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솔안나 May 13. 2024

가지 않은 길

꿈속에서

그때, 엄마가 날 찾아왔어

바람을 껴안고 숨쉬기도 힘들었던

그 밤에     


엄마는 내 손을 잡아끌었어

가자, 내가 있는 곳으로 

표정도 없이 끌어당기는 그 손

검은 그림자였어, 순간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뿌리칠 수밖에 없었어

따라가면 안 된다는 철통같은 생각으로

온몸에 힘이 빠질 즈음 

아이들의 얼굴이 내 가슴 위로 엎어졌어

그제야 엄마는 내 손을 스르르 놓으며 

그렇게 사는 것은 사는 게 아니란다, 얘야    

 

결국 엄마는 돌아서며 말했어

차라리 

소리를 지르라고

목 놓아 울부짖으라고     


아이들을 부둥켜안은 채 

한참을 흐느끼다 눈을 떴지

비로소 길게 숨을 내쉴 수가 있었어

삼십팔 킬로그램의 몸뚱이가 젖고 있는 

우울의 터널 속에서          

이전 23화 그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