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안다. 우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우리를 혼자 남겨둘 때가 있다는 것을. 나도 내 집사나 새집사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사랑하는 나를 혼자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은 또 얼마나 힘들 것인지.
나는 오드아이다. 내 눈으로 보는 세상은 특별할 때가 있다.
파란 눈으로는 차갑고 시원한 색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황금빛 눈으로는 따뜻하고 밝은 색들이 더 따뜻하게 보인다. 두 개의 다른 세상을 동시에 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두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이 집은 내가 바라볼 세상이 없다. 나를 혼자 내버려 두고 떠난 나의 집사 때문에 나의 파란 눈은 더욱 파랗고 차갑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새 집사가 있어서 나의 따뜻한 황금빛 눈은 그 차가움을 가라앉혀 주었다.
혼자 남겨진 지금은 그 어느 것도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정말 싫다. 달빛이 스미는 창가에 웅크리고 앉아 까무룩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깊은 밤중에 현관문이 다시 열렸다. 들어온 건 새 집사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뒤로 커다란 그림자가 더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 냄새를 맡았다. 오래전에 각인된, 그리워하던 그 향기.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였다. 나의 집사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달랐다. 붕대로 감긴 왼손, 깁스한 오른쪽 다리,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동시에 망설였다. 그에게 달려들어 반갑게 맞이해야 할지, 아니면 그동안의 그리움과 서운함을 표현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에선 차분하고 깊은 모습으로, 다른 쪽에선 밝고 따뜻한 모습으로 그의 양면성을 이해할 수 있는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오드아이, 보고 싶었어."
그 순간, 나의 모든 망설임이 사라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그의 한 손이 내 등을 쓰다듬었다. 그 익숙한 감촉에 나도 모르게 가르랑 소리를 냈다.
"괜찮아, 오드아이. 이제 다시 함께야."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그의 무릎에 앉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따뜻했다.
새 집사가 조심스레 다가와 휠체어를 거실로 밀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과 안도가 교차하고 있었다. "오드아이, 네 집사가 빨리 너를 보고 싶다고 해서 서둘러 왔어. 난 밤 운전을 해야 했단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친구, 얼른 나아서 이 은혜를 꼭 갚을게." 그도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 황금빛 눈으로는 집사의 따뜻함이, 푸른빛 눈으로는 새 집사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보였다. 두 개의 다른 세상이 하나로 합쳐지는 듯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집사의 발치에서 잠이 깼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얼굴색이 좋아 보였다. 새 집사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병원에 가봐야 해." 집사가 말했다. "깁스를 풀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나는 그의 무릎 위로 올라가 얼굴을 비볐다. 그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새 집사가 아침을 가져오며 말했다. "운전은 걱정하지 마. 나도 이젠 이 길이 익숙해서 잘할 수 있어."
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날 병원에서 돌아온 후, 집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의사 선생님이 일주일 후면 깁스를 풀 수 있대."
새 집사도 기뻐하는 듯했다. "정말 다행이야. 곧 걸을 수 있어서, 도자기도 빚어야 할 텐데 손목은 어때?" 새 집사의 물음에 그는 괜찮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불안했다. 집사가 나아지면 다시 떠나지는 않을까? 내 푸른 눈이 걱정스럽게 깜빡였다.
그날 밤, 나는 집사의 침대 옆에 웅크리고 누웠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드아이, 미안해. 다시는 널 혼자 두지 않을게." 내 마음을 아는 거야? 나는 그의 손을 핥아주었다. 내 황금빛 눈에는 안도감이 어렸다.
다음날 아침엔 새 집사의 권유로 산책을 했다. 나의 집사는 목발을 하고 천천히 걸었다.
"휠체어 타고 올걸 그랬나? 힘들지 않아?" 새집사가 물었다.
"괜찮아, 길이 나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문제없어"그는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그들보다 앞에서 걸었다. 빛바랜 떡갈나무가 숲을 이룬 임도로 들어섰다. 평평한 길이어서 큰 무리는 없었다.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근데, 한국에 돌아와서 병원에 들어갔을 때 연락을 하지 왜 집에 오는 날 늦게 한 거야?"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깁스 풀고 내 발로 걸어 나오려고 했지. 그런데 집이 그리웠나 봐." 그는 멋쩍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돌아와서도 치료를 받은 뒤라 몸 상태는 괜찮았는데 거동이 좀 불편해서 집에 오면 네가 힘들까 봐..." 바람이 서늘했다. "그랬구나, 그래도 공방일을 하려면 힘들 텐데 내년 봄엔 전시회도 한다면서..." 그녀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때 집사의 목발이 길 위의 돌에 걸려 휘청했다. 그녀는 얼른 그의 팔을 두 손으로 잡았다. 길 옆 계곡으로 바람이 일었다. 그들은 잠시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았다. "여기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닌 것 같아. 신선들만 사는 곳처럼 보여" 새 집사가 작은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내며 말했다. 그들은 생강차를 나누어 마셨다. 나의 두 눈으로 보았던 세상의 그림 중에 지금 이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나의 푸른빛 눈동자도 황금빛 눈동자도 같은 그림을 보고 있었다. "따뜻하고 좋다, 잘 마셨어" 그가 다 마신 빈 컵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들의 손끝이 스쳤다. 그녀는 빈 컵을 얼른 가방에 넣었다.
"고마워, 정말." 그가 말했다. "너 아니었다면 오드아이를 어떻게 했을지..." 나? 새집사 아니었으면 나를 어떻게 하려고 했단 말이야?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천만에. 오드아이는 정말 특별한 고양이야. 내게도 큰 위로가 되었어. 덕분에 이렇게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나도 휴식을 잘 취하고 있잖아."
며칠 후 집사의 깁스가 풀리고, 그는 조금씩 걸음마를 시작했다. 새 집사는 그를 돕는 데 헌신적이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드디어 집사가 혼자 힘으로 공방까지 걸어 나갔다. 그의 얼굴에는 기쁨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오드아이, 나 혼자 걸었어!" 그가 외쳤다. 나는 기쁜 마음에 그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하지만 동시에 또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제 그가 완전히 나아지면, 다시 떠나지는 않을까?
새 집사도 그의 회복을 기뻐했지만, 그녀의 눈빛에도 어떤 불안감이 서려 있는 것 같았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밤공기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던 날이었다. 두 집사들은 데크에 나가 담요를 하나씩 두르고 앉아 있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어둠 속에서 잔잔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그들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이제 거의 다 나았네." 새 집사가 말했다. 그녀는 이어서 "앞으로의 계획은?" 하고 물었다.
집사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긴장된 마음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가 말했다. "네팔에서의 사고 이후로 많은 생각을 했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깨달았지." 새 집사의 눈이 커졌다. "그게 뭔데?"
"안정된 삶, 이곳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나의 일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그가 말끝을 흐리더니 다시 말했다. "지금 난 너와 오드아이가 있어서 행운아라는 생각을 해. 하지만 너에겐 많이 미안해" 그의 말에 새 집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새 집사가 이 집에 온 후 여름과 가을이 지나갔다. "너만 괜찮다면 나는 네가 이곳에서 계속 글을 썼으면 해" 집사의 말이 끝나자 그때 하늘에서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내 두 눈으로 본 세상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내 두 눈의 시야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는 세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마치 내 앞에 있는 모든 것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순간이 바로 지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르랑거리며 두 사람의 발치에 몸을 둥글게 말았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려나 보다.
# 에필로그
해 질 녘에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파란 눈으로 보는 차가운 바다와 황금빛 눈으로 보는 따뜻한 석양이 만나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내는 바다. 마치 액체 보석 같은 바다 위에 불꽃이 춤추는 듯한 풍경을 처음 보았다. 나의 첫 여행이었다.
아이리스가 보랏빛을 뽐내는 오월이다.
나는 창가에 앉아 꽃이 만발한 정원을 바라본다. 집사는 완전히 회복되어 다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새 집사... 아니, 이제는 그녀도 우리 가족이 되었다. 가족이 된 기념으로 우리는 바다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들은 함께 텃밭을 가꾸고, 식사를 준비하고, 밤하늘의 별을 세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들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내 두 눈은 여전히 서로 다른 색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완전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우리의 작은 가족,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 그리고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