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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오렌지 Aug 27. 2020

설거지 전쟁에서 벗어나다

식판 등장

아직도 얼마간 집콕을 해야 할까... 엄마들은 지쳐간다. 직장맘들 또한 또 다른 고충이 있겠지만, 주부인 나는 지금 세 가지와의 전쟁 중이다. 설거지 전쟁, 날파리와의 전쟁, 주부습진과의 전쟁... 공교롭게도 세 가지 모두 주방과 관련된 일이다. 이 중에 얼마 전 설거지 전쟁에서는 좀 헤어 나오는 중이다.


하루에도 4-5번을 차려대는 식사로 설거지는 하루에도 최소 2,3번을 하게 된다.

그러다 딸아이와 남편이 나의 눈치를 살피다 식판으로 교체해 보라는 말에 주저 없이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식판 쇼핑을 시작했다.

다음날에 총알 배송으로 도착한 식판 세 개.

당장 쓰기 시작하면서 설거지가 훨씬 줄어들었다. 하지만 식판의 사용에 있어서 장, 단점도 있다.


장점 1. 음식물 쓰레기가 감소

       2. 설거지 지옥 탈출

       3. 밑반찬 활용도 증가


반면에 생각지 못한 단점도 생겨났다.

단점 1. 바로바로 설거지 직행

      2. 반찬 수 채우기

      3. 국이나 메인 반찬에 대한 부담

      4. 스테인레스끼리의 마찰 소리

      5. 설거지 후 건조 장소 애매 (식기세척기가 건조대로 바뀜)


장점으로는 음식물 쓰레기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담아 주는 대로 맞추어서 먹으려고 노력한다. 마지막 밥 한술에 반찬이 딱 떨어지는 찰나, 나름 희열이 있다. 이제는 먹으면서 밥 몇 술에 반찬이 딱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계산하면서 먹는 거 같다. 확실히 줄어든 식기류.. 드디어 설거지 지옥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다.

우리 식구들은 나부터도 밑반찬을 싫어한다. 한번 먹은 밑반찬은 다시금 먹기 싫어한다. 그러나 식판의 칸만 바 꾸어 담아 놓으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내 할당량 인양 먹게 된다. 이제는 세 번까지 연달아 놓아도 먹을 수 있다.


단점에는 식판이 세 개뿐이기 때문에 바로바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일반 그릇에 담았을 때는 두 번 몰았다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식판은 먹고 바로 해야 한다. 딱 세 개뿐이기 때문에.. 나의 다음 목표는 식구들이 다 먹은 자기 식판만 자기가 설거지를 끝내 게 하는 일이다.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식판은 밥 옆에 국을 담을 수 있는 큰 칸이 있다. 그래서 국이나 메인 반찬을 그 칸에 채워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부담감이 생긴다.  큰 칸에 젓갈이나 김치를 담게 되면 그 끼니 자체가 초라해져 버린다.

다음 단점은 개인적으로 제일 거슬리는 점이다. 스테인레스의 식판과 스푼의 부딪히는 소리는 칠판 긁는 소리보다는 덜 하지만 꽤 듣기 싫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밥알까지 먹지만 국만은 어쩔 수 없이 스푼을 사용하기에 마찰 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금 나무 수저를 사야 하나 고민 중이다. 집에 은수저, 놋수저 다 있는데 하필 나무 수저만 없을 게 뭐람?

식판은 일반 그릇들 보다 훨씬 크다. 일반 건조대에 눕힐 수가 없다. 그래서 식기세척기가 건조대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식판을 싫어했다. 딸아이가 학교 급식실에서 매일 배급받아먹는 식판을 집에서까지 마주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남편 또한 점심에 구내식당이나 일반 식당에서 매일 접하는 플라스틱 접시나 스테인레스의 그릇들과 다른 집밥다운 식탁을 차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그냥 꾸준하게 묵묵히 버텨야 하는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나의 자리에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를 조금 덜 힘들게 하고 그동안 안 해봤던 시도도 해 보면서 나에게 맞는 걸 찾으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와 지금 이 시간을 웃으며 글로 쓸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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