 나시 짬뿌르 정식과 함께 먹으면 그날 해장 끝 ^ ^ 그리고 밤에만 여는 박소 집에 박소 먹으러 가면 된다. 그리고 음주의 무한루프. 여긴 정말 연인이 생기면 아이르와 더불어 꼭 꼭 꼭 오고 싶은 곳.

이슬람 아저씨가 하시는 박소 맛집



3. 길리 트라왕안 (Gili Trawangan)

섬은 윤 식당에 나온 것처럼 아름답고 좋은 환경인건 인정! 세 섬 중, 파티플레이스라고 불리므로 항구 쪽은 밤이 시끄럽고 (파티 좋아한다면 갈 것!) 모스크가 있어 시간마다 꾸란을 읊으므로 잠을 방해한다. 물론 술 먹고 자면 모름 ^ ^ 여기서 나는 최악의 경험을 여러번 했다. 여기서 윤 식당 찍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른 섬은 보존해 줘..


1) 에어비앤비. 서양 여행자들은 왜 이렇게 점수에 후한 걸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숙소가 정말 구려도 주인만 친절하면 10점을 주니 신뢰하기 어렵다. 홍콩 여행 때도 마찬가지. 홍콩 라마섬 타바사 라는 호스트는 정말 최악이었다..

평점이 10점인 곳도 처음 봤거니와 평이 좋아서 갔더니 곰팡이 냄새나는 방에 딸린 화장실은 배수가 안됐으며 아무리 물청소를 해도 정체불명의 벌레 알 같은 것이 자꾸 떨어졌다. 천장에선 밤에 잘 때와 아침 깰 때쯤이면 쥐들이 우다다를 하는듯한 소리가 들렸고 아침이면 공용 거실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가 방 안으로 들어와 자동기상 할 수 있다. 바퀴벌레 두 번 나왔으며 주인 친구들과 그 그룹은 친절할지 모르나 엄청 추근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해당 숙소 이름은 원더랜드 어쩌고 저쩌고.. 여긴 거를 것을 당부합니다..


2) 나는 너를 모르지만 너는 나를 안다

항상 골목에 여럿이 쪼그려 앉아있는 호텔보이들 리조트 일하는 사람들까지 종일 골목에 쪼그려 앉아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정말 말 그대로 몸을 투시하듯이 뚫어지게. 여자 혼자일 경우 당연히 캣콜링 장난 아니다. 못난 인간들이 대부분 그렇듯 혼자이거나 덩치가 작은 사람일수록 심하고, 발리와 세 섬 모두 어느 정도의 캣콜링은 있으나 여기가 정말 너무너무 심하다는 것이 혼자 여행하는 여자 여행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친구나 연인이 있다면 그런 것 없음. 그리고 숙소를 옮길 때마다 주인들이나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안다. 이것도 한두 번이지 매우 짜증 나는 경험..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느낌이랄까. 한 번은 서양인 여자 여행자가 매우 화난 어조로 "나 혼자 있는 거 좋아하니까 내버려둬!"라고 소리치는 것도 보았다. 여기서 만나게된 동생 커플과 같이 다닐 땐 어느 놈이 너 여자 두 명이니 한 명 나 줘! 하는 소리는 예사로 들음. 아무튼 혼자 가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기 빨리는 곳이다. 그리고 발리로 나오는 스피드보트를 여기서 탈 경우 보트사의 행패가 장난 아님을 염두해 미리 체크인 해두자. (에카자야 제외) 티켓을 똑같이 가지고 간 뒤 출발을 위해 실물 표로 바꾸는 체크인을 하려고 하면 일행을 갈라놓은 뒤 (오전 배편, 오후 배편 이렇게) 일행과 같이 가고 싶으면 티켓을 다시 사라고 하거나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거나. 대부분의 나쁜 기억은 여행에서 극복하려고 하지만 여기는 정말 여러 가지로 여행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곳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정신적 휴식을 위해 나름 비싼 가격을 주고 갔던 중급 숙소 정도 되는 GILI BREEZ 에서는 바퀴벌레가 계속 나왔으며, 침대 옆에선 누가 먹었는지 모를 과자봉지가 나왔다. 옮기는 방마다 그러했기에 정말 첫째 날 밤 애걸복걸해서 환불을 겨우겨우 받았으나 남자 일행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매니저가 매우 위협적임) 여기 직원들 역시 나에게 관심이 너~무 많았다. 그냥 혼자 다니는 여자가 있으면, 특히 동양인이라면 그들의 타겟이 된다고 맘편히 생각하면 된다. 이때가 아마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듯. 도망치듯 가장 빠른 배를 타고 섬을 탈출했다. 그리고 배에서 내렸을 때 당신을 데려다 줄 배 티켓에 포함된 무료 셔틀은 저 멀리 있으니 절대 티켓을 빼앗기지 말 것. 내린 후 여행자들을 잡아가려는 택시기사들이 항구에 말 그대로 진을 치고 있다. 심지어 배 안까지 들어와 사기친다.


물가는

우붓> 길리 트라왕안 > 길리 메노 > 길리 아이르 순으로 우붓은 물가가 높은만큼 격식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세금이라는 개념도 우붓 와서 처음 봤다. (대부분의 식당이 Tax와 Service charge를 부과) 우붓에 있던 보름 동안 도장깨기 열심히 하러 다녔다. (먹었던 사진들은 다음 글에)


우붓은 에어비앤비 기준 한화 3만 원 이상이면 대부분 중급 이상의 좋은 숙소들이 굉장히 많다. 물론 후기를 다 믿지 않는 약간의 의심이 필요하며, 한국인 후기가 대부분 가장 정확했다. 그리고 기억하자. 비싸고 나쁜 건 있을 수 있지만 싸고 좋은 건 절대 없다 ^ ^


<에어비앤비는 아래 링크를 통해 예약하면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겐 할인 코드를, 저에겐 약간의 크레딧이 제공됩니다. 우리모두 윈윈하는 여행 ㄱㄱ>



세 섬은 거리가 정말 가까워 이동이 쉽다. (옆 섬의 클럽 음악소리 들릴정도)

1. 항구에서 운영하는 HOPPING 보트를 (단순히 섬을 건넘) 탈 경우 가격은 35000루피아로 오전 오후 두 번 운행

2. 스피드보트는 약 2배의 가격으로 자주 운행한다.


아이르는 정말 나만 알고 싶은 곳이지만, 조회수 얼마 안 되는 이 브런치에 들어오는 분들에게 비밀을 풀어놓는 기분으로 써 본다.


여행이 끝날때엔 그 나라 돈을 다 소진하고 오는데, 우붓과 아이르는 한 번은 다시 가지 않을까 싶어 루피아도 남겨왔다. 비행기 티켓을 잘못 끊는 바람에 30일에 하루를 넘게 체류하게 됐는데, 출국 시 이민국에 잡혀서 벌금 내러 가는 길은 엄청 공포스러웠다. 그렇게 끌려가는 건 처음이라..^ ^;;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었음. (오버스테이 하루 벌금 30만루피아) 그러나 별 탈 없이 벌금 내고 출국하며 다사다난한 여행을 마쳤다.


발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여행지겠지만, 일행이 있는 사람에게 더 재밌고, 맘 편히 즐길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아직 내 마음속 1위는 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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