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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Sep 30. 2024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가정의학과 이상훈 원장의 의학 에세이

이 책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정보를 독특한 구성으로 독자에게 제공한다. 솔직히 이렇게 재미있는 의학에세이는 처음이다. 에피소드 한 개당 대부분 2~4쪽을 넘지 않는다. 얼마나 간결하고 쌈박하게 핵심적인 내용 속으로 몰입하게 하는지 너무 잘 읽히는 책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저자의 브런치북으로 본 내용 외에도 많은 역사적 인물이나 주목받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건강을 스스로 짚어보게 한다.

건강관리의 핵심은 체중을 줄이는 데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듯하다. 하지만 알고는 있어도 왜 그것이 그렇게 힘든 것인가.

나도 거의 10년 전부터 10kg을 빼야겠다고 늘 마음만 먹었었다. 체중을 줄여야 하는 것은 아는데 왜 못하는 건지.. 게으름 때문이 아닐까. 슬기롭지 못한 생활습관 때문은 아닐까. 운동 부족인 줄 알면서 운동을 안 하는 게 뭐냐? 스스로 되묻고 반성한다.


1장 역사적 인물과 건강습관


이 책의 1장을 읽으면서 나도 루틴을 만들었다. 세종대왕님 덕분이다.

우리의 히어로 세종대왕님께서 그렇게 비만이셨을 줄은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책의 첫 장부터 충격이었다.

 그래서 난 매일 30분씩 걷기로 했다. 걷는 것이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

'전신골격근이 활용되는 대근육운동인 걷기는 몸에 무리가 없는 체중조절이 가능하다 또 규칙적인 걷기는 심혈관에도 긍정 영향을 미친다'(p12)

딱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나에게 꼭 필요한 운동인데 왜 걷는 것을 운동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까. 그건 어렵지도 않은 것 같으니 해낼 수 있겠지? (끈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 중도하차 없기!)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의 이야기에서 또 하나를 배운다. 그의 전설적인 리더로서의 국가적 이야기는 배제하고라도 내가 감명받은 것은 1일 3식에 3 찬이라는 그의 식생활 습관이다. 

'3찬은 육류나 생선, 채소, 국이었다. 그나마 음식이 남으면 버리지 않고, 다음 식사 때 데워 먹곤 했다. 주위에서 왜 3찬만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내가 반찬 하나를 더 먹을 때마다 우리 국민 한 명이 더 죽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p39)

요즘은 음식이 남아돌다 못해 버리는 게 더 많은 세상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가 남긴 한 접시의 음식이 굶주린 어린이가 있는 지구촌 어딘가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호찌민처럼 적정량의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도 남으면 두었다가 내가 먹는다.




2장 식문화와 역사적 사건


2장에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참 많다. 그중에서 나는 '오드리헵번' 이야기는 빼놓을 수가 없다.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싶다면 그대의 음식을 배고픈 자와 나누어라" 오드리 헵번이 좋아했던 시 구절이 진솔하게 와닿는 순간이다. 그녀는 은퇴 후 박애주의적 활동으로 허기진 어린이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이 시구와 맞닿은 삶을 실천한 선행의 천사였다. 저자는 오드리헵번을 통해 나눔의 실천도 이야기하였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한결같은 몸매를 위한 식습관을 빼놓지 않았다. 여기서 나도 건강을 위해 실천사항을 또 하나 추가한다.

물! 물을 많이 마셔야지 하고.

물은 신진대사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지방 연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만뿐 아니라 피부개선이나 변비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p101)


모두가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고흐'의 이야기도 있다. 화가로서 반 고흐의 성격이나 작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의 건강상태까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물론 가난하고 성격이 내성적이라 자기 몸 챙길만한 인물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은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한 작품에 의해 반 고흐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고흐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은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자화상>, 그리고 내가 특히 좋아하는 <밤의 카페테라스>처럼 별이 그려진 그림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언급했다.

반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등불아래에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 노동으로 거칠어진 농부의 손을 설명했다. 땅을 일구에 농사를 짓는 손으로 감자를 먹는다는 사실을 그렸다고 밝혔다. 거칠어질 정도로 노동을 한 손이기에 밥을 먹을 자격이 있음을 강조했다.(p115)

고흐가 노동의 가치와 소박한 식사에서 얻는 행복을 작품화한 이야기 뒤에는 고흐의 녹녹지 않은 삶과 규칙적이지 못한 식생활로 세상을 떠난 고흐의 건강 이야기가 있다.   

그는 정신 의학적으로 경계성 인격장애 가능성과 조울증을 앓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선천적으로 뇌에 기질적 질환이 있거나 지속적인 음주, 잦은 영양실조, 수면 부족등으로 뇌에 화학변화가 일어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p116)

영양실조라니... 요즘은 심한 다이어트로 인해 잘못된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영양실조를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고흐는 그의 그림 속에 있는 '감자를 먹는 사람들'만도 못했단 말인가. 안타깝다.




3장 예술, 문화, 정치와 음식


 3장에도 참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문화 예술과 관련된 음식 이야기로 대부분 예술가들이 거론된다. 철학자 칸트의 규칙적인 생활 이야기는 건강한 삶과 연관된다. 반면 니체처럼 육류위주의 식사를 즐겨도 건강걱정하지 않는 긍정적 마인드의 중요성도 제시된다.

나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커피의 비만학>에 관한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었다. 바흐가 작곡한 커피칸타타는 나도 잘 아는 곡이다. 그 곡의 작곡 배경은 대충 이렇다.

18세기 초 유럽에서 커피는 새로운 음료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커피하우스 문화가 발전했을 정도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사회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그 소비는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았다. 여성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은 바흐가 이 작품을 작곡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 칸타타는 커피를 사랑하는 젊은 여성과 그녀의 아버지 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커피 칸타타는 유머러스한 요소와 함께 커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며, 아버지와 딸 간의 갈등을 통해 커피의 매력이 더욱 강조된다. 이 작품은 바흐의 독창적인 음악적 기법과 함께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바흐를 통해서 커피를 이야기했다. 물론 새로운 음료로 떠오른 시대적 배경을, 그리고 커피에 대한 바흐의 애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서. 그런데 커피는 비만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나는 커피를 즐기는 편이다. 다행히 열량이 낮은 블랙커피를.

설탕과 크림이 많이 함유된 믹스커피를 지속적으로 마시면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열량이 5kcal에 불과한 블랙커피는 다이어트에 유용할 수가 있다. 약간의 카페인을 식후 섭취하면 대사 작용과 에너지 소비량 증대로 이어져 다이어트와 소화에 도움 된다.(p157)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는 맘 놓고 마셔도 된다는 거네, 그래봤자 나도 하루에 2~3잔이면 충분하니까 커피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건강검진을 한번 받고 나면 조심해야 할 것이 왜 그렇게 많은지 하나하나 체크하다가 지쳐서 아, 그냥 다 먹자 먹어! 하게 된다. 다행히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4장 건강, 다이어트, 비만관리


이번 장에서는 채식주의자 마하트마 간디의 식단과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하지만 나는 위험한 다이어트를 하신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와 달걀 다이어트>를  두 가지 이유로 뽑아야겠다.

저자는 이분이 한 다이어트를 '황제 다이어트'라고 했다. 좋은 것인 줄 알았는데 결론은 추천하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그래서 알아두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황제 다이어트는 2주 이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체중감소는 빠를 수 있으나, 체내수분감소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의 위험과 동맥경화증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인 쌀, 밀 대신 고기, 햄, 계란 같은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방법이다. 이 경우 지방 저장에 관여하는 인슐린 분비가 억제된다. 식욕을 억제하는 케톤 물질도 생성돼 더 적게 먹게 된다. 그러나 혈액 내 케톤 농도가 높아지면 신장과 심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섬유질과 비타민 칼슘 등의 부족으로 이는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p198)

잘 알아두어야 할 내용인 것 같다. 그러나 한 번은 꼭 해보고 싶다. 2주만이라도 이렇게 해서 체중을 줄일 수 있다면...

작가 인터뷰에서 본 내용 중 저자의 식생활이 맘에 들었다. 유독 나는 토마토를 좋아한다. 아침을 그것으로 해도 별 문제는 없을 정도다. 점심에 고기와 야채는 먹고 싶지만 혼자서는 잘 안되니 아기랑 둘이 고기를 먹어봐야겠다. 저녁이야 젊은애들이 퇴근해 오면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하니 자유롭게 먹으면 될 것 같다. 단, 2주의 황제 다이어트를 먼저 해야 하는데 언제쯤 시작하게 될는지....


저자 이상훈작가의 이름은 내 둘째 아들과 똑같다. 그래서 유독 그의 글을 세심하게 읽게 된다. 이 책,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를 읽으면서 저자에게서 의사이기 전에 인문학자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분야의 깊은 소양은 이 책을 재미있게 쓸 수밖에 없는 진한 거름이었을 거다.


가끔 브런치스토리에서 그의 시를 볼 때가 있다. 천상 문학소년의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순수한 소년의 감성이 간결하고 담백하게 묻어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세상에 이런 감성을 지닌 남자들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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