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에 살던 그때
먼저 자연과 하나 된 여인이 있었어
씀바귀꽃을 잘 그리고
황토흙으로 옷감을 물들이며
야생화를 키우며 사는 여인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그녀의 집에서
그녀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았어
하얀 면 기저귀천을 여러 장으로 잘라
네모 반듯이 접고
가장자리를 꼼꼼히 시침하더니
빨간 채송화 한 송이를 살포시 수놓더라
기저귀천이라 부르기엔
너무도 고운 물건과 투박한 손길
무엇에 쓰려나 물었더니
부엌에 걸어둘 행복이란다
물기 있는 그릇 닦아줄 행복이란다
그녀의 토방에서 만들어진 행복을
선물로 한 장 받았네
눈물 흘릴 일이 있다면
그 눈물 닦아줄 행복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
나는 그 행복을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다녀
그녀의 투박한
손 그림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