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메르시어의 장편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시작으로 두껍고 지루한 책 읽기에 도전했었다. 철학적인 소설이긴 해도 어찌어찌하여 2주 만에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소설 외의 책은 조금 덜 두꺼워도 넘어가기가 힘들다.
이를테면 다니엘 에버렛의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같은 탐험 에세이가 그렇다.
부족의 이름이나 지명이 유난히 길고 발음하기가 어려워서인지 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몇 장 못 읽고 덮어버리기를 몇 년째다. 책장 한구석에서 눈만 말똥말똥하며 언제 나를 다시 꺼내 줄 거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들춰서 조금 읽어본다. 파다한 부족의 이야기, 저자가 함께 살면서 보고 느끼고 알아가는 아마존 부족들의 이야기다. 에피소드들도 다양해서 잘 읽히는 듯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30년에 걸쳐 아마존을 탐험하며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연구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니 원주민의 언어를 해석한 글들이 많은 페이지를 차지한다. 그 부분이 나오면 눈꺼풀이 무거워지는걸 어찌하랴. 그냥 넘기면 그만인데 싶다가도 저자가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의미를 알려면 다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냥 넘기지를 못한다. 그렇게 덮어두고 다음을 기약하며 다른 책으로 옮겨가고 만다. 더불어 두꺼운 책에서는 눈을 뗀다. 일단 두꺼우면 관심도 안 갖는다.
대하소설 <토지> 20권을 읽은 독서력이 있는 내가 이 숙제 같은 느낌을 언제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나, 싶다가도 기본적인 분량의 책들 중에도 읽어야 할 건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은데 굳이 두꺼운 걸 왜? 하며 외면했다.
글쓰기, 독서 모임을 몇 개월 하는 중에 벽돌책 이야기가 있었다. 벽돌책 함께 읽기 독서모임도 있다고 한다.
내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혼자 읽는 것을 시작해 볼까? 내가 나를 응원하며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마지막장에서 어떤 마음이 들지 상상만으로도 뿌듯한 책 읽기.
숙제 같았던 아마존 탐사에세이를 재 도전하며 다시 벽돌책 읽기에 도전한다. 그리고 몇 권의 두꺼운 소설책을 구입했다. 일단 소설은 2주 안에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 없다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이 아닌 책들에도 관심을 가져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