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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솔 Oct 26. 2024

사라지는 것들의 기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소멸된 것들의 울음소리가 비 냄새를 타고 온다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신음, 땅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목마름이 타오른다 

고비의 능선을 오르며 흘린 땀방울은 마른 대지를 적셔도 

끝내 열병은 찾아온다

아스팔트 틈새로 숨 쉴 구멍을 찾던 새싹들은 없다 

흙내음 잃어버린 도시의 창백한 아침, 쇳빛 하늘 아래 

고열에 몸부림치는 지구가 기침을 한다 다시

비가 내린다


플라스틱 꽃과 인공의 녹색이 가득한 거리, 나비가 날개를 접는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이름을 하나둘 세어보는 동안

또 한 조각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세상은 빙수를 먹는다 

하얀 눈가루 뿌려진 계절을 먹는다


이제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마지막 새가 노래하고, 

마지막 물고기가 헤엄치고, 

마지막 나무가 흔들리는 그날까지 

망각 속에서 여전히 달리고 있다, 우리는

끝없는 미래라는 이름의 절벽을 향해


그래도 나는 알고 있다 

이슬 머금은 풀잎사이로 반딧불이 춤추는 곳이 있음을 

돌 틈새를 비집고 노란 희망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작은 움직임들이 꿈틀대는 초록세상이 남아있음을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넓혀야 한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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